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사 개인전화로 계속 민원"…유명무실한 교사 보호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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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주도교육청 관계자들이 청사 앞 주차장에 숨진 중학교 교사 분향소를 설치하고 있다.

지난 22일 제주 한 중학교 교사가 학생 가족 민원에 시달리다 숨진 가운데 제주도교육청의 교육 활동 보호 체계가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옵니다.

제주도교육청은 지난 2023년 7월 서울 서이초 교사 사망 사건 이후 8월 31일 교육활동보호종합 지원방안을 내놓고 각 학교는 학교장 책임하에 '민원대응팀'을 구성해 교직원 개개인이 아닌 기관이 대응하도록 했습니다.

또 교육청이 일괄적으로 교원 사생활과 개인정보 보호를 위한 '교원 안심번호 서비스'를 계약해 모든 학교 교원이 사용할 수 있게 하고, 악성 민원이나 교과 활동과 관련 없는 민원 전화에 대응하기 위해 학교 전화기를 녹음되는 전화기로 교체했습니다.

학교별 여건에 맞게 '학부모 민원상담실'을 설치하고 상담 내용이 녹화·녹음될 수 있음을 안내하는 문구를 게시하도록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어제 숨진 교사의 개인 휴대전화에는 지난 3월부터 학생 가족으로부터 걸려 온 전화가 상당수인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유족이 보여준 교사의 휴대전화에는 지난 11일 하루에만 학생 가족의 전화번호가 8차례나 찍혀 있었고, 숨진 교사가 4차례 전화를 걸었습니다.

이는 해당 학교의 민원대응팀이 유명무실하다고 추정할 수 있는 사례이고, 교원 안심번호 서비스 역시 아무 소용이 없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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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청의 대응 역시 안이했던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해당 교사에 민원을 제기했던 학생 가족이 지난 16일 금요일 저녁 교육청 당직실로 전화하자 다음 날부터 주말인 점을 고려해 월요일인 19일에 제주시교육지원청으로 민원 내용을 전달해 처리하도록 요청했을 뿐입니다.

이후 제주시교육지원청이나 해당 학교의 민원 처리 과정에 대한 어떠한 보고도 받지 못했으며, 사건이 발생하고 나서야 처리 과정을 파악했던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컨트롤타워인 제주도교육청의 역할 역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전교조 제주지부의 한 관계자는 "교육청이 여러 가지 장치들을 마련했지만, 여전히 학부모 상담을 하다가 갈등이 불거지면 그때 교장, 교감에게 넘기는 구조여서 그런 장치들이 현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 같다"고 평가했습니다.

그는 "일과 이후에 전화가 오면 안 받아도 되지만 향후 상황이 악화할 것을 우려해 책임감 때문에 전화를 받는 선생님들이 많은 것 같고 오히려 그래서 일이 더 악화하는 경우가 계속 발생하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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