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복잡한 이야기들, 5가지 그래프로 명쾌하게 풀어내는 오그랲입니다.
어느새 다음 주로 대선이 다가왔습니다. 원래였다면 2027년 3월에 실시되었어야 할 대선이었지만 윤석열 대통령이 탄핵되면서 조기 대선을 맞이하게 되었죠. 이른 대선을 맞이하여 오그랲도 선거 이야기를 준비해 봤습니다.
선거와 함께 풀어낼 수 있는 다양한 데이터들이 있겠지만, 오늘은 선거권을 갖고 있는 유권자들의 세대 이야기가 주인공입니다. 전체 유권자 가운데 가장 규모가 많은 4050 세대의 이야기는 다른 곳에서도 많이 다루어지는 만큼 오늘 오그랲에서는 2030 젊은 세대와 6070 노년 세대에 집중해서 풀어보려고 합니다.
또다시 찾아온 '장미 대선'... 유권자 86% "반드시 투표"
작년 12월 3일 비상계엄부터 올해 4월 4일 대통령 파면, 그리고 6월 3일 대통령 선거까지. 지난 몇 개월 사이에 정말로 많은 일들이 일어났습니다.
이제 새롭게 뽑아야 할 21대 대통령.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투표장에 나올까요? 일단 선관위에서 5월 초에 조사한 결과를 살펴보면 유권자의 86%는 반드시 투표하겠다고 답했습니다.
기본적으로 대선은 다른 선거들보다 투표율이 높습니다. 대통령 직선제 이후인 13대 대선부터 살펴보면 17대 대선까지는 투표율이 꾸준히 줄어들다가 다시 회복하는 모습인데 평균을 계산해 보면 77.0%가 나옵니다. 같은 시기 총선, 지선의 평균 투표율은 50~60%에 불과합니다. 아무래도 대한민국을 대표할 국가 원수를 뽑는 투표이니 만큼 관심도가 많을 수밖에 없을 겁니다.
그래도 그중에서도 투표율이 가장 낮았던 때를 찾아보면 2007년 있었던 17대 대선입니다. 17대 대선은 민주화 이래로 가장 압도적인 득표율 격차로 이겼던 대선인데요. 당시 이명박 후보가 48.67%를 얻으면서 26.14%를 얻은 정동영 후보를 22.53%p 차로 이겼어요.
17대 대선은 득표율뿐 아니라 득표차도 531만 7,708표로 1등이었는데, 지난 2017년에 있었던 첫 번째 장미 대선이 그 기록을 갈아 치웠습니다. 19대 대선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와 홍준표 후보 사이의 득표차는 557만 951표로, 기존 기록에서 25만 표 이상 더 차이를 벌렸죠.
그렇다면 1등과 2등의 격차가 가장 적었던, 가장 치열하게 붙었던 때는 언제였을까요? 바로 지난 대선입니다.
20대 대선에서 당시 이재명 후보와 윤석열 후보의 득표율 차이는 무려 0.73%p, 표 차이는 단 24만 7,077표였습니다. 이 숫자는 민주화 이후 최소 득표차입니다. 참고로 민주화 이전까지 포함해 보자면 박정희 후보와 윤보선 후보가 맞붙었던 5대 대선의 15만 6,026표가 가장 적습니다.
2030 성별로 갈라진 20대 대선, 이번에도 이어질까?
지난 20대 대선 이야기를 조금 더 해보겠습니다. 20대 대선이 특별한 건 기존 대선에서는 극명하게 보이지 않았던 '성별 격차'가 드러났던 대선이기 때문입니다. 기존엔 지역, 그리고 연령대에 따라 정치 성향이 갈렸다면 지난 20대 대선에선 성별에 따라 성향이 갈라졌어요.
이 그래프는 20대 대선 연령별, 성별 출구조사 자료입니다. 일단 연령별로 보면 투표 성향이 명확히 갈리죠? 4050에선 진보 후보의 지지세가 강하고 60대 이상에선 보수 후보의 지지세가 뚜렷합니다.
