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니상 품은 대학로 뮤지컬…'어쩌면 해피엔딩' 미 팬덤 홀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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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해피엔딩' 브로드웨이 공연사진

8일(현지시간) 열린 제78회 토니상 시상식에서 작품상(Best Musical)과 연출상, 극본상, 작사·작곡상 등 6관왕에 오른 한국 창작 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은 사랑이라는 소재를 보편적으로 풀어내며 미국 현지 관객을 사로잡는 데 성공했습니다.

근미래 한국을 배경으로 하는 작품은 사람을 돕기 위해 제작된 로봇 올리버와 클레어가 사랑에 빠지며 벌어지는 일을 그립니다.

두 로봇이 올리버의 주인을 찾아 제주도를 여행하는 동안 서로를 이해하고 위로하는 과정이 주를 이룹니다.

로봇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등 공상과학(SF) 장르의 형식을 따르면서도 사랑이라는 주제를 섬세하게 풀어낸 것이 특징입니다.

상대방의 작은 몸짓과 표정에서 서로를 향한 사랑을 깨닫는 순간을 표현한 넘버 '사랑이란'(영어명 When You're In Love)이 대표곡으로 꼽힙니다.

'번지점프를 하다', '일 테노레' 등의 작품을 합작한 윌 애런슨 작곡가와 박천휴 작가가 창작진입니다.

두 사람은 대학교 시절부터 친구로 지내며 함께 창작 활동을 이어와 국내 뮤지컬 팬 사이에서는 '윌휴' 콤비로 불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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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 '어쩌면 해피엔딩' 윌 애런슨 작곡가(왼쪽부터), 박천휴 작가

작품은 우란문화재단 창작지원 사업을 통해 2015년 시범공연을 했고, 2016년 대학로 소극장에서 초연했습니다.

지금까지 국내에서 총 다섯 시즌을 마쳤으며 2018년 한국뮤지컬어워즈 '소극장 뮤지컬상' 등 6개 부문을 받아 작품성을 인정받았습니다.

국내 공연과 함께 영어판 공연을 추진해 2016년 미국 뉴욕에서 낭독회 형식의 공연을 열었습니다.

이후 토니상을 받은 유명 제작자 제프리 리처즈와 공연 계약을 맺고 지난해 10월 프리뷰 기간을 거쳐 11월 브로드웨이 벨라스코 극장에서 정식 개막했습니다.

'어쩌면 해피엔딩'은 개막 초반 판매 부진을 겪기도 했으나 관객들의 입소문을 타기 시작하면서 점차 관객 수를 늘려나갔습니다.

드라마 데스크 어워즈, 외부 비평가 협회상 등 여러 시상식에서 수상하며 토니상 수상 가능성을 높여나갔습니다.

작품은 미국 관객들에게 낯선 공간인 한국을 배경으로 했지만, 주제를 풀어내는 방식이 관객의 공감을 끌어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누구나 접했을 법한 보편적인 소재를 활용해 사랑의 감정을 표현하는 연출이 돋보였습니다.

두 로봇이 실 전화기로 대화를 나누며 가까워지는 대목이나 빛나는 반딧불 사이에서 서로를 바라보는 장면 등이 대표적입니다.

최승연 뮤지컬평론가는 "과학 시간에 접하는 친숙한 소재인 실 전화기처럼 관객이 익숙하고 보편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는 소재를 작품 곳곳에 잘 배치했다"며 "작품의 보편적인 요소와 공감할 수 있는 주제가 관객의 마음을 건드려 큰 반응으로 이어진 것"이라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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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커뮤니티 '레딧' 내 '어쩌면 해피엔딩' 팬 페이지

작품 곳곳에 녹아든 한국적 요소도 단순히 낯선 배경을 넘어서 팬을 만드는 독특한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창작진은 극 중 올리버가 기르는 식물인 '화분'을 미국 공연에서도 한국어 발음 그대로 부르는 등 한국적 설정을 유지했습니다.

이렇게 형성된 팬덤은 스스로를 '반딧불이들'(fireflies)로 칭하며 공연 흥행을 이끌고 있습니다.

현재 미국 온라인 커뮤니티 '레딧'에서는 1천900여 명의 사용자가 공연 후기를 나누고 영상을 제작하는 2차 창작 활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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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평론가는 "온라인 기반 팬덤이 우리나라만큼 활성화되지 않은 미국에서 팬덤 문화가 생기고 있다는 현상이 흥미로운 지점"이라며 "팬들이 직접 창작물을 쏟아내며 작품을 향유하는 것이 중요한 흥행 포인트가 됐다"고 말했습니다.

(사진=NHN링크·CJ ENM 제공, 레딧 홈페이지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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