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중흥건설
중흥건설이 총수 2세 소유 회사에 수조원을 조달할 수 있는 보증을 공짜로 서 사실상 경영권 승계를 뒷받침한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고 검찰 수사까지 받게 됐습니다.
공정위는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부당지원·사익편취)로 기업집단 중흥건설에 시정명령과 함께 과징금 총 180억 2천100만 원을 부과했다고 밝혔습니다.
지원 주체인 중흥건설 법인은 검찰에 고발하기로 했습니다.
중흥건설은 2015년 7월부터 지난 2월까지 중흥토건이 시행·시공하는 12개 주택건설·일반산업단지 개발사업과 관련된 24건의 프로젝트파이낸싱(PF)·유동화 대출과 관련해 총 3조 2천96억 원 규모의 신용보강을 아무런 대가 없이 제공한 혐의를 받습니다.
이 과정에서 중흥토건 정원주 부회장이 지분가치 상승, 배당금(650억 원), 급여(51억 원) 등의 이익을 확보하도록 한 혐의도 받습니다.
공정위는 중흥건설 지배구조를 총수 2세인 정원주 부회장이 지분 100%를 소유한 중흥토건 중심으로 개편하는 경영권 승계 계획에 따라 부당 지원 행위가 이뤄진 것으로 판단했습니다.
중흥토건은 정 부회장이 2007년 인수할 당시 가치가 12억원에 불과한 소규모 건설사라 자체 신용만으로는 대규모 사업 시행을 위한 대출 실행이 불가능한 상황이었습니다.
연대보증이나 자금보충약정을 맺는 신용보강은 다른 회사의 신용위험을 함께 떠안는 행위입니다.
따라서 시공사·증권사·공공기관은 신용보강을 해줄 경우 시공지분이나 수수료를 받습니다.
그런데 중흥건설은 최소 181억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되는 신용보증 대가를 한 푼도 받지 않은 채 중흥토건이 손쉽게 총 2조9천억원 규모의 사업자금을 조달할 수 있도록 도왔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이를 통해 중흥토건과 그 계열회사는 총매출 6조6천780억원, 이익 1조731억원(2023년 말 기준)을 확보한 것으로 공정위는 파악했습니다.
중흥토건의 시공능력평가 순위도 2014년 82위에서 지난해 16위로 급상승했습니다.
특히 중흥토건은 2021년 시공능력평가 순위 5위인 대우건설을 인수하며 40여개 계열회사를 거느린 핵심회사로 단숨에 뛰어올랐습니다.
2023년 지주회사 전환 등으로 기업집단 지배구조가 중흥토건 중심으로 개편돼 2세로 경영권 승계가 완성됐다고 공정위는 봤습니다.
실제로 정원주 부회장은 2022년 국세청 과세처분과 관련한 조세심판원 절차에서 그룹의 사업조직·경영구조를 중흥토건 중심으로 개편하고 계획했다는 사실을 직접 인정하기도 했다고 공정위는 지적했습니다.
공정위 위원회는 신용보강을 무상으로 한다는 점을 직접 보고받은 증거가 없다는 점에서 총수(동일인)인 정창선 회장 개인 고발까지는 하지 않았습니다.
공정위 최장관 기업집단감시국장은 "이 사건은 대규모 부동산 PF 개발시 이용되는 신용보강 수단인 '자금보충약정'을 총수일가 사익편취와 부당 지원행위로 제재한 최초의 사례입니다"라며 "신용보강 행위가 형식·명칭을 불문하고 정상적인 거래관행에서 벗어나 특정 계열회사를 지원하기 위한 수단으로 악용될 경우 법 위반에 해당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습니다"고 말했습니다.
위법 행위를 통해 얻은 막대한 이익에 비해 처벌 수위가 약해 법 개정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에는 "충분히 공감을 하며, 억제력을 확대하기 위해 부당이득을 어떻게 환수할지 추가적으로 검토할 필요성은 있다고 생각합니다"고 답했습니다.
중흥건설은 공정위 처분과 관련해 "충분히 소명하였으나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 같습니다"며 "의결서 접수 후 대응 방안을 마련할 계획입니다"라는 입장을 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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