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성!" 전국 장병 울리고 웃긴 영원한 '뽀빠이' 이상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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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정의 무대' MC로 활약한 '뽀빠이' 이상용 별세

"전국에 계신 시청자 여러분 그리고 장병 여러분∼ 충성!"

9일 세상을 떠난 방송인 이상용은 패기와 재치를 곁들인 특유의 입담으로 반세기 넘도록 대중을 울리고 웃긴 영원한 '뽀빠이'였습니다.

약 160㎝의 작은 키에도 일평생 운동을 손에서 놓지 않아 70대에도 다부진 몸매를 유지했고, 한 달에 수십 개 행사를 이어간 명(名) MC였습니다.

고려대 농과대학을 졸업하고 학군사관 출신 육군 장교로 1969년 군 복무를 마친 이상용은 가족을 먹여 살리고자 외판원과 행상 등을 전전하며 돈이 되는 일이라면 닥치는 대로 했습니다.

생활고에 시달리던 그는 '재주가 있다'는 주위의 말에 대전고 선배였던 MBC 유수열 PD를 찾아갔고, 1973년 MBC 예능 프로그램 '유쾌한 청백전'에 출연할 기회를 얻으면서 방송가에 데뷔했습니다.

이상용은 생전 한 일간지 인터뷰에서 "구봉서, 배삼룡, 서영춘 등 일류스타들의 틈바구니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장기는 모두 선보였다"며 "알통을 자랑하고 벽돌을 깨고 가슴 근육을 움직였다. 5회 정도 출연하니 서서히 (만화 캐릭터) '뽀빠이'라는 별명이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데뷔 초기를 회고했습니다.

이상용은 이후 KBS '모이자 노래하자', KBS 라디오 '위문열차', KBS '전국노래자랑' 등에 잇달아 출연하며 MC로 이름을 날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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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보다 시청자의 기억에 강하게 남아 있는 것은 1989년 첫 방송을 한 국군 장병 위문 프로그램인 MBC '우정의 무대'입니다.

전국 각지의 군부대를 찾아가는 이 프로그램이 큰 인기를 끌면서 '고향 앞으로 출발!'이나 '당신이 있어 대한민국이 있습니다' 등의 유행어도 탄생했습니다.

특히 뒤돌아 있는 장병이 부대를 찾아온 어머니를 알아맞히는 '그리운 어머니'는 이 프로그램의 간판 코너로 1990년대 전국 시청자들에게 먹먹한 감동을 안겼습니다.

고단한 군 생활 가운데 오랜만에 마주한 모자는 얼싸안고 '엉엉' 울기 일쑤였고, 회차마다 출연자들의 각양각색 사연이 더해지며 프로그램의 인기를 드높였습니다.

이상용이 국군 장병에게 "어머니가 오셨을 것 같으냐"고 물어보고, 장병들이 우렁차게 "어머니가 맞습니다", "확실합니다!"라고 외치는 장면은 이 프로그램의 하이라이트로 꼽혔습니다.

'우정의 무대'는 1997년까지 약 8년 동안 장수했고, 이 기간 군 복무 중이던 배우 유해진과 이종혁이 출연하기도 했습니다.

이상용은 지난 2021년 KBC광주방송의 토크 콘서트에 출연해 "당시 학생들도 뽀빠이를 만나면 '안녕하세요'라고 하지 않고 거수경례했다"며 "그렇게 '우정의 무대'가 (대중에게) 강하게 각인돼 있더라"고 당시 인기를 전했습니다.

또 "('우정의 무대'는) 제 인생의 가장 큰 프로였다"며 "어머니라는 세 글자는 아버지라는 세 글자와 다르다. '그리운 어머니' 코너를 할 때 안 우는 사람이 없었다"고 떠올렸습니다.

'우정의 무대'에 앞서 아동 프로그램 '모이자 노래하자'로 당시 어린이들 사이에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이상용은 어린이 돕기에도 관심이 많았습니다.

1980년 한 심장병 어린이의 수술을 도운 것을 계기로 '한국어린이보호회'를 설립해 수백 명의 어린이에게 새 생명을 찾아줬습니다.

이상용은 그러나 1996년 11월 어린이 심장병 수술 기금을 횡령했다는 의혹에 휘말려 애착을 가졌던 '우정의 무대'에서 하차하고 프로그램이 결국 폐지되는 고초를 겪었습니다.

그는 수사 3개월 만인 1997년 2월 무혐의 처분을 받았지만, 마음의 상처는 컸습니다.

그는 이후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해 당시의 상처로 늘 품에 '혐의없음'이 적힌 불기소증명원을 갖고 다닌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이상용은 70대 중반을 넘긴 2020년대에 들어서도 각종 쇼, 축제 MC, 강의 등을 멈추지 않으며 왕성한 활동을 이어갔습니다.

이를 위해 한평생 담배, 술, 커피는 입에 대지 않을 정도로 자기 관리를 철저하게 했습니다.

그는 생전 "나는 평생 일이 많다. 한 달에 전국 쇼, 강의, 축제 등이 50개에 이른다. 하루 3∼4개도 한다"며 "오늘 아침에도 역기를 640개 들었다. 61년째 50㎏ 역기를 600개씩 든다"고 말해 좌중을 놀라게 했습니다.

또 입담의 비결로는 "책을 한 달에 80권을 사서 다 읽는다"며 "책의 내용을 메모해 머리에 넣고 외우고 차에 붙여놓고 본다"고 자신의 노력을 소개했습니다.

김교석 대중문화평론가는 "이상용은 1990년대 TV 예능이 전성기를 누린 시절에 가족적 가치를 힘찬 에너지로 전해준 MC"라고 말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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