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에 빡 박히는 이슈 맛집 '귀에 빡!종원'. SBS 최고의 스토리텔러 김종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SBS스페셜과 함께 '제로 식품을 장기 섭취해 온 내 몸에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를 실험해 봤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제로란 '제로 슈거(Zero Sugar)'입니다. 칼로리는 있지만 설탕을 넣지 않은 거예요.
※ 사전 요약
본격적인 이야기를 시작하기에 앞서 결론을 먼저 말씀드리자면, 아무리 뭐니뭐니해도 설탕보다는 제로(대체당) 음식이 훨씬 낫다는 겁니다. 이번 실험도 제로 음식이나 대체당의 위험성을 알리기 위한 목적으로 기획한 게 아닙니다.
‘제로 음식’, ‘대체당’들은 ‘정말 우리 몸에 아무런 영향도 미치지 않는가?’, ‘만약 영향을 미친다면 어떻게 작용할까?’를 조금 더 자세히 알아보기 위해 기획한 실험이란 점을 먼저 말씀드립니다.
제로 식품은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매년 성장하고 있는 시장이에요. 식품 회사들이 온갖 종류의 제로 식품을 쏟아내고 있던 2023년 7월, WHO가 제로 탄산 음료에 들어가는 인공감미료 '아스파탐'을 발암가능물질 분류군인 2B에 포함시켰습니다. 제로의 팬이 굉장히 많은 시점에 이런 발표가 나오다 보니까 이 이후에 '제로 음료 시장이 꺾이나?'라는 뉴스도 많이 나왔는데 실제로 조사해 본 결과 전혀 꺾이지 않았죠.
저는 사실 제로는 거들떠도 안 봤습니다. "먹다 죽어도 설탕 먹다 죽자" 하고 설탕 들어간 음식만 찾아 먹었는데 다이어트를 시작하면서 처음으로 제로 음식을 먹기 시작했어요. 제가 다이어트를 시작했던 시점에 몸무게가 125kg이었습니다. 7~8개월간 40kg을 뺐고 목표로 했던 85kg에 도달하고 나서 수고한 자신에게 상을 주는 심정으로 처음으로 아이스크림을 먹었습니다. 너무 맛있는 거예요. 한 일주일 계속 먹었는데 체중도 오히려 계속 조금씩 빠지면 빠졌지 찌지 않더라고요. 그때부터 제로 음식을 마음껏 먹기 시작했던 것 같습니다. 그런데 약간 체중이 불기 시작하더라고요.
'제로' 먹었을 뿐인데 이렇게 많이 바뀌었다고?
그렇게(?) 먹고 사실 처음에는 좀 긴가민가했죠. '옛날에 60kg 쪘던 내가 2kg 찐 거는 찐 것도 아니다. 이 정도면 유지 잘하고 있는 거다'라고 생각하면서 계속 먹었죠. 그런데 왜 제로 음식은 안심하고 먹게 됐느냐? 그렇게 단맛이 나는데도 이걸 먹고 혈당을 재보면 혈당이 그대로예요. 적어도 저는 그랬습니다.
우리가 설탕 혹은 탄수화물을 먹어서 혈당 수치가 확 올라가게 될 경우, 이걸 잡기 위해서 인슐린이라는 호르몬이 급격하게 분비됩니다. 인슐린이 많이 분비되면 많이 분비될수록 우리 몸에 지방이 여기저기 많이 축적되는 겁니다. 그렇게 살이 찌는 거예요. 하지만 적어도 저는 제로 초콜릿을 먹고, 알룰로스와 스테비아에 버무린 땅콩을 먹고, 제로 아이스크림을 먹고, 그리고 나서 재봐도 혈당이 그대로더라고요.
그런데 이 무렵에 인공감미료와 관련된 논문이 하나 발표되었는데, 이 논문이 굉장히 큰 화제를 모았어요. 이스라엘의 바이츠만 과학연구소 팀에서 발표한 논문이었는데, '사카린이나 아스파탐 같은 대체당을 먹었을 때, 그 음식 자체로는 혈당에 변화가 크지 않았지만, 평소에는 혈당 반응을 하지 않던 다른 음식을 먹었을 때 평균적인 혈당이 올라갔더라' 이런 연구 결과를 내놓은 논문이 굉장히 화제가 되었습니다.
제로 식품 시장이 활성화된 게 얼마 되지 않다 보니까 이런 논문 자체가 나온 게 거의 없습니다. 이제 막 이에 대한 연구가 시작되고 있는 단계예요. 그러다 보니 '제로 식품 정말 안전한가? 살 안 찌는 거 맞나? 정말 혈당 안 올리는 거 맞나?'라는 것에 대한 논란이 슬슬 나오기 시작했습니다.
