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환 능력 없이 카드론 대출…대법 "전산 자동처리면 사기 아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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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시내에 부착된 카드 대출 관련 광고물

대출금을 갚을 의사나 능력이 없었더라도 비대면 전산 자동심사 방식의 카드론 대출을 받은 경우라면 '사람'을 속인 것은 아니므로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다고 대법원이 판단했습니다.

오늘(21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권영준 대법관)는 지난달 27일 사기 혐의로 기소된 박 모(64)씨에게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남부지법에 돌려보냈습니다.

박 씨는 대출금을 반환할 의사나 능력이 없었으면서 휴대전화에 설치된 카드회사 앱을 이용해 대출 상품으로 2차례에 걸쳐 3천450만 원을 대출받아 가로챈 혐의로 2023년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그는 같은 날 동시에 카드 대출을 받는 경우 대출정보가 서로 공유되지 않는다는 점을 이용해 여러 카드사에서 1억 3천여만 원을 대출받을 생각이었는데, 실제로는 기존 채무만 3억 원에 육박하고 매달 갚아야 하는 대출 원리금도 월수입을 초과했던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1심과 2심은 박 씨에게 사기 범행이 인정된다고 보고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습니다.

그러나 대법원은 "형법상 사기죄 성립요건인 기망행위는 사람으로 하여금 착오를 일으키게 하는 것을 말하고 따라서 사람에 대한 기망행위를 수반하지 않는 경우 사기죄로 처벌할 수 없다"는 종전 대법원 판례에 따라 비대면 대출을 활용한 박 씨의 행위가 사기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판단했습니다.

대법원은 "피고인이 피해자 회사들의 앱을 이용해 자금용도, 보유자산, 연소득정보 등을 입력한 데 따라 대출이 전산상 자동적으로 처리돼 대출금이 송금됐고 그 과정에서 피해자 회사 직원이 대출신청을 확인하거나 송금하는 등 개입했다고 인정할 사정은 보이지 않는다"며 "피고인이 피해회사 직원 등 사람을 기망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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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그럼에도 공소사실을 유죄로 판단한 원심은 사기죄에서 기망행위에 관한 법리를 오해해 판결에 영향을 미친 위법이 있다"며 사건을 원심법원으로 돌려보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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