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 저편엔 또 무슨 일이 벌어졌나, 우리와는 어떤 관계가 있을까. 깊이 있고 생생한 글로벌 지식뉴스를 전해드립니다.
세계 최대 미국 해군기지에 올해 한국 언론으론 유일하게 SBS가 다녀왔습니다. 트럼프 2기 행정부와 관세 협상을 앞두고 조선업 협력이 대응책으로 거론되는 상황이라 특히 관심이 큰 곳입니다. 현지 취재한 워싱턴 남승모 특파원 연결해 미국 노퍽 해군기지 모습과 한미 협력 전망 알아봅니다.
'세계 최대 해군기지' 미 노퍽 기지를 가다
Q. 미국 노퍽 해군 기지, 어떤 곳인지?
A.
미국 버지니아 주 남동부 해안 쪽에 있는 'Naval Station Norfolk'이 정식 명칭이고요. 보통 '노퍽 해군기지'라고 부르는데 미국뿐 아니라 전 세계에서 가장 큰 해군 기지입니다. 17.4km² 정도 됩니다. 2.9km²인 여의도보다 약 6배 큰, 어마어마한 크기죠.
그 안에 14개의 부두가 있고 함정은 70여 척, 75척이라고 나오는 데도 있는데 그만큼 많은 배들의 모항으로 운용되는 곳입니다. 니미츠급 끝나고 가장 최신예 항공모함인 제럴드 포드함도 제가 직접 봤고요. 아메리카급 상륙 강습함이라고 하는 LHA, 우리가 보기에는 누가 봐도 항공모함인데 미국은 끝까지 상륙함이라고 주장하는 함정도 보였고요. 사실 F-35도 뜨고 내리기 때문에 항공모함 급이라고 봐야 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없는 건데 순양함이라고 해서 Cruiser죠. 굉장히 배수량도 크지만 요즘은 대체로 퇴역을 하면서 구축함으로 대체가 되고 있는 순양함도 볼 수가 있었고, 이지스급 구축함들, 알레이 버크급 구축함들도 많이 보였고요.
밀리터리에 관심 있는 분들이 보면 '내가 보고 싶었던 거 여기 다 모여 있다' 얘기할 수 있을 만큼 많은 배들이 있었고, 항공모함만 놓고 보자면 항공모함 5척이 노퍽 기지를 모항으로 두고 있습니다. 관계자의 설명으로는 네다섯 척 정도가 이곳을 왔다 갔다 하면서 다닌다고 할 만큼 세계에서 최대 규모라고 할 수가 있습니다.
이곳은 함대 전력사령부의 사령부가 위치한 곳으로 미국 해군력의 상징이자 가장 중요한 곳입니다. 전 세계 20여 명 정도가 이번에 취재를 왔는데 한국에서는 SBS만 취재 허가를 받았고 대부분 동맹국 위주로만 왔어요. 중국, 러시아는 아예 찾아볼 수도 없었고 현재 전 세계의 지정학적 문제, 분쟁 등을 감안해서 상당히 예전과 달리 타이트해졌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미 해군력 핵심' 항공모함·구축함 직접 타 보니
Q. 거기 있는 항공모함, 구축함 같은 실제 운용되는 군함들도 직접 타보신 거죠?
A.
네. 조지 H.W.부시, 아버지 부시 대통령의 이름을 딴 항공모함에 올랐습니다. 10번째 니미츠급 항공모함이자 니미츠급으로는 마지막 항공모함입니다. 제럴드 포드 항공모함을 제외하면 가장 최신이죠. 2009년 1월에 취역한 현역 항공모함입니다. 미국은 핵추진 항공모함이어서 2기의 원자로, 4개의 증기 터빈이 있습니다. 어마어마하게 거대하죠. 18개의 층으로 돼 있습니다. 층고가 낮아서 18층짜리 빌딩 규모는 아니지만 어쨌든 그만큼 거대한 구조물이었고요.
탑승구를 지나서 올라가 항공기 격납고에 갔습니다. 비행 갑판 밑에 있고 거기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항공기들이 내려오면 거기서 정비도 하고 수납공간처럼 있기도 한 공간이었는데 들어갔더니 부산하더라고요. 뭘 옮기고 치우기도 하고 저희 데리고 온 안내자들은 사람들 만나서 얘기도 하게 해 주고, 한참 일하고 있는데 우리가 와서 보는 느낌이어서 새로웠습니다.
