굶주림 극심한데…이스라엘·이란 충돌에 뒷전 밀린 가자지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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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자지구 남부 칸 유니스의 한 커뮤니티 주방에서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기부된 음식을 받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있다.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이 심화하면서 가자지구 문제가 국제사회의 관심 우선순위에서 밀려나고 있습니다.

이미 극심한 굶주림 등 위기에 시달리던 가자지구 주민들은 멀어진 관심 탓에 위기 상황이 더욱 심화할까 우려하고 있습니다.

현지시간 14일 뉴욕타임스·가디언 등 외신들은 이스라엘의 이란 공습 직후부터 가자지구 구호품 배급소가 운영을 중단했다고 보도했습니다.

유엔 당국자 출신의 한 가자지구 주민은 뉴욕타임스에 가족을 먹일 식량 구하기가 갈수록 악몽처럼 변하고 있다고 토로했습니다.

현지에서 25킬로그램짜리 밀가루 한 포대 가격은 350달러, 약 48만 원에 이른다고 뉴욕타임스는 전했습니다.

이 주민은 "이제는 다들 이란 얘기만 한다. 가자지구는 뒷전이 됐다"고 말했습니다.

전쟁 전 대학 교직원으로 일했던 다른 주민은 국제사회의 관심이 멀어지는 경우 "이스라엘이 국제사회의 강력한 반발 우려 없이 논란의 여지가 큰 행동을 취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걱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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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이 이란 문제 해결을 우선하느라 가자지구 휴전 협상을 후순위로 미뤄둘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은 하마스를 해체해야만 가자지구 전쟁을 끝내겠다는 입장이고, 하마스는 항복은 없다며 버티는 상황입니다.

양측의 의견 차이를 좁히고 휴전 협상을 타결하려면 국제사회의 중재가 필수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습니다.

가디언은 가자지구 전쟁을 중단시킬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던 국제사회의 외교적 추진력이 이스라엘과 이란의 무력 충돌을 계기로 지금 당장은 사라진 상태라고 분석했습니다.

실제로 유엔에서 열릴 예정이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두 국가 해법' 관련 국제회의는 이란과 이스라엘의 무력충돌 이후 기약 없이 연기됐습니다.

유럽연합도 이스라엘과의 자유무역협정 격이던 'EU·이스라엘 협력 협정'을 재검토해 그 결과를 이달 말 발표할 예정이었지만 이 역시 전망이 불투명해졌습니다.

가디언은 "가자지구 전쟁을 두고 이스라엘을 비판하던 국가들도, 이스라엘 국민이 이란 미사일에 피해를 보는 상황에서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기가 어려워질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자비에 아부에이드 전 팔레스타인 해방기구 고문은 "이스라엘이 이란을 공격했다고 해서 가자지구 전쟁이 끝나지 않는다. 오늘도 수십 명이 죽었다. 딱 하나 달라진 것은 어제보다 관심이 줄었다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러시아와 전쟁에서 국제사회의 밀착 지원이 필수인 우크라이나 역시 관심권에서 밀려날 수 있다는 경계심을 숨기지 않고 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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