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종전협상에 앞서 언론 인터뷰 중인 메딘스키 보좌관
종전 협상을 위해 우크라이나와 3년 만에 마주 앉은 러시아가 원하는 것을 얻지 못한다면 영원히 전쟁을 할 수도 있다고 으름장을 놓은 걸로 전해졌습니다.
미국 워싱턴포스트는 익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튀르키예 이스탄불에서 열린 양국 대표단 협상에서 러시아 측 대표인 메딘스키 크렘린궁 보좌관이 "아마도 이 테이블에 있는 누군가는 사랑하는 사람을 더 많이 잃을 것"이라며 "러시아는 영원히 전쟁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고 보도했습니다.
텔레그래프도 메딘스키 보좌관이 회담장에서 "우리는 시간이 얼마나 걸리든 싸울 준비가 돼 있다"며 "스웨덴에서는 21년 동안 싸웠다. 당신들은 얼마나 싸울 준비가 돼 있냐"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메딘스키 보좌관은 회담 직후 국영방송 인터뷰에서, 미국과 유럽이 아무리 제재로 압박하더라도 러시아가 원하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다면 오랫동안 싸울 준비가 돼 있다는 점을 설명하기 위해 300여 년 전 일어난 러시아와 스웨덴 간 21년에 걸친 전쟁을 거론했다고 확인했습니다.
1700년 러시아와 스웨덴 간 벌어진 북방전쟁은 1721년까지 21년간 지속됐습니다.
당시 러시아 황제는 표트르 대제로, 푸틴 대통령은 스스로를 표트르 대제에 비유한 바 있습니다.
협상에서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점령지를 내놓으라고도 압박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러시아가 침공 후 일부 지역을 점령하고 있는 우크라이나 영토인 도네츠크, 루한스크, 자포리자, 헤르손 등 4개 지역을 포기하고 러시아에 넘기라는 요구입니다.
우크라이나 측이 이에 항의하자 러시아 협상단은 "다음번에는 5개 지역이 될 것"이라고 윽박질렀다는 겁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러시아 간 3국 정상회담이 불발되면서 맥이 빠진 채 시작된 협상은 양측이 1천 명씩 포로를 교환하기로 한 것 외엔 핵심 쟁점에 대한 입장 차만 확인한 채 90분 만에 끝났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