격납고를 지나서 위로 올라갔더니 비행 갑판이 쫙 펼쳐졌는데 길이 332.8m, 폭 76.8m, 대략 축구장 3개 정도 면적이었는데요. 우리나라 독도함 길이가 199m니까 130m 이상 길다고 봐야 될 것 같습니다. 일명 '떠다니는 군사기지'의 압도적인 규모였습니다.
미국 주력 구축함이 알레이 버크급 구축함인데 우리나라 세종대왕급 구축함하고 상당히 유사합니다. 제가 탔던 구축함은 베인 브리지함인데 2005년에 취역을 한 배입니다. 좀 오래되기는 했지만 현역으로 뛰고 있고 보통 배들은 운용 기간이 길기 때문에 아직까지도 쌩쌩한 배라고 할 수 있습니다. 스파이-원 레이더를 장착하고 마크 41 수직 발사 시스템을 갖고 있습니다. 미 해군의 현역으로 뛰고 있는 배들의 모습을 생생히 볼 수 있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함정들은 최강입니다만..." 한국 조선과 협력하려는 이유는?
Q.
최근 트럼프 2기 관세 공세에 대한 대비책으로 한미 간의 조선 협력이 많이 거론되잖아요? 특히 미국 해군 함정들 유지 보수 또는 건조 얘기도 나오는데 현지에서 보기에는 전망이 어때 보이던가요?
A.
이번 취재 신청을 하면서 제일 관심이 있었던 게 두 가지였습니다. 트럼프 정부의 해군 정책 방향, 한미 조선 협력의 가능성. 직접 물어보지는 못했습니다만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게 있었습니다. 누가 봐도 규모나 함정들의 면면을 봐서는 세계 최강이라는 데는 이론이 없어요. 보면 압도적입니다.
그런데 막상 보면 상당수 함정들에 녹이 보였습니다. 물론 바다라는 작전 환경상 당연한 걸 수도 있고 저 정도 녹이 어느 정도를 의미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좀처럼 한국에서는 볼 수 없는 약간 녹이 슨 모습들이 상당히 많이 눈에 띄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작전 준비 태세에 문제가 있다고 얘기할 수는 없겠지만 정비가 조금 아쉬운 면이 있어 보이는 것을 현장에서 확인할 수 있었고, 미국 의회 쪽에서 나온 얘기인데 MRO(Maintenance·Repair·Overhaul; 유지·보수·정비), 유지는 항구에 들어온 배들에 간간하게 보는 페인트나 녹 방지 작업하고 조일 거 있으면 조이고 고칠 거 있으면 고치고, 보수는 굵직한 사안들, 오버홀은 전체적으로 배를 손보는. 항공모함은 50년 이상 쓰니 이런 정비가 생애 주기별로 이루어져요.
캐서린 바리오스 | 미 해군 대위
모든 함정은 그런 전체적인 생애 정비 주기를 거칩니다. 임무를 수행하러 나갔다 돌아오면, 유지 단계에 들어가게 됩니다.
들어올 때마다 정비하는 게 아니라 몇 년부터 몇 년까지는 어느 정비. 미국 함정의 40% 미만만 제때 받고 나머지는 제대로 정비 시기를 놓친다는 뜻입니다. 잠수함은 3분의 1 가량이 수리나 보수 때문에 바로 작전에 투입되기 어려운 상태라는 얘기가 있었고 이러다 보니까 주요 함정 건조 등도 수년씩 지연되는 문제점이 있다는 겁니다.
세계 최강 미국이 왜 이러냐? 미국 내 조선 인프라가 다 지금 붕괴된 상태거든요. 조선소, 숙련 인력이 부족한 게 문제라고 미국 의회에서도 얘기하고 있습니다. 바로 이런 점 때문에 한미 간 협력 가능성 얘기가 많이 나오는 거고요. 현장에서도 그걸 보면서 그럴 수 있겠다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미국이 중국과 패권 경쟁 중이잖아요. 제일 중요한 게 해군입니다. 미국은 본토 방어야 공군도 육군도 하지만 중국과 부딪힌다면 전면전보다는 타이완을 놓고 부딪힐 가능성이 높거든요. 그러면 최일선은 아무래도 해군이 될 수밖에 없고 해군 전력이 굉장히 중요한데 이미 함정 수로만 놓고 보면 중국이 미국을 앞섰어요. 물론 전체적인 규모나 전력 경험치 등 따져보면 중국 해군이 미국한테는 턱없이 부족하지만 어쨌든 미국 입장에서도 좀 급하거든요.
