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쏘아 올린 미·중 관세전쟁의 여파로 미 당국의 세관 검사가 까다로워지면서 외국에서 미국으로 화물을 보내기가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습니다.
20일(현지 시간) 영국 BBC 방송과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국제 특송기업 DHL 익스프레스는 21일부터 800달러, 약 113만 원이 넘는 고가 물품의 미국 배송을 일시적으로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기업 간 거래(B2B)로 인한 배송은 중단되지 않지만 역시 지연될 가능성이 있다고 DHL은 밝혔습니다.
그동안 최대 2천500달러(약 356만 원) 물품까지는 간단한 서류만으로 미국에 보낼 수 있었지만, 트럼프 행정부의 새 관세 정책이 시행되면서 세관 검사가 강화됐고 기준 금액도 지난 5일부터 800달러로 낮아졌습니다.
이로 인해 미국에 반입되는 전체 화물 중 정식 통관절차를 거쳐야 하는 물품이 차지하는 비중이 크게 늘었고, 결국 통관이 늦어지면서 배송 지연 등 문제가 초래되고 있다는 게 DHL 측의 설명입니다.
DHL은 "정식통관 건수가 급증해 24시간 대응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을 관리하려고 노력하고 있지만 원산지와 관계없이 800달러 이상인 물품은 배송이 늦어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800달러 이하의 소액 물품은 아직도 최소한의 세관 검사로 미국 배송이 가능한 상황이라고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내달 2일부터는 800달러 미만 소액 물품도 미국 수입에 관세를 면제하던 '소액 면세 제도'(de minimis)가 폐지되고 120%의 관세가 부과됩니다.
해당 금액대 소액 화물의 절반 이상은 미국 소비 시장을 잠식해 온 중국산 초저가 상품들입니다.
미국 세관은 하루 평균 400만 개 이상의 저가 면세 소포를 처리하고 있습니다.
지난해 기준 면세 소포량은 14억 개를 넘었으며, 이 가운데 60%가 중국발로 파악됐습니다.
소액 면세 제도 폐지로 중국 공장에서 생산된 저가 상품을 미국에 수출해 온 중국 전자상거래업체 테무와 패스트패션 업체 쉬인 등이 직격탄을 맞을 전망이며 두 업체는 판매 물품의 가격 인상을 예고했습니다.
트럼프 행정부는 중국산 전자상거래 업체들이 이용해 온 무역 허점을 없애고 중국산 마약 원재료의 불법 유입을 차단하기 위해 소액 면세 제도 폐지를 결정했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중국은 펜타닐 등 마약이 창궐하는 문제의 근원은 미국에 있다고 반박하면서, 자국은 세계에서 가장 엄격한 수준의 마약 정책을 시행 중이라고 강조해 왔다고 BBC는 전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