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놓치지 말아야 할 이슈, 퇴근길에 보는 이브닝 브리핑에 있습니다.
대선판이 요동치고 있습니다.
여론조사에서 압도적 1위를 달리는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에게 '유죄 후보'라는 꼬리표가 달렸기 때문입니다.
이에 민주당은 '대통령 단선 시 재판 중지' 법안을 상정해 사법리스크에 대응하고 나섰습니다.
형사재판을 받으면서 당선된 대통령이 없었기 때문에, 정치판 풍경이 전에 보지 못한 것들로 가득합니다.
정청래 "눈에는 눈, 이에는 이"민주당 소속 정청래 법사위원장이 어젯밤 '대통령 당선 시 재판 중지' 내용의 입법 추진을 SNS로 알리며 "눈에는 눈, 이에는 이"라고 했습니다.
대법원의 이재명 후보 공직선거법 사건 파기환송에 대한 대응책이라는 점을 분명히 한 겁니다.
정 위원장이 예고한 대로 국회 법사위가 오늘(2일) 전체회의에서 형사소송법 개정안을 민주당 주도로 상정했습니다.
민주당은 다음 주 중 전체회의에서 처리한다는 계획입니다.
민주당 김용민 의원이 대표 발의한 개정안은 '피고인이 대통령 선거에 당선된 때에는 법원은 당선된 날부터 임기 종료 시까지 결정으로 공판 절차를 정지해야 한다'는 조항을 신설하는 게 핵심입니다.
부칙으로 '이 법은 시행 당시 대통령에게도 적용한다'는 조항도 포함됐습니다.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 당선되면 이 법의 적용을 받는다는 말입니다.
김용민 의원은 법안 제안 이유에서 "헌법상 불소추특권이 절차적으로 실현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했습니다.
대통령의 불소추특권을 규정하고 있는 현행 헌법 84조는 '대통령은 내란 또는 외환의 죄를 범한 경우를 제외하고는 재직 중 형사상의 소추를 받지 아니한다'고 돼 있습니다.
그러나 내란·외환 이외의 죄로 이미 기소돼 재판받던 중 사후에 대통령으로 당선된 경우 형사재판을 계속 진행할 수 있는지에 대해선 학계에서나 정치권에서 엇갈린 주장을 펴고 있습니다.
한동훈 "진행 중 재판 계속해야"·이재명 "정지가 다수설"한동훈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와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가 180도 다른 의견을 밝힌 적이 있습니다.
헌법 84조를 이 후보에게 적용할 수 없다고 처음 문제 제기한 한동훈 후보는 지난해 6월부터 "이미 진행 중인 형사재판은 형사 피고인이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중단되지 않는다고 본다"는 주장을 펴왔습니다.
저는 이미 진행 중인 형사재판은 형사피고인이 대통령이 된다고 해서 중단되지 않는다고 봅니다.
(중략) 헌법 제 4조에서 말하는 소추란 소송의 제기만을 의미하는 것이라고 보기 때문입니다.
- 한동훈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 SNS, 2024년 6월 9일
반면 이재명 후보는 지난 2월 "(대통령 당선 시) 재판이 정지된다는 게 다수설"이라며, 사실상 이 해석을 지지했습니다.
'소'는 기소를 말하고, '추'는 소송 수행을 말하는 것이어서, 어쨌든 (재판이) 정지된다는 게 다수설이죠.
- 이재명 민주당 대선 후보, MBC '100분 토론', 2월 19일
위 공방에서 알 수 있듯이, 불소추특권의 '소추'를 형사 기소에 국한해서 보는 쪽에서는 이미 기소한 기존 재판은 그대로 진행해야 한다고 해석합니다.
반면 '소추'를 기소 이후 공소 유지(검사가 형사 재판을 수행해 피고인의 처벌을 구하는 일), 즉 재판까지 포함하는 개념으로 보는 쪽에서는 기존 재판을 중단해야 한다고 해석합니다.
민주당의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이재명 후보처럼 후자로 해석하고, 피고인이 대통령에 당선될 때 재판부가 이를 중지할 법적 근거를 만들기 위한 것입니다.
그런 차원에서 김용민 의원이 "헌법상 불소추특권이 절차적으로 실현되도록 하려는 것"이라고 법안 제안 취지를 설명한 겁니다.
