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한 미국 유학생들, 전학이나 귀국 고민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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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미 행정부가 22일(현지시간) 정부의 요구에 반기를 든 하버드대를 상대로 외국인 학생 등록을 받지 못하도록 인증을 취소했다는 소식에 미국 유학생과 학부모들이 경악 속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딸이 하버드대에서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류 모(55) 교수는 오늘(23일) 전화통화에서 "너무 황당하다"며 "뉴스 보고 아침에 딸이랑 통화를 했는데 지금 당장은 할 수 있는 게 없어서 답답하다"고 토로했습니다.

류 교수는 "딸의 지도교수들도 뾰족한 얘기를 못해주고 있어 유학생들은 불안하기만 한 상태"라며 "유학생들은 빨리 다른 학교로 옮기거나 아예 접고 귀국해야 하는지를 고민하고 있다고 한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반유대주의 시위에 참가한 학생들의 명단을 넘기라는 트럼프 정부의 요구에 하버드대만 응하지 않으면서 이 사태가 벌어진 것"이라며 "하버드대가 아이비리그 등 다른 대학과 연대해서 정부와의 싸움에 대응해야 하는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딸이 이번 여름방학에 집에 올 계획이었는데 당장 비자 문제부터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이라 우리는 오지 말라고 하고 있다"고 덧붙였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외국인 학생 등록 불허 조치를 다른 학교로 확대하겠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미국 유학을 준비하는 학생과 유학원들도 당혹스러워 하고 있습니다.

올가을 학기 캘리포니아 소재 대학 박사 과정에 진학할 예정인 A(25)씨는 "미국 국적의 석사생 친구가 '외국인 다음에는 내국인을 내쫓지 않겠냐'고 하더라"라며 "학문·표현의 자유는 미국을 미국답게 해주는 정신이라고 생각하는데 트럼프의 행보는 이와 대척점에 있다고 생각한다"고 비판했습니다.

그는 "진학 예정인 학교 측의 미적지근한 반응도 씁쓸하다"며 "학교가 미국 정부의 국제학생 관련 조치를 계속 공지해주지만, 학생들을 적극 보호하겠다는 입장은 아니다. 관련 정보들을 전해줄 테니 학생들이 정확히 알고 대처하라는 인상을 받는다"고 밝혔습니다.

미국 대학에서 보건 분야 박사 과정을 밟고 있는 B(29)씨도 "학생 및 교환 방문자 프로그램(SEVP) 인가는 비자 발급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는 만큼 유학생에게 생명줄이나 다름없다"며 "특정 시위에 외국인이 포함됐다는 이유로 전체 유학생을 등록 취소하겠다는 것은 유학생을 정치적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것"이라고 분통을 터뜨렸습니다.

이어 "트럼프가 가뜩이나 미국국립보건원(NIH) 연구 보조금을 삭감하겠다고 예고했는데 유학생 채용 자체가 리스크가 되면 국제 학생이 학업과 생계를 이어가기 더 힘들어질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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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뉴욕대에서 석사과정을 밟고 있는 손 모(55) 씨는 "미국이 과연 자유민주주의 국가 맞나?"라며 "대학이 반유대주의 조장하고 중국과 협력했다며 보복을 가하는 것도 유치하고 어처구니가 없지만 왜 애꿎은 전체 유학생이 타깃인가"라며 분개했습니다.

그러면서 "지식층 탄압으로 사회분열 조장하는 인류 역사상 가장 어이없는 대통령(도널드 트럼프)이다"라며 "그동안 자식 유학시키며 퍼부은 달러가 아깝다. 당장 학교 그만두고 귀국시키고 싶다"고 밝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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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원들도 난처하기는 마찬가지입니다.

목동에서 유학원을 운영하는 박 모(69) 씨는 "매우 충격적인 소식"이라며 "20년간 유학원을 운영하면서 이런 경우는 처음"이라고 말했습니다.

박 씨는 미국 행정부의 이번 조치가 미국에서 중고등학교를 다니는 조기 유학생들에게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봤습니다.

그는 "하버드대는 유학생들의 꿈과 같은 대학"이라며 "조기 유학생들은 그곳에서 대학까지 진학하겠다는 목표로 체류하는 이들이 많은데 이처럼 대학 입학문을 닫아버린다면 영어권 다른 국가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밝혔습니다.

학생들을 주로 미국에 보내왔던 그는 "그동안 달러 환율이 높아 유학을 기피하는 분위기가 있었으나 최근에 안정되면서 다시 미국을 집중적으로 보고있던 참이었다"며 "마음이 좋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이어 "그간 트럼프 행정부의 행보를 봤을 때 하버드대에 국한된 정책으로 보이지 않는다"며 "영국, 캐나다 등 다른 영어권 국가로 돌리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강남의 한 유학원 관계자는 "한국 유학생에게도 이러한 조치가 적용되는지 확인하고 있다"며 "정확한 상황을 파악한 후에 대응방침을 정할 예정"이라고 밝혔습니다.

누리꾼들도 갑작스러운 미국 행정부의 조치에 충격에 빠졌습니다.

유튜브 이용자 ' sea***'는 "이게 무슨 민주국가인가. 독재국가지"라고 남겼고, 또 다른 이용자 'qkr***'는 "자신의 뜻에 반하는 지식인을 없애버린다니 완전히 문화대혁명"이라고 썼습니다.

'38***'는 "미국이 세계 최고인 이유는 전 세계 인재를 불러들여 사용한 덕분인데, 트럼프는 미국을 붕괴시키고 있다"고 했고, 엑스(X·옛 트위터) 이용자 'hey***'는 "유학생과 이민자로 먹고사는 나라가 저러면 어떡하나"라고 비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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