이번엔 2030 청년층을 보겠습니다. 2030을 보면 성별에 따라 투표 성향이 갈리는 모습입니다. 20대 남성은 과반 이상이 윤석열 당시 후보에게 표를 주었고 반대로 20대 여성은 이재명 후보를 과반 이상 지지했죠. 30대에서도 20대보다는 격차가 덜하지만 성별에 따른 격차가 확인됩니다.
10년 전 대선의 출구조사 결과와 비교해 보면 차이가 느껴집니다. 지금은 성별에 따라 갈렸던 30대가 10년 전에는 진보 후보인 문재인 후보를 압도적으로 지지했어요. 하지만 10년이 흘러 지금의 30대 남성은 보수화되었죠. 20대의 성별 격차는 30대보다 훨씬 더 크게 벌어졌고요.
이러한 흐름은 다른 조사에서도 확인이 됩니다. 지난 대선에 동아시아연구원에서 조사한 성별 이념 성향 차이 결과인데요. 숫자가 크면 클수록 보수인데, 20대 남성은 60대 남성 다음으로 보수성이 높게 나타났어요. 20대 남성과 20대 여성 사이의 정치 성향 차이는 1.25점. 다른 모든 세대들 가운데 가장 컸습니다.
세대별 이념 성향에 대한 기존 통념 중 하나는 "젊은 층은 진보, 고령 층은 보수"라는 게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대선에서 나타난 결과를 보자면 진보 진영 입장에선 믿었던 집토끼를 잃은 셈입니다.
2030의 지지를 되돌리려는 진보 진영 입장에서도 또 청년의 늘어난 보수세를 더 늘리려는 보수 진영 입장에서도 젊은 층은 놓칠 수 없는 유권자이기에 이들을 향한 구애는 계속 이어지고 있습니다. 바로 SNS를 통해서 말이죠. 콘텐츠 소비가 쇼츠와 릴스 중심의 숏폼 콘텐츠로 넘어오면서 진보, 보수 가릴 것 없이 숏폼 공세가 이어지고 있습니다. 청년층의 알고리즘에 하나라도 걸리라는 마음으로 후보자 개인 채널, 정당 채널 가리지 않고 너도나도 숏폼 콘텐츠를 쏟아내고 있어요.
탄핵이 선고된 4월 4일 이후 주요 네 후보 측에서 뽑아낸 유튜브 쇼츠 조회수를 분석해 보면 이준석 후보가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전체 9천만 뷰 가운데 이준석 후보 쇼츠 조회수가 82%를 차지하고 있죠.
조금 더 자세히 살펴보겠습니다. 이 그래프는 네 후보들의 쇼츠 평균 조회수 흐름입니다. 이준석 후보 측의 쇼츠는 꾸준히 상승하여 평균 조회수 20만을 바라보고 있어요. 이재명 후보 측의 쇼츠도 상승세를 타고 2위를 유지 중입니다. 김문수 후보와 권영국 후보도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지만 1, 2위 후보들과의 격차가 큰 상황입니다.
쇼츠의 전체 좋아요를 보면 이준석 후보와 이재명 후보가 양강 체제를 보이고 있습니다.
SNS 플랫폼에서 후보들 간의 치열한 경쟁은 과연 2030 세대의 정치 지형을 어떻게 변화시킬까요? 지난 대선에서 극명하게 드러났던 성별 격차가 이번에는 어떤 새로운 양상을 보일지, 21대 대선의 관전 포인트로 주목할 필요가 있을 겁니다.
늙어가는 대한민국, 2030 넘어선 6070
미래 주요 유권자가 될 2030 젊은 표심에 정치권이 집중한 탓에 상대적으로 노년층은 선거에서 가려져왔습니다. 하지만 이제 그래서는 안 될 겁니다. 왜냐하면 그러기엔 노년층의 규모가 너무나도 커져버렸거든요.
2010년부터 2024년까지 대선, 총선, 지선의 연령별 유권자 비율을 나타내면 이렇게 됩니다. 지난해 4월에 치러진 22대 총선에서는 사상 최초로 6070세대가 2030 규모를 넘어섰어요. 이러한 흐름은 당연히 이번 대선에도 적용됩니다.
