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복잡한 이야기들, 5가지 그래프로 명쾌하게 풀어내는 오그랲입니다.
"역대 어떤 행정부보다 성공적인 첫 100일을 보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현지 시각 29일 취임 100일을 맞이해 자신이 추진한 정책 성과를 자화자찬하며 지지층 결집에 나섰습니다. 자신이 부과한 대중 관세 145%를 강조하면서 무역 적자 해소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고도 말했죠.
오늘 오그랲에서는 트럼프 취임 100일 사이에 있었던 일들 가운데에서도, 가장 뜨거웠던 미중 관세 전쟁에 주목해 보려고 합니다. 지금 흐름을 보면 양국의 신경전이 단기간에 끝날 것 같아 보이진 않는데요. 특히 전문가들은 중국이 꺼내든 희토류 카드가 미국에 매우 큰 타격을 줄 수 있다고 얘기합니다. 도대체 희토류가 뭐길래 미국에 큰 타격이 된다는 것인지, 또 희토류가 미중 관세 전쟁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 것인지 5가지 그래프를 통해 이야기해 보겠습니다.
미중 관세전쟁에 등장한 희토류 카드
취임 전부터 관세 공약을 내세우면서 스스로를 '관세맨'이라고 칭했던 트럼프는 대통령이 된 이후엔 정말 그의 말대로 관세맨이 되어서, 전 세계를 상대로 무역 전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전 세계 국가를 향해 상호관세를 발표하는 날, 무역장벽 보고서를 흔들면서 오늘이 미국 해방의 날이라고 말할 정도로 트럼프는 관세만이 미국을 위대하게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하는 듯합니다.
그중에서도 유독 강력한 관세가 매겨지는 국가가 있으니 바로 중국입니다. 트럼프는 2월 초부터 중국산 제품에 추가 관세를 부과했어요. 미국의 조치에 대해 중국도 즉각 반응을 보였고, 보복 관세를 부과하면서 핑퐁이 이어졌죠. 보복 관세에 대한 보복 관세. 또 그 보복 관세에 대한 보복 관세가 이어지면서 미국과 중국의 상호 관세는 미친듯이 올랐습니다. 그 결과를 오그랲 첫 번째 그래프로 살펴보겠습니다.
오르고 올라 현재 중국 수출품에 대한 미국의 관세는 145%입니다. 이에 대응해서 미국 수출품에 대한 중국의 관세는 125%를 기록하고 있죠. G2라고 일컬어지는 두 국가 간의 기싸움을 보면 약간은 초현실적이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이렇게 관세가 급상승하는 사이, 오늘 이야기할 희토류가 끼어 들어가 있습니다. 트럼프가 상호관세를 발표하고 그다음 날에 바로 중국은 대미 희토류 수출에 제동을 걸었습니다. 희토류와 희토류 관련 품목을 미국에 수출할 때, 중국의 상무부에 허가를 받아야만 하죠.
희토류. 한 글자, 한 글자 떼 보면 희귀한 흙 무리들, 이렇게 설명할 수 있습니다. 영어로 희토류를 Rare Earth Elements라고 하는데 이 역시 비슷한 뜻을 갖고 있죠.
희토류는 위 주기율표에서 주황색으로 강조된 영역에 위치하는 17개의 원소를 말합니다. 이들은 서로 화학적 성질이 유사하고 또 모나자이트나 바스트네사이트같은 광물에서 함께 발견되는 특징이 있어요.
그런데 사실 이런 희토류가 정말로 희귀하다고 하긴 어렵습니다. 생각보다 지구에 희토류는 많거든요. 오그랲 두 번째 그래프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이 그래프는 지구 지각에 존재하는 원소들의 비율을 나타낸 겁니다. 이과생에게는 익숙할 수 있는 지각 8대 원소('오씨알페카나칼마')가 '조암 원소' 영역에 있고요. 희토류는 파란색으로 표시된 영역에 있습니다. 생각보다 상위권이죠? 특히 세륨(Ce) 같은 희토류는 우리에게 익숙한 구리(Cu)만큼이나 풍부합니다.
그런데 왜 희귀하다는 이름이 들어간 걸까요? 그건 이 광물에서 희토류를 추출해 내는 게 매우 어렵기 때문입니다. 추출과 정제 이야기는 이따가 자세하게 살펴볼 예정이니 잠시 미루고, 다시 관세 전쟁 이야기로 돌아오겠습니다.
