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7일(현지시간) 파리 엘리제궁에서 열린 회담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종전 협상 타결을 위한 세부 조건을 우크라이나 측에 제시했습니다.
그러나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넘겨주고 나토, 즉 북대서양조약기구 가입을 포기해야 하는 등 우크라이나로서는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내용들이 많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트럼프 행정부 고위 당국자들이 지난 17일 프랑스 파리에서 열린 회담에서 이런 내용을 담은 기밀문서를 우크라이나 측에 전달했다고 현지시간 20일자로 보도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가 제시한 조건에는 우선 자포리자 원자력 발전소 인근 지역을 중립지대로 지정하고 미국의 관할하에 두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자포리자 원전은 유럽 최대 규모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러시아가 점령하고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종전 해결사를 자처한 이후 노골적으로 자포리자 원전에 대한 관심을 드러낸 바 있습니다.
트럼프는 지난 3월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통화에서 미국이 우크라이나의 원자력 시설을 포함한 발전소를 인수하는 방안을 거론하며 "해당 인프라를 보호할 최선의 방법"이라고도 주장한 바 있습니다.
미국은 또 지난 18일 블룸버그에 보도된 대로 러시아가 지난 2014년 침공으로 강제 병합한 우크라이나 지역인 크림반도를 러시아에 넘기는 내용도 우크라이나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면 그간 우크라이나가 요구해 온 나토 가입은 논의 대상에서 배제됐습니다.
또 러시아가 주장해온 동부 4개 지역에 대한 귀속권은 인정하지 않았지만, 러시아 군대에 해당 지역에서 철수하라고 요구하지도 않았습니다.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군사적 지원은 배제하지 않았으나, 미국이 우크라이나에 군대를 파견하는 유럽에 군사적 지원을 제공할 의향이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습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해당 제안이 러시아의 요구에 일부 미치지 못하는 부분이 있기는 하지만 영토 포기 등 우크라이나로서도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 내용들로 이뤄져 있다고 짚었습니다.
미국은 이번 주 런던에서 열리는 5개국 대표단 회담에서 우크라이나의 입장을 들을 예정입니다.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도 런던 회담에 참여할 예정으로, 우크라이나와 유럽의 입장이 수렴되면 러시아 측에 관련 내용이 전달될 것으로 전망됩니다.
이와 관련해 미 국무부 고위 당국자는 우크라이나에 제안된 아이디어에 대해 받아들이거나 거절해야 하는 양자택일의 문제가 아니라 고려해볼 수 있는 선택지로 제안된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그러나 미국은 종전 협상에 진전이 없으면 중재 노력을 중단할 수 있다고 양측을 압박하고 있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