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용의자 발견한 최정훈 경위
"어, 저놈 어디서 본 것 같은데…"
지난 3월 23일 오후 9시 40분쯤 경기도 수원시 장안구의 한 카페 앞, 비번 날을 맞아 카페에서 공부하다가 딸과 통화를 위해 잠시 밖으로 나온 수원중부경찰서 최 모(56) 경위는 낯익은 남성이 지나가는 모습을 보고 전화를 끊은 뒤 본능적으로 그의 뒤를 밟기 시작했습니다.
최 경위는 행궁파출소에 전화를 걸어 동료들에게 지원을 요청하고는 다시 딸에게 전화를 걸어 미행을 들키지 않도록 자연스럽게 통화했습니다.
50m쯤 뒤쫓았을 때 해당 남성이 택시를 타려고 하자 최 경위는 더는 지원을 기다릴 수 없다고 판단하고 급히 달려가 그의 팔을 뒤로 꺾었습니다.
최 경위는 "경찰입니다. 당신을 긴급체포합니다"라고 말하며 미란다 고지를 했습니다.
최 경위에게 붙잡힌 남성은 최근 출소한 것으로 알려진 40대 A 씨로, 같은 달 20일 오후 7시 28분 행궁파출소 관내인 수원시 팔달구 소재 무인 옷 가게에서 검은색 티셔츠를 훔쳐 달아났습니다.
이튿날 가게 주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최 경위는 CCTV를 유심히 보면서 사건 용의자인 A 씨의 인상착의를 숙지했습니다.
당시 A 씨는 모자를 쓰고 있어서 얼굴이 잘 드러나지는 않았지만, '검은색 모자', '붉은색 가방 어깨끈' 등 옷차림새와 장구류에 특징이 있었습니다.
이로부터 이틀이 지나 비번 날을 맞은 최 경위는 집 주변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도서관이 문을 닫자 카페로 이동해 남은 공부를 더 하던 중, 때마침 주변을 지나던 A 씨를 발견한 것입니다.
최 경위는 퇴직 이후 태국에서의 사업을 위해 독학으로 태국어 공부에 매진 중이어서, 비번 날이면 도서관을 찾는다고 합니다.
최 경위는 "전화 통화 중 지나가는 사람을 보니까 사건 용의자인 A 씨가 맞더라. 인지하고 나니 몸이 자연적으로 따라가게 됐다"며 "그러면서 무인 옷가게 사건 내용을 잘 알고 있는 우리 행궁파출소에 전화를 걸어 지원을 요청했다"고 말했습니다.
최 경위에게 붙잡힌 A 씨는 아무런 말도, 저항도 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최 경위는 때마침 도착한 동료 경찰관들에게 A 씨를 인계했습니다.
조사 결과 A 씨는 이 사건 외에도 지난 2월 11일 수원 시내 도서관에서 휴대전화와 신용카드를 훔친 혐의로 수배 중인 상태였습니다.
경찰은 A 씨를 절도, 사기,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최 경위는 "근무할 때만 경찰관이 아니라 언제나 시민의 안전을 지키는 경찰관으로 있을 것"이라며 "나 말고 다른 경찰관도 똑같이 행동했으리라 생각한다"고 전했습니다.
경기남부경찰청은 경찰 활동을 알리는 '나는 경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최 경위의 사례를 오늘(14일) 소개했습니다.
(사진=경기남부경찰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