여하튼 이 17개의 희토류 중에 이번에 중국은 이렇게 7개의 원소에 대해 수출 제한을 걸었습니다. 희토류 중에서도 원자번호가 높은, 무거운 중희토류 들이죠. 그중에서도 특히 사마륨과 터븀, 디스프로슘이 핵심 카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 녀석들을 가지고 영구 자석을 만들기 때문이죠. 터븀과 디스프로슘은 이 네오디뮴자석을 만드는 데 들어가고요. 사마륨은 사마륨코발트 자석에 들어갑니다.
희토류로 만든 영구 자석이 뭐길래 핵심 카드인가 싶지만 영구 자석이라는 말에서 알 수 있듯, 이 자석은 오랜 시간 동안 안정적인 자성을 띱니다. 기존 자석들보다 강도도 높고 소형화하기도 좋아서 전자제품과 첨단산업, 방위산업에 광범위하게 사용되는 핵심 부품이죠. 노트북도 네오디뮴 자석이 들어가 있고, 스마트폰에도 들어 있습니다.
범위를 넓혀보면 전기차 모터라던지, 풍력발전기 터빈에도 희토류 자석이 쓰이고요. 매우 낮은 온도에서도 안정적으로 작동되어야 하는 어뢰의 모터를 비롯해서 방산 영역에도 광범위하게 사용되고 있어요.
중국이 희토류 카드를 던질 수 있는 이유
중국이 대미 희토류 수출 제한을 내걸자 미국의 첫 반응은 당혹과 우려였습니다. 백악관의 국제경제위원장인 케빈 하셋은 모든 옵션을 검토 중이라고 밝히기도 했죠.
중국의 희토류 카드에 미국이 이런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요? 그 이유는 바로 중국이 희토류를 꽉 잡고 있기 때문입니다. 희토류 원광을 채굴해 내고, 원광에서 희토류를 분리해 내고, 정제하고, 이걸로 자석을 만들고… 이 모든 과정을 자국에서 다 처리할 수 있는 나라는 세계에서 중국이 유일합니다. 데이터로 살펴보겠습니다. 오그랲 세 번째 그래프는 희토류 공급망 별 중국의 비율입니다.
유럽정책연구센터에서 희토류 공급망 단계 단계마다의 국가별 비율을 분석해봤습니다. 중국은 모든 영역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어요. 채굴과 농축 과정에서는 60%, 희토류 산화물을 분리하는 과정은 87%, 희토류를 정제하는 과정은 91%, 희토류 자석 제조는 94%가 중국이 차지하고 있죠.
도대체 어떻게 했길래 중국은 희토류의 모든 단계에서 영향력을 키웠을까요? 중국의 희토류를 이야기하기 위해선 덩샤오핑에 주목해 봐야 합니다.
지금으로부터 47년 전인 1978년, 덩샤오핑은 중국의 문을 활짝 열고 개혁개방 정책을 추진합니다. 개혁개방 이후 중국은 희토류 생산량을 꾸준히 늘렸어요. 1978년부터 1989년까지 11년간 연평균 증가율이 40%가 넘습니다. 희토류의 폭발적인 성장 뒤에는 덩샤오핑의 863 계획이 있었죠.
1986년 3월, 덩샤오핑은 중국의 원로 과학자 4명이 올린 보고서를 기반으로 만든 첨단기술 연구 개발 프로젝트, 863 계획을 발표합니다. 이 프로젝트에는 중국이 해외의 기술로부터 독립하기 위해선 첨단 기술을 발전시켜야 한다는 목표가 담겨있었는데요. 그중에 희토류를 활용한 신소재 기술혁신도 포함되어 있었죠.
희토류의 중요성을 일찍이 깨달은 덩샤오핑은 1992년 남부 도시를 순방하면서 이런 이야기도 남겼습니다.
"중동에 석유가 있다면, 중국엔 희토류가 있다."
이 발언 이후 수많은 중국인들이 희토류 광산 개발에 뛰어들었고 생산량이 크게 늘었습니다.
하지만 희토류 공급이 너무 늘어나면서 희토류 가격이 '흙값'이 되어버렸고, 중국은 이후 희토류를 본격적으로 전략자원화하고 수출을 관리하기 시작합니다. 1998년부터는 중국 국토자원부가 희토류의 수출 총량을 관리하는 쿼터제를 실시했는데요. 이 제도를 두고 국가들 사이에 통상 갈등이 생기기도 했습니다. 결국 쿼터제는 2015년에 폐지가 되었고요.
이후 중국은 무분별하게 난립한 희토류 민영 광산들을 통폐합했고, 국유화를 진행하면서 정부의 장악력을 높이고 있습니다. 게다가 최근엔 보호주의 무역이 다시금 등장하자 희토류를 자원무기화하고 있죠.