그러다 보니 트럼프 대통령도 동맹국에서 최신 함정 사고 싶다는 얘기도 했었고 한국과의 조선 협력을 강조했었어요. 미국 해군 장관도 청문회 때 동맹국과의 협력에 대해 "모든 선택지가 다 고려 대상이 돼야 한다. 우리 조선 능력은 이미 너무나 뒤처졌고 외국 파트너들이 가진 전문성과 기술을 확실히 살펴봐야 된다"고 말했습니다. 우리가 할 수 있는 것도 중요한데 수요자인 미국이 필요로 한다는 점에서 우리에게 기회가 될 수 있겠다고 생각했습니다.
Q. 말씀하신 MRO에는 우리나라 조선업체들이 이미 참여를 하고 있죠?
A.
네. 한화오션이 미국 해군의 군수지원함 4만 톤급 월리 쉬라호를 6개월간의 과정을 거쳐서 정비를 끝냈습니다. 지난 3월에 출항을 시켰고요. 단순한 유지 보수부터 시작해서 주요 장비 점검·교체, 시스템 업그레이드, 전반적인 걸 다 시킨 거예요. 미군 쪽에서 만족감을 표했고, 한화오션은 그 이후에 미 해군 7함대 소속 급유함인 유콘호를 정기 수리하는 사업도 수주했습니다.
MRO를 하려면 자격이 돼야 되거든요. HD 현대중공업도 자격은 다 됐습니다. 할 수 있는 조건은 다 갖춘 셈이죠. 사실 MRO는 미국 입장에서도 다 본토로 갖고 와서 하기가 쉽지 않아요. 미국 7함대는 태평양에 있는데 그걸 끌고 미국까지 가서 한다? 시설이 있어도 비경제적일 수 있어요. 그리고 우리가 MRO 맡는 것들이 대부분 필수 전투함이 아닌 군수 지원함입니다. 군사적으로 크게 기밀일 게 없는 배 위주로 하고 있거든요. 그런 배는 당연히 동맹국 가까운 데서 하면 미국 입장에서도 남는 거죠.
우리 기업들 입장에서 보면 MRO가 크게 돈이 안 됩니다. 독(Dock; 선박 건조장)은 조선사들이 제한된 자기들의 설비거든요. 그런데 거기다가 배를 하나를 묶어 놓으면 아까 말씀드린 쉬라호 같은 경우에 6개월 동안 했다는데 6개월 동안 독이 묶이는 거예요. 가뜩이나 조선업이 호황이어서 LNG선 등을 만들어서 파는데 그걸 딱 묶어놓으면 그만큼 손해겠죠. 큰 이익이 되기는 어렵습니다.
그럼에도 우리가 참여하는 건 다음 단계로 나가기 위한 발판이 될 거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인 거죠. 제일 중요한 거는 신규 함정을 수주하는 건데 '군함은 미국 내에서 건조해야 된다' 등의 미국 법들이 있어서 쉽지 않아요.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동맹국에서 하고 싶다고 했죠. 그만큼 급하다는 얘기입니다. 미국 입장에서 함정을 빨리빨리 조달을 해야 되는데 당장은 안 되거든요. 자기들 조선소 능력이나 이런 걸 봤을 때.
두 가지 마음이 미국에서 교차하는 거예요. 어쨌든 메이드인 아메리카 하고 싶은 거죠. 미 해군 장관만 해도 한화오션이 필리 조선소를 인수한 걸 예로 들면서 미국 내에서는 이렇게 해야 된다는 식으로 얘기를 해요. 근데 아무리 메이드인 아메리카를 하고 싶어도 자동차랑은 다르거든요. 기반시설이 그렇게 빨리 되지도 않고 결정적으로 숙련 노동자가 없기 때문에 안 됩니다. 조선소는 야외잖아요. 그 넓은 뙤약볕에서 용접 작업하고 이런 것들을 미국 노동자들이 원치 않고, 할 만한 숙련 노동자도 없어요. 그러다 보니 쉽지가 않습니다. 결국 수입을 해야 되는데 그건 또 정책에 맞지 않는 거고요.
