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작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이 토니상 6개 부문을 석권하면서 한국 뮤지컬 산업의 비약적인 성장을 다시 한번 실감하게 했는데요, 한국 뮤지컬의 해외 진출 역사는 그리 길지 않지만, 그동안 다양한 형태로 시도되면서 의미 있는 성과를 내왔습니다.
90년대 뉴욕 링컨센터 공연으로 한국 뮤지컬의 존재감을 알린 '명성황후'부터 비언어 퍼포먼스로 세계 시장을 공략한 '난타', 아시아 시장 뮤지컬 선도국이 되고 토니상까지 석권한 오늘까지, 한국 뮤지컬의 해외 도전기를 '더뮤지컬' 편집장을 지낸 박병성 씨와 함께 알아봅니다.
이병희 아나운서 :
박천휴 작가님이 작년 요맘때에 나오셨더라고요. 그때 말씀하시기를 '오늘 브로드웨이 올린다는 소식을 전할 거다. 그리고 올 가을에 올릴 거다' 그래서 다들 브로드웨이 간다고 축하한다고. 얼마 안 된 거잖아요. 11월인가, 가을에 올린다고 했었는데 이렇게 빨리.
박병성 평론가 :
더 빨라질 수도 있었는데 코로나 때문에 원래 계획했던 것보다는 올라가는 게 좀 늦어졌어요.
김수현 기자 :
작품상, 연출상, 극본상, 음악상, 무대디자인상, 남우주연상. 주요 부문을 휩쓸었습니다.
박병성 평론가 :
핵심이 작품상과 작곡상, 극본상인데 그걸 다 휩쓸었으니까 올해 토니상은 '어쩌면 해피엔딩'이
김수현 기자 :
주인공이었던 거죠.
이병희 아나운서 :
토니상. 어떤 상인가요?
박병성 평론가 :
토니상은 브로드웨이에 올라가는 연극과 뮤지컬을 대상으로 하는 상이고요.
김수현 기자 :
앙투아네트 페리
박병성 평론가 :
그분을 기려서 만든 상이고
김수현 기자 :
그분의 애칭이 토니였대요. 그래서 토니상이라고.
박병성 평론가 :
그렇게 시작했고, 가장 권위 있고 정통한 상이고요. 그런 권위를 갖기 위해서 후보자를 선정하는 후보 위원회도 25명 정도 있고, 선정된 후보자들을 투표하는 투표인단이 800~900명에 가까울 정도로 전 공연계, 브로드웨이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투표해서 다수가 선정한 것이 선택되는 상입니다.
토니상이 브로드웨이에 올라가는 작품상인데, 브로드웨이라는 게 광범위한 의미가 있거든요. 여기서 말하는 브로드웨이는 뉴욕 맨해튼에 있는 500석 이상 40개 극장에서 올리는 작품만 대상으로 하는 거예요. 딱 그 브로드웨이 리그에 속해 있는.
김수현 기자 :
브로드웨이 리그와 아메리칸 시어터 윙이 같이 시상한다고 하더라고요. 연극협회 같은 곳과 브로드웨이 리그 극장들. 엄청나게 권위있는 상인 거죠. '어쩌면 해피엔딩'이 이전에도 드라마 데스크 어워드, 모 비평가 협회 상 등을 계속 받아왔어요.
박병성 평론가 :
시상식이 여러 가지 있는데 토니상이 가장 상업적이고 큰 상이고, 드라마 데스크상, 오프 브로드웨이까지 포함하는 상부터 받아서, 어느 정도 받을 수 있겠다는 예상을 하고 있었어요.
브로드웨이 40개 극장에서 뮤지컬이 올라가는데 오픈 런으로 하는 작품들은 대상이 되지 않고, 작년 6월 토니상 시상식 이후부터 지금 시상식 전까지 올렸던 신작들이 후보가 되는 거고요.
김수현 기자 :
한국에서 초연됐던 창작 뮤지컬이 브로드웨이에 가서 토니상을 받은 건 처음인 거잖아요.
박병성 평론가 :
그렇죠. 한국뿐 아니라 미국, 영국 아닌 다른 나라에서도.
김수현 기자 :
영미권 아닌 곳에서. 없을 것 같죠?
박병성 평론가 :
없을 것 같아요. '우모자'가 남아프리카공화국에서 만들어졌는데 웨스트엔드를 갔었거든요. 근데 올리비에상 쳐봤더니 안 나오더라고요. 그럼 거의 없지 않을까 싶습니다. 굉장히 드문 일이에요. 비엔나 뮤지컬들, '엘리자벳'이나 '모차르트'가 전 세계에 나가잖아요. 그 작품들도 브로드웨이에 가서는 힘을 못 쓰거든요. 정말 엄청난 것이죠.
