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이 아닌 꽃…심상으로 펼친 푸른 정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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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중견 화가인 김선형 작가는 장지 위로 번지고 스며든 꽃의 형상으로 푸른색의 정원을 펼쳐 보입니다.

이주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GARDEN BLUE, 꽃이 아닌 꽃 / 6월 13일까지 / 갤러리마리]

세 면을 이어 붙여 전시장 모서리를 가득 채운 장지 바탕에 짙푸른 꽃들이 만발했습니다.

구체적인 형태가 명확하지 않은 이름 모를 꽃들에 작가는 숫자나 글자를 표시해 정체성을 부여합니다.

40호 크기의 장지 바탕마다 한 송이씩 꽉 채워 그린 꽃들 역시 특정한 꽃을 연상시키지도 않고 형태적인 아름다움을 추구하지도 않습니다.

바탕을 푸른색으로 채우다 보면 남은 빈 공간이 꽃 모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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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을 그리지는 않았지만 꽃이 그려진 겁니다.

면 전체를 짙푸른 물감으로 칠한 뒤 얇은 선만으로 꽃의 이미지를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김선형/작가 : 형태를 그려내는 꽃으로서의 꽃이 아니고 그 내재되어 있는 또 다른 어떤 아름다운 기억이라든가 의미로서의 꽃 그런 것들도 꽃이라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그런 생각들을 꽃이 아닌 꽃이라고 제가 스스로 좀 얘기하는 것 같습니다.]

꽃의 구체적인 형태보다는 꽃이라는 심상의 이미지를 그려내면서 작가는 장지라는 재료 특성에 주목합니다.

물감의 색을 있는 그대로 드러내 주는 캔버스 천과 달리 두터운 장지는 물감이 스며들도록 해서 깊이감을 더해주기 때문입니다.

거칠게 뻗어 있는 줄기나 덩어리처럼 표현된 꽃 모두 푸른색의 채도가 여러 층으로 나뉘어 있습니다.

[김선형/작가 : 스밈, 번짐, 그 어떤 시차, 마를 때까지 어떤 시간을 두면서 또 종이가 또 하나의 완성을 도와주는 그 과정에 중요한 큰 역할을 하는 게 동양의 수묵 정신이라고 생각을 하거든요.]

우리 고유의 장지 위에 자유로운 붓질의 움직임과 시간의 흐름을 담아 보이는 것 너머 푸른 정원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안여진, VJ : 오세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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