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묘한은 국내 최대 규모의 커머스 버티컬 뉴스레터 「트렌드라이트」의 발행인으로, 「기묘한 이커머스 이야기」의 저자이기도 하다. 매주 수요일 뉴스레터를 통해 업계 현직자의 관점을 담은 유통 트렌드 이야기를 전하고 있다.
지난 5월, 장대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성수동 한 매장에 사람들이 몰려 있었다. 바로 무신사 뷰티페스타 팝업스토어였다. 보통의 뷰티페스타 행사는 사전 티켓을 구매한 사람들만 입장할 수 있도록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번 행사는 제한 없이 누구나 대기 후 입장이 가능했기에 예상보다 훨씬 많은 워크인 고객들이 몰린 거다. 아마 다름 아닌 성수였기에 가능한 일이 아니었을까? 그리고 이 행사가 열린 곳이 바로 '무신사 스퀘어 성수 4'였다.
성수동은 이미 수년 전부터 서울을 대표하는 상권으로 떠올랐고, 많은 기업과 브랜드들이 이곳에 거점을 마련해 왔다. 올리브영은 '올리브영 N성수'라는 새로운 매장 포맷을 이곳에서 선보였고, 미국의 패션 브랜드 키스와 이탈리아 브랜드 브랜디멜빌 역시 첫 국내 매장을 성수에 열었다. '디올 성수'를 시작으로 여러 럭셔리 브랜드들마저 성수를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중에서도 무신사는 성수에 대한 애정이 각별하다. 무신사는 '성수를 무신사타운으로 만들고 있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다양한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무신사테라스와 이구성수 같은 브랜드 체험 공간은 물론, 무신사 스탠다드 매장, 무신사 성수 대림창고, 엠프티 성수 같은 편집숍까지 인근에 모두 모여 있을 정도다.
하지만 무신사 스퀘어 성수 4는 특히 이질적이면서 그래서 더욱 흥미로운 장소다. 평소에는 별다른 간판이나 브랜딩 없이 텅 빈 건물처럼 운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무신사 소속 공간인지 모르는 사람도 많다. 많은 이들에게는 그저 팝업이 자주 열리는 공간 정도로 인식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오히려 이 점이 성수라는 지역의 특색과는 잘 맞아떨어진다. 성수는 '팝업의 성지'로 불릴 만큼 매주 수십 개의 새로운 팝업스토어가 열리는 곳이다. 무신사는 이 중심지 한가운데의 공간을 특정한 정체성 없이 남겨두고, 다양한 실험의 장으로 활용하고 있는 셈이다.
물론 누군가는 이런 입지 좋은 공간을 놀리는 것이 비효율적이라고 말할지도 모르다. 과거라면 맞는 말일 수 있다. 예전에는 오프라인 매장에서 어떻게든 매출을 올리는 것이 우선이었고, 같은 면적에서 최대한 많은 상품을 팔아야 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지금은 다르다. 고객은 더 이상 광고를 믿지 않는다. 오직 본인의 경험을 통해 판단하고 신뢰한다. 그런 점에서 오프라인 매장은 최고의 경험 플랫폼이 되었고, 이제는 가장 강력한 광고 매체가 되었다. 무신사가 예전에는 상상도 하기 어려웠던 오프라인 공간 플랫폼을 만든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이러한 흐름은 무신사뿐 아니라 다른 유통 채널에서도 뚜렷하게 보인다. 최근 다이소나 편의점에서 브랜드 협업 저가 상품들이 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할 수 있다. 다이소는 5천 원 이하의 균일가를 지켜야 하기에 브랜드 입장에서는 적정 이윤을 확보하기 참으로 어렵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이소와 손잡으려는 브랜드는 점점 늘고 있다. 화장품 제조사뿐만 아니라 제약사들까지 다이소와 손잡고 초저가 상품을 내놓고 있을 정도다. 이렇듯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다이소와의 협업을 하려는 건, 단순한 매출보다는 '노출 효과', 즉 광고 효과를 기대하기 때문이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