김수현 기자 :
날이면 날마다 오는 게...(웃음) 다 '진짜인가?' 저한테 '이게 진짜인가?' 그랬어요. '진짜? 진짜? 진짜?'를 계속 한.
이병희 아나운서 :
'어쩌면 해피엔딩'의 어떤 점이 그렇게 브로드웨이에서...
박병성 평론가 :
국내에서도 상당히 인기가 있어서 2016년 초연 후 4~5년까지 공연했던 작품인데, 브로드웨이에 가서 작품이 개발되는 단계에서 우란문화재단이 깊이 관여했거든요. 우란문화재단에서 '휴'와 '윌'에게 같이 작품 개발을 의뢰해서
김수현 기자 :
박천휴 작가와 윌 애런슨 작곡가.
이병희 아나운서 :
이번에 음악상도 두 분이 같이 받으시고, 극본상도 두 분이 같이 받으시고.
박병성 평론가 :
작품을 개발하는데 한국에서 초연을 올리기 전에 브로드웨이에서 영어로 워크숍과 리딩을 했었어요. 그걸 보고 그게 리차드 로저스상을 받기도 했고요. 그러면서 브로드웨이 투자자가 붙으면서 투트랙으로 개발됐던 거죠.
이병희 아나운서 :
그러면 초반부터 그렇게 브로드웨이 갈 걸 생각하고?
박병성 평론가 :
아무래도 윌 애런슨이나 박천휴 작가가 뉴욕에서 생활을 하는 사람이기도 하고, 한국에서 전에 여러 작품들을 했지만 뮤지컬 양쪽을 다 넘나들면서 활동했던 사람이라. 근데 그 지원들을 다 우란문화재단에 해줬던 거예요.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을 할 수 있도록 .
김수현 기자 :
우란문화재단이 처음 작품 개발할 때 역할을 많이 한 거죠. '어쩌면 해피엔딩' 보신 분들 많지만 궁금하신 분들을 위해서 간단하게 어떤 내용인가 소개를 해 주시면.
박병성 평론가 :
헬퍼봇의 사랑 이야기인데, 서울의 근미래에 수명을 다해서 폐기하고 있는 헬퍼봇들
김수현 기자 :
인간을 도와주는 역할을 하는 로봇
박병성 평론가 :
구형인 올리버와 그보다는 조금 신형이지만 이제는 폐기를 기다리고 있는 클레어가 만나서 사랑하고 꿈을 찾는. 근데 자신들이 폐기될 거라는 걸 알기 때문에 서로 좋은 감정을 느끼지만 안타까운. 결국 우리가 만나기 이전으로 리셋을 하자. 그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입니다.
김수현 기자 :
남자 로봇, 여자 로봇. 사랑이라는 감정을 알아차리고 느끼는 순간을 얘기하는 것 같아요.
이병희 아나운서 :
이번에 상 받은 주인공 배우가 인터뷰한 거 보니까, 서랍 속에 못 쓰는 아이폰들 넣어놨잖아요. 그 아이폰들의 이야기라고 하는데 갑자기 서랍 속 내 옛날 아이폰이 생각나면서 좀 짠하면서. (웃음)
박병성 평론가 :
저도 보면서 그런 생각 많이 했었던 것 같아요. 버리지 못하고 폐기돼서.
이병희 아나운서 :
로봇이지만 사실 사람들 이야기죠. 이번에 브로드웨이에서도 서울이나 제주 이런 거 다 그대로 살렸다면서요.
박병성 평론가 :
장소를 로컬라이징 해서 바꾸기도 하는데 브로드웨이 버전에서 전혀 바꾸지 않았고, 한글을 사용하기도 하고.
김수현 기자 :
이야기도 얼개는 거의 똑같이 갔고.
박병성 평론가 :
네. 작가 인터뷰를 보니까 '오히려 그런 것들을 이국적인 취향으로 받아들이는 것 같더라. 좋은 효과를 발휘했다'라고 하더라고요.
근데 좀 낯선 작품이거든요. 브로드웨이 작품들 보면 기존 IP가 있는 작품들이 많잖아요. 잘 알려진 영화, 소설이나 음악을 갖다 쓰거나, 역사 등. 그런데 '어쩌면 해피엔딩'은 오리지널 이야기고, SF고. 그러다 보니까 기존 공연들과 확실히 차별화됐던 것 같아요. 그래서 초반에 관객이 붙지 않았던 것도 같은데, 오히려 젊은 관객들이 브로드웨이에서 보기 힘든 새로운 이야기를 보면서 마니아가 돼서 팬덤이 형성된.
김수현 기자 :
극중에 반딧불 얘기가 나오는데 팬덤의 이름도 '파이어플라이'
이병희 아나운서 :
반딧불이들이 응원을 (웃음)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