파기환송 하루 만에 재판부 배당서울 고법이 오전에 대법원으로부터 이재명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 소송기록을 돌려받았습니다.
오후에는 형사7부로 사건이 배당됐습니다. 공판기일도 오는 15일로 정해졌습니다.
대법원 전원합의체가 어제(1일) 이 후보 사건에 대해 파기 환송한지 하루 만입니다.
이번 사건은 속전속결로 처리되고 있어서 파기환송심도 속도를 낼 것이라는 전망이 많습니다.
하지만 통상적으로 파기환송심은 서류 접수부터 판결까지 한 달 이상 걸려 대선 전까지 파기환송심 선고가 나오기 어려울 것이라는 관측이 많습니다.
그렇다면 이재명 후보가 당선된 경우를 가정하면, 재판은 어떻게 될까요?
지금 법 체계에서는 재판부가 자율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습니다.
천대엽 법원행정처장(대법관)은 그제(지난달 30일) 국회 법사위에서 국민의힘 곽규택 의원이 '대법원이 헌법 84조와 관련해 개별 재판부에 재판을 어떻게 운영하라고 지시할 수 있느냐'고 묻자 "할 수 없다"고 답했습니다.
천 처장은 '각 재판관이 알아서 진행해야 하는 것이냐'는 질문에도 "현재 구조상으로는 그렇게 볼 수밖에 없다"고 했습니다.
▷ 곽규택 의원: 결국에는 각 재판관이 알아서 그것을 진행해야 되는 거지요?
▶ 천대엽 처장: 현재의 구조상으로는 그렇게 볼 수밖에 없습니다.
- 국회 법사위 전체회의, 4월 30일
파기환송심 재판부 직권으로 재판을 중지할 수도 있고, 재판을 진행할 수도 있는 겁니다.
이 후보는 선거법 위반 혐의 사건뿐 아니라 '대장동·백현동 등 개발 특혜 의혹',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법인카드 유용 의혹', '위증교사 의혹' 등 총 5건의 재판을 받고 있습니다.
심리가 많이 진척된 선거법 사건이나 위증교사 사건이 대법원으로 넘어오면 이때 대법원이 헌법 84조에 대한 해석을 밝히고 나머지 사건들의 기준으로 활용될 수는 있습니다.
민주당이 오늘(2일) 상정한 형사소송법 개정안이 공표되면 재판부의 자율성은 사라지고 재판은 중지됩니다.
'이재명 대 반이재명' 극명여권에서는 민주당의 법안 대해 '이재명 불소추법'이라는 비판이 나오고 있습니다.
'이재명 살리기' 총력전에 돌입해 '위인설법'(특정인을 위해 법을 만든다)까지 마다하지 않는다는 겁니다.
게다가 형사소송법만 아니라 이 후보와 관련된 공직선거법 개정안도 발의돼 있습니다.
민주당 박희승 의원이 지난해 11월 발의한 공직선거법 개정안은 허위사실 공표죄를 삭제하고, 당선 무효형의 기준 금액을 100만 원에서 1000만 원으로 올리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국민의힘은 오늘(2일) 형사소송법 개정안 상정에 강하게 반발했습니다.
간사인 유상범 의원은 "대통령 재직과 관계없는 범죄로 이재명을 구하기 위해 공판 절차를 중단하자는 것으로 특정 후보를 위해 법률을 개정하는 것은 북한 김정은 체제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습니다.
장동혁 의원은 "정치적 책임이나 염치 없이 후보직을 사퇴하지 않고 어떤 한 사람을 위해서 이 법을 만들려고 한다"고 날을 세웠습니다.
김기현 의원도 SNS에서 "대한민국 국회는 국민을 위해 법률을 만드는 곳이 아니라, 오로지 수령 아버지 이재명을 위한 방탄법을 만드는 곳으로 전락해 버렸다"고 민주당을 비판했습니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이후 이재명 지지와 반대의 결속이 강해지는 분위기입니다.
'이재명 대 반이재명' 구도가 더욱 극명해지는 겁니다.
이재명 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고 해도 '사실상 유죄가 확정된 현직 대통령'에 대한 비판, '헌법 84조 해석 논란' 등으로 국정이 불안해질 가능성도 적지 않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