이게 작년에 중국이 발표한 '희토류 관리 조례'인데요. 이 조례를 통해 중국은 희토류 자원을 국유화하겠다고 선언했습니다.
이렇게 하나하나 빌드업하면서 만들어온 중국의 희토류 시장. 사실상 지금 희토류는 중국의 시대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오그랲 네 번째 그래프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1990년대 이후부터 지금은 압도적으로 중국이 희토류 생산량을 꽉 쥐고 있습니다. 하지만 항상 중국이 그 키를 잡았던 건 아닙니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이전엔 미국이 희토류 생산량 1위를 차지하고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이상합니다. 희토류의 중요성은 중국만 알았던 게 아니었을 텐데 왜 미국은 희토류 주도권을 중국에게 넘겨주게 된 걸까요? 그리고 왜 다른 선진국들은 첨단산업의 핵심 원자재인 희토류에 선뜻 뛰어들 수 없었던 걸까요? 그 이유는 바로 환경 문제에 있습니다.
첨단산업의 핵심, 희토류... 환경파괴 극복 가능할까?
여기 희토류가 포함된 원석이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가 해야 하는 건 원석에서 희토류를 분류해 내는 거죠. 네오디뮴은 네오디뮴끼리 모으고, 사마륨은 사마륨대로 모아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테니까요.
문제는 희토류 원석을 캐내고 희토류를 정제하는 과정에서 여려 유형의 오염물질이 발생한다는 겁니다. 방사성 물질도 나오고, 폐수도 나오고, 유독가스도 엄청나게 나옵니다.
일단 광맥에서 희토류 원석을 캐내는 과정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앞서 희토류는 이런 모나자이트와 바스트네사이트 같은 광물에 뭉쳐있다고 했었죠? 그런데 이 광물은 자체적으로 우라늄과 토륨 같은 방사성 물질을 포함하고 있어요. 그래서 채굴을 하고, 광물을 부수는 과정에서 방사성 먼지가 발생합니다. 정제 과정을 끝낸 이후엔 방사성 폐기물도 남고요. 정제된 희토류 산화물 1톤을 얻는 데에 1에서 1.4톤가량의 방사성 폐기물이 발생합니다.
방사성 먼지를 헤치면서 원석을 채취한 뒤에는 희토류를 분리해야 하는데, 이때 황산 같은 강력한 산성 용액이 투입됩니다. 그리고 다시 중화시키는 과정에선 강염기 용액인 수산화나트륨이나 암모니아수가 사용되죠. 이 과정에서 엄청난 규모의 오염폐수가 쏟아집니다. 희토류 산화물 1톤당 20만 리터의 산성 폐수가 발생해요. 또 황산을 사용해서 광석을 분리하는 과정에서 나오는 유독가스도 있습니다. 희토류 1톤을 얻는데 6만 세제곱미터의 독성 가스가 나오죠.
이렇게 환경오염이 많이 발생하는데 어느 선진국에서 쉽게 뛰어들까요? 미국 희토류에 제동이 걸렸던 이유도 바로 이 환경문제였어요.
캘리포니아엔 '마운틴패스'라는 희토류 광산이 있습니다. 여기서 방사성 폐기물과 중금속이 지하수로 침출 되는 사건이 발생하면서 지역 주민들과 환경단체에서는 난리가 났어요. 미국 정부입장에선 당연히 규제에 나섰고 광산 회사들을 벌금을 내야 했죠. 친환경 공법을 사용하고, 후처리를 하려면 당연히 비용이 발생할 테고요. 그 금액이 반영된 희토류는 값싼 중국산 희토류와 경쟁이 되질 못했습니다. 반면 중국은 느슨한 환경 규제하에서 희토류 생산을 이어갔죠.
여기는 중국 내몽골 자치구의 바오터우 지역에 있는 바이윈어보 광구입니다. 바이윈어보 광구는 전 세계에서 가장 큰 경희토류 광산이기도 합니다.
광산 주변에 위치한 거대한 호수에는 연간 1천만 톤이 넘게 나오는 폐수가 가득 차 있습니다. 지도에 보이는 이러한 지형은 모두 광물 찌꺼기들이 만든 흔적들인데, 연간 약 800만 톤이나 되고요. 희토류를 채굴하고 남은 방사성 폐석들도 주변에 쌓여있습니다. 호수 인근 토양의 방사능 수치는 일반 지역과 비교해서 많게는 수백 배까지 차이가 날 정도라 그 피해는 오롯이 바오터우 지역 주민이 받고 있어요. 2022년 유엔인권이사회 보고서에서는 이 바오터우 시를 국가 산업 때문에 환경 피해를 불균형적으로 많이 본 '희생 구역'으로 선정하기도 했습니다.