이 논문 얘기를 듣고 저도 생각을 한 거예요. 지난해 여름 굉장히 더웠잖아요. 그런데 우리나라에 칼로리, 설탕 모두 제로인 아이스크림도 많이 있거든요. 하루에 7~8개씩 먹었던 것 같아요. 옛날 살찔 때 버릇 드러났죠. 이 무렵에 제가 올렸던 영상들을 보시면 '뱃살 보러 달려왔습니다' 이런 댓글들이 달리더라고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키토) 식단이나 간헐적 단식이라는 패턴은 전혀 바뀐 게 없이 계속 유지하고 있는데 '혹시 뱃살의 원인이 제로 식품인가?'라는 의구심이 들었어요. 그래서 제가 제 몸으로 직접 실험을 해봤습니다.
본격 '육체 실험' 전 사전 인터뷰
Q.
제가 다이어트를 목표 체중을 정해놓고 성공을 한 후에 원래 간식을 많이 먹던 스타일이라 뭔가 먹긴 먹어야겠는데 계속 '제로'라는 음식들을 간식으로 먹었거든요. 혹시 내 몸에 변화가 생겼을까 궁금하더라고요.
이선재 | 광주과학기술원(GIST) 생명과학부 교수
마이크로바이옴(장내 미생물 시스템)이 대체당에 영향을 받는다는 게 알려지면서 대체당을 끊었을 때와 대체당을 섭취할 때 어떻게 바뀌는지를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Q.
장내 미생물이라는 게 우리 건강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건가요?
이선재 | 광주과학기술원(GIST) 생명과학부 교수
우리가 못하는 대사를 장내 미생물이 대신해 주고 좋은 균, 나쁜 균 다 섞여서 같이 삽니다. 그런데 장내 미생물 그룹이 좋은 균으로 차 있으면 계속 좋은 공생 관계를 갖게 되는 건데 사람들이 원래 먹지 않는 걸 먹다 보면 기존 공생 관계가 깨지면서 안 좋은 쪽으로 갈 수가 있거든요. 대체당이 장내 미생물의 균총을 바꾸는 거죠.
먼저 실험 방법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평소 제로를 꾸준히 먹어오던 내 몸의 샘플, 그리고 제로를 딱 끊고 2주간 생활했던 몸의 샘플, 그리고 제로를 평소보다도 좀더 많이 먹으며 생활했던 2주간의 샘플. 이렇게 3개를 채취해서 연구소에 보내서 몸 안, 특히 장내 미생물의 변화를 관찰했습니다.
이 실험을 하면서도 철저하게 식단 관리를 했습니다. 키토·저탄고지 식단을 유지하면서 설탕 들어간 음식은 최대한 피했어요.
결론적으로 제가 2주간 제로를 끊고, 2주간 제로를 먹고, 이 두 기간 사이에 제 마이크로바이옴에 큰 변화가 있었습니다. 제로를 2주간 딱 끊었을 때 제 몸에 나타났던 Anaerotruncus라는 미생물이 있는데, 대표적인 유익균이라고 해요. 염증을 완화시키고 대사를 활발하게 증진시킨다고 합니다.
제로 음식을 많이 먹었더니 2주밖에 지나지 않았는데도 장내 미생물 체계, 즉 마이크로바이옴이 유익균보다 위험균이 늘어나는 쪽으로 바뀌었다는 걸 알 수 있었습니다.
※ 중요 포인트
해당 영상을 보시고 ‘아무리 제로라도 많이 먹으면 당연히 부작용이 날 수 밖에 없다’고 말씀해 주신 분들도 많았습니다. 그런데 이 실험을 하는 동안 제로(대체당) 섭취량은 식약처가 정한 1일 권장량의 절반 정도 수준으로 유지했습니다. 따라서 체질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체당을 정상범위 안에서 먹더라도 장내 미생물의 변화는 충분히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제로는 혈당 안 올려요"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보통 한 사람의 장에 2~300가지 균들이 살고 있다고 해요. 체질에 따라, 식습관에 따라, 생활 패턴에 따라 서로 다 다른 장내 미생물 군을 보유하고 있습니다. 공통으로 겹치는 미생물은 20% 정도밖에 되지 않는다고 해요. 그래서 미생물 한 가지만 놓고 보는 것도 중요하지만 서로 다른 균들이 어떻게 조화를 이뤄서 어떤 역할을 하느냐, 이걸 보는 게 중요하거든요. 그 실험도 해봤습니다.
먼저 우리 장내에 있는 마이크로바이옴의 건강 지수(Gut Microbiome Health Index)를 측정해 봤어요. 제로를 딱 끊고 나니까 0.6으로 올라갔습니다. 즉 건강해졌다는 뜻이에요. 그러다가 다시 2주간 제로를 먹기 시작하니까 지수가 0.4가 나왔다고 해요.