그러다 보니까 이 협력 관계를 어떻게 가져갈 수 있느냐에 대한 여러 얘기가 있는데 사실 방법이 여러 가지입니다. 팔거나 짓거나 이게 아니라 부분품을 만들어서 보내는 방법도 있어요. 그리고 우리가 협력 업체처럼 참여하는 방법도 있습니다. 물론 우리 입장에서는 완성품을 파는 게 제일 좋죠.
어떻게 될지는 두고 봐야겠지만 급한 건 미국 쪽이기 때문에 우리한테 불리하지 않은 상황이다 이런 얘기를 하면 많은 분들이 얘기합니다. '근데 어차피 미국이 사가는 게 깡통 배 아니냐. 우리가 군함의 껍데기 만들면 나머지 무기체계나 이런 건 다 자기들 거 붙이겠다는 거 아니냐?' 맞습니다. 그럴 가능성이 상당히 높죠. 그런데 다만 우리 정조대왕함 이지스함이죠. 그런 것 같은 경우에 굉장히 고스펙이고 미국도 만족해합니다. 물론 그 무기 체계를 그대로 사 갈지는 불분명하지만 일정 부분은 우리 거를 할 가능성도 배제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설사 다 안 되더라도 중요한 건 진입 장벽이에요. 우리가 미국 군수 시장에 직접 판매를 했다면 가장 까다롭고 납품하기 어려운, 세계 최강의 미 해군에 납품했다는 것 자체가 굉장한 위상의 변화를 가져옵니다. 국제 방산 시장에서 우리의 위상이 달라지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측면에서는 수익성이 예상만큼 안 된다고 해도 큰 이득이 될 수 있다는 점을 볼 필요가 있습니다.
한국 조선업, 관세 전쟁에서 '지렛대' 역할 할까?
Q. 이 첨단 항공모함을 비롯한 미 해군의 각종 함정들은 전부 다 미국 안에서 만들어진 건가요? 미국의 조선업이 쇠퇴했다고는 해도 여전히 이런 함정들을 만들 수 있는 기반시설과 인력은 여전한 모양이죠?
A.
미국에 조선소가 없는 건 아닙니다. 규모가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작고 공정의 효율화가 떨어질 뿐이지 없는 건 아니에요. 근데 미국은 미 정부와 조선소가 거의 직거래하는 시스템에 가깝습니다. 왜냐하면 선박도 미국에서 만들어야 되고 함정은 말할 것도 없고요.
그렇게 묶여 있다 보니까 미 해군은 최고의 품질을 요구하지 가격 협상 면에서는 그렇게 까다롭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공정에서의 혁신, 효율, 가성비를 좋게 만드는 노력은 자연적으로 도태되는 부분이 생깁니다. 그러다 보니 가격이 막 올라요. 전체적인 경쟁력 면에서는 떨어지죠.
하지만 미국이 군함을 만드는 데 있어서 기술력이 형편없냐? 그거는 아닙니다. 10만 톤급, 11만 톤급 핵추진 항공모함을 만드는 나라니까 안 되는 건 아닌데 납기와 가격에 문제가 있습니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대안으로 내세울 수 있는 게 동맹국 중에서 따져보면 한국, 일본 정도예요. 전문가들은 조선 능력 면에서 우리나라가 유일한 대안일 수밖에 없다고 얘기를 합니다. 미국이 해군력 증강을 위해서 파트너를 택한다면 사실상 우리나라밖에 없다라는 말들을 많이 하는 게 그런 이유고요.
시진핑 국가주석이 2027년도에 타이완을 합병하기 위해서 지시를 내렸다는 얘기가 나오잖아요. 미국 입장에서 신경을 쓴다면 그전까지 뭔가 조치를 해놔야 돼요. 그에 맞춰서 급격하게 늘리려면 자기네들만으로는 불가능합니다. 그런 면을 봤을 때는 우리에게 상당히 기회가 있다는 거고요.
미국이 2025년도 회계 연도에 책정한 함정 건조 예산만 50조 원 정도입니다. 물론 미국 내 조선업체한테 먼저 배분이 되겠죠. 하지만 납기 부분이 있거든요. 우리가 K9 자주포, K2 흑표전차 할 때 가장 깜짝 놀라게 했던 게 납기를 맞춘 거거든요. 우리가 제조 시설, 역량이 있기 때문이에요. 조선업도 우리는 그게 됩니다. 미국 입장에서는 우리가 상당히 메리트 있는 파트너일 수밖에 없는 거죠.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