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진법사' 전 모 씨
'건진법사' 전 모 씨 집에서 의문의 현금 뭉치가 발견됐습니다.
검찰이 지난해 12월 전 씨 집에서 1억 6천500만 원의 현금을 압수했는데, 이 가운데 5천만 원이 비닐 포장도 제거되지 않은 한국은행 신권이었다는 것입니다.
비닐 포장에는 윤석열 전 대통령 취임 사흘 뒤인 2022년 5월 13일이란 날짜가 찍혀있었습니다.
포장 상태 그대로인 현금 뭉치를 개인이 직접 수령할 수 없는 만큼 권력이 개입된 것 아니냐는 합리적 의심을 불러일으킵니다.
조선조 연산군 시대에도 이와 유사한 사건이 벌어졌습니다.
연산군 9년(1503년) 지금의 검찰 격인 사헌부가 요술을 부려 백성을 현혹한다는 혐의로 무당 '돌비'(乭非)의 집을 수색했습니다.
돌비는 연산군으로부터 사전에 연락받았는지 달아나 피신한 상태였는데, 사헌부는 그의 집에서 왕의 재산을 관리하는 내수사(內需司)에서 제작된 부적 여러 장을 발견했습니다.
천금 같은 왕의 부적에 놀란 사헌부 관헌들은 연산군에게 이 사실을 보고했으나 "내수사에 물어보라"는 말을 듣고 발길을 돌려야 했습니다.
돌비의 권세는 실로 막강했습니다.
돌비는 궁중 제사 의식을 관장하는 성수청(星宿廳) 소속 국무(國巫)로, 무속과 향락에 빠져 살던 연산군을 뒷배 삼아 뇌물 수수와 인사 개입을 일삼으며 국정을 쥐락펴락했습니다.
연산군은 나중에 신하들 눈치가 보였는지 돌비를 지방 관비로 보냈지만 얼마 후 사면령을 내리고 다시 궁으로 불러들였습니다.
연산군은 돌비를 풀어주면서 아버지 성종에 의해 사사된 어머니 폐비 윤 씨 사건을 꾸몄다는 이유로 선대의 무당 '대두'를 부관참시했습니다.
전 씨는 의문의 뭉칫돈에 대해 "사람들이 뭉텅이 돈을 갖다 주면 쌀통에 집어넣는다"며 어디서 받았는지 기억나지 않는다고 둘러댔습니다.
전 씨는 검찰에 "1억 원 이상 기도비를 받는 경우도 많다. 많게는 3억 원도 받았다", "우리나라 대기업 중 나를 모르는 사람이 없다"고 밝혔는데 실제로 그의 법당에선 정치인과 법조인, 경찰 간부 등의 명함 수백 장이 발견됐습니다.
검찰 조사를 통해 사건의 진상이 밝혀질 테지만, 사회지도층이라는 사람들이 더 출세하기 위해 몰래 점집을 찾아가 돈보따리를 안기고 박수무당 앞에 굽실거렸을 기막힌 현실이 무너져 가는 대한민국의 미래 전망과 겹쳐 보입니다.
(사진=독자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