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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일터가 당신에게도 안전할 수 있을까? [스프]

[갑갑한 오피스] (글 : 배가영 직장갑질119 대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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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 중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는 '직장', 업무 스트레스도 만만찮은데 '갑질'까지 당한다면 얼마나 갑갑할까요? 시민단체 '직장갑질119'와 함께 여러분에게 진짜 도움이 될 만한 사례를 중심으로 소개해드립니다.

출판사에서 근무 중인 A 씨는 관리자로부터 본인이 작업한 도서의 저자 소개를 수정하라는 지시를 받았다. 저자가 자신을 성소수자라고 밝혔는데, 그 문구를 삭제하라는 요구였다. 관리자는 삭제 사유조차 설명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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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 씨가 직장갑질119에 상담을 청한 이유는 상급자의 지시가 부당 지시인지, 그래서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하는 상황인지 궁금했기 때문이었다. 해당 질의에 대해서는 '수정 요청이 발생했다는 사실만으로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판단하기는 어려울 수 있으니 사유 확인 후 답변에 따라 추가 문의를 해 달라'는 답변이 나갔다. 이후 추가 문의는 없었기에 그것으로 상담은 종료되었다. 그러나 직장 내 괴롭힘인지 여부와 별개로 상담자의 일터가 안전한 일터인지 물어본다면 답은 달라졌을 수도 있다.

안전한 일터를 만들어야 한다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 직장갑질119도 일하다 죽거나 다치지 않는 일터, 괴롭힘과 젠더폭력이 발생하지 않는 일터,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출 수 있는 일터 등을 '안전한 일터'라 말해왔다. 문제는 안전한 일터라는 것이 절대적인 개념이 아니라는 점에 있다. 누군가에게는 안전하게 느껴지는 일터가 누군가에게는 안전하지 않은 일터가 되기도 한다.

직장갑질119 2025년 1분기 직장인 1,000명 설문 결과에 따르면 직장인 48.9%, 그러니까 절반이 '한국 사회가 사회적 약자에게 안전하지 않다'고 답했다. 응답자 특성별로 보면 우리 사회가 사회적 약자에게 안전하지 않다는 응답은 여성(66.9%)이 남성(34.4%)보다 두 배 가까이 높게 나타났다. 비정규직 여성의 '안전하지 않다' 응답은 70.1%에 달했다. 성별 외 응답에 영향을 끼친 응답자 특성은 직장 규모, 노조 유무, 직급, 급여 수준이었는데. 비조합원일수록, 회사 규모가 작고, 직급과 급여가 낮을수록 우리 사회가 사회적 약자에게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했다.

직장인들에게 자신의 일터가 성소수자, 이주노동자, 북한이탈주민, 장애인과 같은 소수자가 일하기 안전한 공간인지 각각 물어보기도 했다. 그 결과 '일터가 장애인에게 안전하지 않다' 응답이 54%로 가장 높게 나타났고, 성소수자(41.7%), 이주노동자(41.8%), 북한이탈주민(38.4%)의 경우 4명 중 1명꼴로 '안전하지 않다'는 응답이 나왔다. 응답자 특성별로 살펴보면 여성 응답자들의 '일터가 소수자에게 안전하지 않다' 응답은 모든 설문에서 남성 응답자보다 10%포인트 이상 높게 나타났다.

직장인 10명 중 4명 이상이 자신의 직장을 성소수자가 불이익을 우려해 정체성을 숨기고 일할 수밖에 없는 일터, 이주노동자나 북한이탈주민이 출신·배경에 따라 혐오와 폭력에 노출되는 일터, 장애인이 근무조차 할 수 없도록 설계된 공간과 시스템을 보유한 일터로 평가했다는 의미다. 이런 일터는 소수자에게만 위험한 일터가 아닌 구성원 모두에게 불안정하고 위험한 공간일 수밖에 없다.

여성, 여성 비정규직의 '안전하지 않다' 응답이 높게 나타난 것도 눈에 띈다. 일상에서 더 많은 차별과 배제를 직접 경험해온 사회적 약자 당사자이기에 또 다른 소수자, 약자의 어려움을 더 쉽게 인지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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