2025년 4월 주민등록 인구통계를 가지고 선거인수를 그려보면 이렇게 나와요. 지난해보다 2030은 더 줄어들었고 6070은 더 늘어났죠.
이 인구구조를 지역별로 그려보겠습니다. 회색으로 표시된 게 전체 유권자 중에 6070의 비율이 가장 높은 지역들입니다. 전체 시군구 가운데 절반이 넘는 51.8%가 해당됩니다. 4050이 가장 많은 지역은 41.4%, 2030이 가장 많은 지역은 6.8%에 불과하죠. 정리해 보면 전국의 절반 이상의 지역은 6070세대가 다수를 차지하고 있다는 겁니다.
2017년 대선 때만 해도 4050의 영향력이 가장 컸어요. 4050 세대가 제일 많았던 지역이 전체의 63.5%였고 6070이 많았던 지역은 25.7%에 불과했죠. 하지만 단 8년 사이에 이렇게나 변해버린 겁니다.
물론 단순히 인구 구조만 보고 판단하기는 이릅니다. 왜냐하면 유권자 모두가 투표장에 오는 건 아니니까요. 2030이 많이 있더라도 실제 투표장에 오는 사람이 적을 수 있고 6070이 많이 없더라도 더 많이 투표하러 나올 수 있죠.
최근 4번의 대선에서 연령대별 투표율을 살펴보면 6070세대는 최소 75%를 넘기는 매우 높은 투표율을 기록 중입니다. 지난 19대, 20대 대선에선 80%를 넘길 정도였죠.
노년층의 인구도 과거보다 많아졌고, 게다가 투표장에 나오는 비율도 세대 중 가장 높다면요?
투표장에 오는 사람들로 지도를 다시 그리면 이렇게 바뀝니다. 아까보다 훨씬 더 많은 지역이 6070이 높은 곳으로 변경되었어요.
1,300만이 넘었던 2030 유권자 중 투표장에 오는 사람들은 949만 명으로 확 줄어들고 1,400만의 6070세대 가운데 투표하는 분들은 1,212만 명이나 됩니다.
엄청난 규모로 커지고 있는 6070세대. 나이 든 유권자가 보수적 성향을 보이는 만큼 보수 세력에게 유리한 걸로 볼 수 있을까요? 그렇게 단정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왜냐하면 6070세대에 86세대가 끼어있기 때문이죠. 60년대에 태어나 80년대 대학교를 다닌 86세대들은 민주화 시기에 젊은 시절을 보내면서 진보 진영을 지지해 왔습니다.
지난 대선까지 세대별 투표 변화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이들 86세대들은 60대에 접어들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보수화가 매우 더딥니다. 노년층에서도 진보적, 혹은 중도적 성향을 보이고 있는 이들을 생각하면 6070이 늘어났다고 보수 진영이 웃을 것이다? 이렇게 쉽게 판단하기 어렵다는 거죠.
과연 6070 세대는 이번 대선에서 어느 후보의 손을 들어줄까요?
이번 조기 대선은 비상계엄으로 인한 탄핵으로 치러지는 선거입니다. 계엄에 대한 반응을 살펴보면 연령별로 조금씩 다른 모습을 보이고 있어요.
4050 세대가 평균을 상회하는 82.9%를 기록하며 가장 강력하게 반대했고, 2030 세대 역시 평균보다 높은 반대 비율을 보였습니다. 반면 6070 세대는 다른 연령대에 비해 반대 비율이 현저히 낮았어요.
전체 유권자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하는 4050은 계엄 사태에 대한 반대도 크고, 탄핵에도 적극적인 모습이었어요. 유권자 수도 많고, 투표를 통해 정치를 바꿔본 경험이 있는 이들은 그동안 선거 결과에 결정적인 역할을 해왔습니다. 아마도 이번 대선에서도 그럴 가능성이 크죠.
하지만 오늘 살펴본 바와 같이 4050에 비해 덜 주목받았던 젊은 2030 세대와 6070 노년층의 영향력도 무시할 수 없습니다. 성별로 성향이 갈라진 2030, 그리고 86세대가 포함된 6070. 과연 이들은 이번 선거에서 어떤 선택을 할까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