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3일 인도 펀자브주 아담푸르 공군기지를 방문한 나렌드로 모디 인도 총리(맨 왼쪽)가 군인들을 향해 주먹을 쥐어 보이고 있다.
전면전 직전까지 갔던 인도와 파키스탄이 극적으로 휴전에 이른 것을 놓고 트럼프 미 대통령이 연일 미국의 중재 덕분이라며 외교 성과로 내세우는 가운데, 인도 정부가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며 반박하고 나섰습니다.
인도 힌두스탄타임스 현지 언론들은 오늘(14일) 사우디아라비아를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이 어제 수도 리야드에서 열린 '사우디아라비아·미국 투자 포럼'에서 "우리는 인도와 파키스탄 사이의 폭력 확산을 멈추기 위해 역사적인 휴전 합의를 성공적으로 중재했다"며, "나의 가장 큰 희망은 평화 중재자이자 통합자가 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2일에도 기자들에게 무역을 지렛대 삼아 미국이 중재를 끌어냈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단순히 휴전을 중재했을 뿐 아니라 카슈미르 분쟁 문제에 대해서도 중재를 제안했다고 강조했습니다.
하지만 인도 정부는 트럼프 대통령의 주장이 사실이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인도 외교부는 인도와 파키스탄 간의 긴장 고조 상황 당시 J.D. 밴스 미국 부통령과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S. 자이샨카르 인도 외무장관이 대화한 것은 맞지만, 그 대화에서 무역 관련 논의는 없었다고 강조했습니다.
또 트럼프 대통령이 카슈미르 분쟁 관련 중재를 제안했다는 주장에도 "잠무 카슈미르 연방 직할지에 관련된 모든 문제는 인도와 파키스탄이 양자 간에 해결해야 한다는 것이 우리의 오랜 국가적 입장"이라며 "이 정책에 변화는 없다"고 말했습니다.
이처럼 두 나라의 입장이 다른 가운데 로이터 통신은 미국, 인도, 파키스탄 고위 관계자 14명을 취재한 결과, 미국이 평화 유도에서 결정적 역할을 했다고 보도했습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루비오 장관은 인도와 파키스탄 간 긴장이 고조되자 지난 6일부터 8일까지 셰바즈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 및 양국 외무장관, 국가안보보좌관들과 통화했습니다.
하지만 7일 인도군은 파키스탄 내 '테러 기반시설'이라 주장하는 곳들에 미사일 공격을 감행했고, 양국 간 본격적인 무력 충돌이 시작됐습니다.
미국 관료들은 9일 양국 갈등이 통제 불능으로 치달을 위험이 있다고 판단했고, 루비오 장관과 밴스 부통령은 백악관 오벌 오피스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함께 모디 총리에게 전화를 걸기로 결정했습니다.
루비오 장관은 10일 새벽까지 인도 및 파키스탄 관리들과 '마라톤 전화 외교'를 벌이며 휴전을 끌어내기 위한 협상을 이어갔습니다.
하지만 파키스탄군에 따르면 10일 새벽 인도는 초음속 브라모스 미사일을 이용해 파키스탄 수도 이슬라마바드 외곽에 있는 누르칸 공군기지 등 3곳을 공격했고, 파키스탄군은 인도 공군기지 등 26곳을 공격하는 대규모 보복 군사작전을 펼쳤습니다.
또 샤리프 파키스탄 총리가 핵무기를 감독하는 최고 군사·민간 기관인 국가지휘권 회의를 소집했다는 보도도 나왔습니다.
이 보도가 나오자 루비오 장관은 파키스탄의 숨은 실세로 평가받는 아심 무니르 육군참모총장과 통화하며 긴장 완화를 촉구했습니다.
또 이샤크 다르 파키스탄 외교부장관, 자이샨카르 인도 장관과도 통화했습니다.
다르 장관은 현지 언론 인터뷰에서 "루비오 장관이 '인도 측은 멈출 준비가 돼 있다'고 하자, 나는 '그들이 멈춘다면 우리도 멈추겠다'고 말했다"고 밝혔습니다.
인도 당국자도 "파키스탄이 공격 중단 의향이 있으니, 인도도 중단하라는 메시지를 루비오 장관이 전달했다"고 전했습니다.
이에 인도·파키스탄 양국 군사작전국장이 10일 오후 직접 통화했고, 휴전 합의로 이어졌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소셜미디어인 트루스소셜을 통해 "미국의 중재로 이뤄진 긴 협상 끝에 인도와 파키스탄이 '전면적이고 즉각적인 휴전'에 합의했음을 발표하게 돼 기쁘다"며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휴전 사실을 발표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