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인수 시도설까지…중국 텐센트, 한국 게임계 장악력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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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의 IT·게임 공룡 텐센트(騰迅)가 한국 대표 게임 기업인 넥슨 인수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지며 국내 게임업계 장악력이 점점 커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옵니다.

블룸버그 통신은 지난 12일 익명 소식통을 인용해 텐센트홀딩스가 일본 주식시장에 상장한 넥슨 지분을 150억 달러(약 20조 원)에 인수하는 안을 검토하고 있으며, 이를 위해 고(故) 김정주 회장의 유족들과 접촉했다고 전했습니다.

넥슨 지주회사인 NXC 측은 보도 내용에 대해 "드릴 말씀이 없다"며 별다른 답변을 내놓지 않았습니다.

텐센트는 이보다 앞서 김정주 회장 생전인 지난 2019년에도 넥슨 인수 의사를 밝힌 바 있습니다.

일각에서는 김정주 회장 유족이자 현 넥슨 그룹 총수인 유 모 이사 측이 지난해 상속세 납부 문제를 모두 해결한 만큼 성사 가능성이 높지 않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이와 별개로 텐센트가 글로벌 게임산업에서 차지하는 영향력이 점점 커지면서 한국 게임사의 텐센트 의존도도 심화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텐센트는 중국 정부가 판호(版號·게임 서비스 허가)로 외국산 게임의 자국 진입을 통제하면서 한국 게임업체의 중국으로 향하는 창구 역할을 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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던전앤파이터 모바일 중국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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넥슨의 지난해 연간 매출은 4천462억 엔(약 4조 91억 원)으로, 이 중 중국 시장 매출은 전체 3분의 1 이상인 37%를 차지했습니다.

넥슨의 중국 시장 매출은 대부분이 '던전앤파이터' PC 및 모바일 버전에서 나오는데, 이들 게임의 서비스 권한은 텐센트게임즈가 가지고 있습니다.

텐센트게임즈는 올해 초 넥슨과의 협의를 통해 '던전앤파이터' 중국 현지화 콘텐츠에 대한 개발 권한도 일부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스마일게이트의 최대 수익원 역시 2007년 출시한 1인칭 슈팅게임(FPS) '크로스파이어'의 중국 시장 매출로, 현지 서비스는 텐센트가 맡고 있습니다.

텐센트는 이보다 앞서 2023년 스마일게이트의 대표작 '로스트아크'의 중국 서비스 권한도 가져간 바 있습니다.

엔씨소프트도 대표작인 '리니지2M', '블레이드&소울 2'를 텐센트를 통해 중국 시장에 서비스하고 있고 펄어비스의 '검은사막' 시리즈, 웹젠의 '뮤' 시리즈 퍼블리싱 권한도 텐센트가 가지고 있습니다.

일부 대형 게임사에는 지분 투자를 통해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텐센트는 넷마블 2대 주주로, '한 리버 인베스트먼트'(HAN RIVER INVESTMENT PTE. LTD.) 명의로 지난 1분기 말 기준 넷마블 지분 17.52%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텐센트 본사의 사업 담당자도 기타비상무이사 자격으로 넷마블 이사회에 참여해왔습니다.

3N(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독주 시대를 끝내고 넥슨과 함께 'NK' 2강으로 떠오른 크래프톤도 텐센트가 2대 주주입니다.

텐센트는 크래프톤 지분 13.86%를 이미지 프레임 인베스트먼트(IMAGE FRAME INVESTMENT (HK) LIMITED) 명의로 보유하고 있는데, 창업주이자 최대주주인 장병규 의장(14.89%)과의 지분율은 약 1%포인트 차이밖에 나지 않습니다.

텐센트는 크래프톤과 '배틀그라운드'의 모바일 버전을 공동 개발했고, 중국 시장을 비롯해 한국·일본·인도 등을 제외한 글로벌 버전 서비스 판권까지 갖고 있습니다.

지난해 코스피 시장에 상장한 시프트업 역시 텐센트가 2대 주주로 지분 35.03%를 가지고 있습니다.

텐센트는 시프트업의 핵심 캐시카우인 모바일 게임 '승리의 여신: 니케'의 퍼블리셔로, 한국 시장은 물론 해외 시장 매출까지 시프트업과 나눠 가집니다.

텐센트는 이밖에 카카오게임즈 지분도 3.9%를 보유하고 있습니다.

한 국내 게임사 관계자는 "텐센트와의 거래 없이 성장한 국내 대형 게임사가 거의 없는 상황"이라며 "자금 조달과 중국 판로를 고려하면 오히려 앞다퉈 텐센트 투자를 받으려고 한다"고 전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이 올해 초 텐센트를 '중국군 지원기업' 목록에 포함하면서 텐센트 의존도를 높여온 한국 게임업계에 리스크가 커졌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사진=텐센트·넥슨 제공,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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