마이너스 지수가 나오면 장에 문제가 있다는 거였는데 저는 다행히 제로를 먹을 떄든 안 먹을 때든 다 플러스로 나왔습니다. "소수점 차이밖에 안 난다" 할 수 있는데 이 GMHI 지수의 최대치가 '5'라고 합니다. 이 정도 수치에서 왔다 갔다 하기 때문에 0.1~0.2도 굉장히 큰 차이인데 제로를 먹을 때 마이크로바이옴 건강 지수가 안 좋아졌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었다.
그렇다면 이번 실험의 핵심입니다. 이 제로 실험을 거친 이후에 84kg까지 뚝 떨어졌습니다. 86~87kg를 계속 유지하고 있었는데 2~3kg 정도 빠지게 된 거예요. 그게 살 찌는 거랑 무슨 연관이 있는데? 제일 궁금하잖아요. 그래서 그 기능성 테스트를 했는데 결과가 굉장히 재미있었어요.
이선재 광주과학기술원(GIST) 생명과학부 교수
마이크로바이옴이 균주 한두 개에 의해서 바뀌기보다는 하나의 커뮤니티거든요. 커뮤니티에 어떤 시프트가 일어나는데 그때 기능적인 변화도 같이 일어납니다.
그래서 대사 기능이 어떻게 변하는지 봤더니 제로 끊었을 때는 복합 탄수화물 분해균이 더 늘어났고, 제로 드셨을 때는 단순당(설탕 등) 분해균이 증식하는 걸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Q.
설탕을 먹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설탕 종류를 잘 분해하는 마이크로바이옴이 활성화가 됐다는 건 우리 몸이 제로 식품이 설탕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설탕으로 인식했다고 볼 수 있을까요?
이선재 광주과학기술원(GIST) 생명과학부 교수
예. 표현을 한다면 '착오'가 일어나서 그런 균들이 더 많아진 걸로 보였습니다. 그런 식으로 설탕 분해를 잘하는 균들이 좀 더 많아지면 설탕을 먹었을 때 에너지 인풋이 더 많아지는 거죠. 그게 주로 지방 쌓이는 쪽으로 가기 때문에 아마 좀 더 살이 찌는 쪽으로 갈 수밖에 없는 거죠.
대체당 그 자체 말고 함께 뭘 먹었는지도 잘 조절해야 좀 더 대체당에 (우리가) 원하는 효과를 내지 않을까 생각도 되더라고요.
앞서 이스라엘 연구팀이 발표했던 혈당이 오르는 이유도 설명되죠. 대체감미료는 우리 몸에 흡수되지 않기 때문에 제로 식품이 직접 혈당을 올리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마이크로바이옴이 설탕을 훨씬 더 빨리, 효율적으로 분해시킬 수 있는 기능성으로 바뀌었기 때문에 평소에는 먹어도 혈당 별로 안 올리던 음식들이 쭉쭉 흡수가 되면서 혈당이 올라가는 효과가 나타나게 된 것이죠.
이 실험을 하고 저는 비밀이 풀렸습니다. '왜 2~3kg가 쪘지? 운동을 끊어서일 수도 있지만 제로 간식을 확 늘렸던 게 확실히 영향이 있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이 실험의 한계는 있습니다. 말씀드렸듯이 이번 실험 대상은 저 한 명이었어요. 이걸 학술 자료로 쓰거나 모든 사람이 이렇다고 일반화하기에는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스라엘 연구팀과 비슷한 결과가 나왔잖아요. 그러니까 대상을 늘려 실험했을 때도 이와 비슷한 반응을 보일 개연성이 무척 높다는 결론을 얻을 수 있습니다.
이선재 광주과학기술원(GIST) 생명과학부 교수
더 긴 시간을 했다면 훨씬 더 많은 변화가 있었겠지만 2주간만 했어도 변화가 일어난 게 확실히 보였고요. 최근에 대체당 관련된 논문들이 "이런 효과가 있었구나"를 밝힌 정도라서, '어느 정도를 먹어야 마이크로바이옴에 안 좋은 효과가 없이 먹느냐' 이러한 식품에 대한 연구가 더 많아질 것 같습니다.
여기까지 읽으신 분들이 궁금해 하실 수 있습니다. 그러면 차라리 설탕을 먹는 게 낫다는 말인가? 그건 결코 아닙니다. 제로(대체당)이 무조건 설탕을 먹는 것 보다는 낫습니다. 설탕은 그 자체로 지방으로 축적되고 혈당을 올립니다. 따라서 대체감미료가 설탕보다 낫지만 그렇다고 100% 안심만 할 순 없다, 이 정도로 받아들이시면 될 듯 합니다.
지금은 어떻게 하고 있느냐? 지금은 제로 먹습니다. 먹는데, 결과를 눈으로 보고 나니까 지난 여름에 덥다고 제로 아이스크림 7~8개씩 먹었을 때처럼은 못 먹겠더라고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