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진로드 걷는 댕댕이…이젠 '화동' 아닌 '화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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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토리의 입장 모습

지난달 말 결혼한 이 모(32)씨는 7살 비숑 프리제 토리를 화동으로 버진로드에 세웠습니다.

인생의 새로운 시작을 '친정 식구'인 반려견과 함께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반지를 목에 걸고 신부 쪽으로 뛰어올 거란 기대와 달리, 턱시도 차림의 토리는 몇 발짝 걷다가 버진로드 바깥으로 새는 돌발행동을 보였습니다.

결국 하객의 품에 안겨 돌아왔고, 예식장엔 웃음꽃이 피며 분위기는 한층 화기애애해졌습니다.

지난해 국내 반려동물 가구 비율이 역대 최대(28.6%·농림축산식품부)를 기록하며 반려견과 함께하는 결혼식 역시 늘고 있습니다.

단순히 가족 일원으로 참석하는 것을 넘어, 이 씨처럼 화동 역할을 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한 자녀 가정의 신랑·신부라 화동 역할을 할 조카가 없는 경우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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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중구의 A 웨딩홀 관계자는 "1년에 한두 건 있던 반려견 화동이 요즘은 한 달에 한두 건 정도"라고 18일 전했습니다.

화동(花童)이 아닌 화견(花犬)이란 말이 어색하지 않게 된 셈입니다.

정 모(29)씨도 오는 11월 결혼식에 미니어처 푸들인 '김돌돌'을 화견으로 세울 계획입니다.

정 씨는 "돌돌이는 15년 가까이 같이 산 가족인 만큼, 제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날도 함께해야 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습니다.

반려견과 함께하는 결혼식이 쉬운 일은 아닙니다.

반려동물을 받아주는 예식장이 흔치 않고, 받아주더라도 요구 사항이 제각각입니다.

A 웨딩홀의 경우 배변 실수 우려에 화견 입장 때를 제외하고는 바닥에 내려놓지 못하게 하고 있습니다.

'개모차' 지참은 필수입니다.

다른 웨딩홀은 광견병 예방 접종까지 의무화했습니다.

반려견이 결혼식장에서 돌발행동을 하지 않도록 하는 '팁'도 SNS에 공유되고 있습니다.

리허설을 통해 낯선 사람과 큰 박수 소리에 놀라지 않도록 하고, 미리 준비한 간식으로 스트레스를 줄여줘야 한단 식입니다.

반려견을 위한 '화동 입장곡'도 있습니다.

'마루는 강쥐-혜원', '강아지 차차-뽀로로' 등이 '18번'으로 꼽힙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반려견과 함께하는 결혼식에 대해 "가족의 구성원이 가족 행사에 빠지는 것은 정당하지 않다는 인식이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다만, 털 알레르기나 동물 공포증이 있는 하객에게는 배려가 부족한 결혼식이 아니냐는 지적 역시 온라인을 중심으로 나오고 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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