문제는 이렇게 환경오염이 심각한 희토류의 생산을 무작정 줄이기가 쉽지 않다는 겁니다. 화석연료를 대체할 풍력 발전이나 화석연료 자동차를 대체할 전기자동차같이 청정에너지 시대의 필수품이 바로 희토류로 만들어진 영구 자석이기 때문이죠. 청정에너지뿐 아니라 미래 피지컬 AI 시대의 로봇과 드론, 다양한 기기에도 영구 자석은 필수적입니다. 즉 기후위기를 대응하기 위해서도, 또 AI 시대의 수요를 떠받치기 위해서도 희토류를 지금보다 더 많이 생산해야 한다는 겁니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희토류 공급망에서 벗어나기 위해선, 또 지속가능한 희토류 시장을 만들기 위해서라도 친환경 공법이나 희토류를 재활용할 수 있는 기술 혁신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합니다. 하지만 지금 당장 기술 혁신이 나올 리도 없고요, 중국의 대체재를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렇다면 미국은 어떻게 될까요?
수수방관한 미국, 대안은 있나?
사실 이번 중국의 희토류 카드가 아주 놀라운 카드인 건 아닙니다. 15년 전인 2010년으로 돌아가보죠.
이때 중국은 희토류 쿼터제를 운영하고 있었는데요, 2009년 수출량 대비 2010년에 그 규모를 갑자기 37.2%나 줄여버립니다. 희토류를 구매하려는 국가들은 많은데 판매하는 중국이 그 규모를 줄여버리니 희토류 가격은 급등했어요. 그 영향을 당연히 미국도 받았죠. 2010년 1억 9,900만 달러 규모였던 희토류 수입액이 2011년엔 8억 6,000만 달러로 4배 넘게 급상승했습니다.
중국으로부터 희토류를 수입하는 미국이나 일본 같은 국가들이 WTO에 중국을 제소하고 협정 위반 판정을 받아내면서 수출쿼터제가 없어졌지만 이미 중국은 시간을 충분히 벌어놓은 후였어요.
그리고 희토류 무기화를 겪은 국가들, 이를테면 일본과 미국의 행보는 서로 달랐습니다.
사실 2010년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로 가장 큰 피해를 봤던 국가는 일본입니다. 당시 중국의 희토류 수출국 1위가 일본이었거든요. 2010년은 센카쿠 열도를 두고 일중 분쟁이 생겨 일본과 중국 사이가 가장 안 좋았을 때입니다. 당시 중국이 희토류의 대일본 수출을 일시적으로 중단하는 카드를 꺼내 들자 일본이 꼼짝 못 하고 중국에 바짝 엎드려야 했어요. 일본은 이 사건 이후 탈중국화를 위한 '희토류 종합 대책'을 수립합니다. 희토류 재활용 관련 기술을 개발하고, 중국 수입 의존도를 낮추면서 희토류의 공급망 다변화를 만들어냈죠.
반면 미국은요? 사실상 손을 놓고 있었어요. 그래프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오그랲 마지막 그래프는 일본과 미국의 중국 희토류 수입 비중입니다.
2010년 중국이 희토류 수출 쿼터를 감축한 이후 미국과 일본 모두 중국 희토류 규모는 확 줄어들었습니다. 일본은 그 이후에도 꾸준히 탈중국화를 시도하면서 중국 희토류 수입 비중을 낮춰왔고요, 반면 미국은 2010년 파동 이후, 다시 60~70%대 회복해 유지 중입니다.
그런 상황에서 트럼프는 중국과 관세전쟁을 벌였고 중국은 희토류를 꺼내든 거죠. 탈중국화가 준비도 되어있지 않은 상태에서 말이죠.
미국의 외교 안보 전문 싱크탱크인 CSIS에서는 중국의 희토류 무기화를 미국이 예상하고 있었음에도 제대로 대비하지 못했다고 비판하는 글을 올렸고, 미국의 경제학자 폴 크루그먼도 자신의 블로그를 통해 미국이 희토류 무역전쟁에서 질 것이라고 단언했습니다.
그렇다면 트럼프는 어떤 대안이 있을까요. 트럼프가 눈독 들이는 그린란드, 또 우크라이나와의 광물 협정. 이 두 사건의 교집합은 무엇일까요? 전문가들은 희토류일 수 있다고 말합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