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에 빡 박히는 이슈 맛집 '귀에 빡!종원'. SBS 최고의 스토리텔러 김종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국민연금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를 놓고 충돌하고 있는 2개의 큰 축이 있습니다. '더 많이 줘야 된다' 소득 보장론 vs '아껴야 된다' 재정 안정론입니다. 이 두 가지의 가치가 서로 조화롭게 화합을 이루면서 형님 아우님 하면서 가야 국민연금이 원활하게 돌아가는데 굉장히 충돌하는 가치가 돼 버렸거든요.
게다가 이게 정치권으로 흘러들어가면서 정치 쟁점화가 돼 버렸습니다. 국회 연금특위에서 국민 대표단을 모아서 뭘 더 중요시해야겠느냐를 물어봤는데 '더 내더라도 더 받겠다' 즉 이 두 가지를 다 가져가는 게 최고의 가치로 뽑혔다고 하면서 국회에서 계속 설득 자료로 내놓고 있거든요. 과연 이 자체가 굉장한 설득력을 갖느냐 한번 살펴볼 필요가 있어요. 왜냐하면 이 당시에 국민 대표단을 뽑을 때부터 대표성에 의문이 제기 됐었거든요.
작년에 국회 연금 개혁 특별위원회 측에서 국민연금 개혁이 시대의 난제다 보니까 국민들에게 물어보자며 '공론화위원회'를 만들었습니다. 그래서 시민대표단 500명을 뽑았어요. 어떻게 뽑았느냐. 우리나라 인구의 각 연령대별 비율을 그대로 갖다가 뽑았어요.
이러다 보니까 이 500명에서 국민연금을 지금 받고 있거나 곧 받을 50대, 60대, 70대가 전체의 40%가 넘어갔고 국민연금 내는 거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20대, 30대는 거의 2배 차이가 나죠. 이래서 국민 대표단을 꾸릴 때부터 "반반이라도 섞어야 되는 것 아니냐"라는 의견이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죠.
거기다가 이 당시에 설문조사 문항을 놓고도 문제가 제기 됐는데, 여론조사를 해서 그 결과를 이번 개혁안에 반영을 했다고 그랬잖아요.
지금 43%로 올린 걸 놓고도 여전히 연금 고갈이 예상되고 있는데 이것보다 더 많은 50%를 올려주겠다고 하면서 지속 가능성이 있다고 써놔버리니까 '시민 대표단의 상황 판단 능력을 왜곡했을 수 있는 문항이다. 개혁안을 통과시키는 걸 미리 정해놓고 요식 행위를 한 게 아니냐' 이런 얘기까지 나오고 있어요.
여기서 나온 결과를 갖다 들이밀면서 '이거 학습하고 나면 이게 진짜 제일 좋은 거야'라는 식으로 다그치는 게 과연 20대들에게 받아들여질 것이냐? 더 화가 날 수밖에 없는 거죠.
'세대 갈라치기'는 누가 하고 있나
정부가 지난해 9월에 내놓았던 연금 개혁안을 보면 (연금) 인상 속도를 50대는 더 빠르게, 20대는 더 느리게 조절을 해서 세대별로 차등 인상을 하겠다라는 안이 들어가 있었어요.
이 장치를 집어넣으면서 뭐라고 표현을 해놨냐 하면 '미래 세대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 그리고 '세대 간의 형평성을 위해서'. 이게 그대로 통과됐다고 해서 지금 상황이 달라지지는 않았겠지만 그나마 성의 표시라도 했던 거예요.
그런데 이게 실제 최종 여야 협상에서 빠져버렸습니다. 왜 빠졌느냐? 여야의 입장이 달랐어요. 특히 민주당 쪽에서 반대가 굉장히 심했는데 당시 기자회견까지 했습니다.
강선우 | 더불어민주당 의원 (2024.09.05)
사회 보장은 '능력(재산)비례' 방식입니다. 차등을 주는 지점이 원칙적으로 능력(재산)에 기반한 것인데 이것(차등 인상안)은 어느 해에 태어났느냐에 따라서 혜택을 더 주고 덜 받게 되는 그런 구조로 가겠다는 거거든요. 그렇기 때문에 이게 기본적으로 조세나 사회보장의 원칙에 어긋나는 것이기 때문에 전 세계에서도 유례가 없고 선례가 없던 겁니다.
민주당이 세대 간 차등 인상에 반대를 한 이유는 크게 세 가지로 나눠볼 수가 있어요. 첫 번째, 보편적 복지 원칙에 어긋난다는 겁니다. 두 번째는 나이를 기준으로 차등을 두는 복지 제도는 그 전 세계 어디서도 찾아볼 수 없다라는 거였습니다. '이걸 왜 우리만 해야 돼' 이런 거였죠. 마지막으로 이게 통과되면 정부가 나서서 '세대 갈라치기'를 하는 셈이다라는 주장까지도 나왔어요.
김남희 | 더불어민주당 의원 (2024.09.05)
'세대 갈라치기'라는 점에서는 굉장히 우려스럽고 구체적으로 청년들에게 어떤 불리한 효과가 나타나는지는 검증해 봐야 한다.
Q. '세대 갈라치기'라는 단어 자체를 국민이 아니라 정치권에서 먼저 사용한 것 같은데?
젊은 세대의 분노의 포인트를 잘못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와요. 왜냐하면 마치 세대 갈등이 다인 것처럼 얘기를 하고 있는데 단순히 "노인 세대를 왜 우리 세대가 부양을 해야 돼. 그거 하기 싫어"가 아니라는 얘기죠. 사실 문제의 포인트는 세대가 아니라 부의 정도와 형평성입니다.
따져볼 점이 하나 있어요. 특정한 통계적 인자를 공유하는 집단을 코호트(Cohort)라고 합니다. 특히 굉장히 강력한 게 몇 년도에 태어났느냐입니다.
김신영 | 한양사이버대 실버산업학과장 (연금연구회 소속)
나이는 숫자에 불과한 것이 절대 아니고 본인이 몇 년도에 태어났느냐 이것은 그 사회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코호트'가 경험하는 '생애의 기회' 자체가 그들의 개인적인 노력과는 무관하게 다른 거죠.
지금의 50~60대가 수직 상승하는 산업화 혜택을 온몸으로 가지면서 집값 올라갔죠. 그리고 정년 보장돼 있죠. (반면) 지금의 20~30대들이 가진 생애의 기회는 너무나 제한적이고 기성세대와 미래 세대 간의 이익의 차이가 분명한 상황에서 그들 간에 무슨 연대를 하자는 거죠?
부모가 자신들의 노후를 위해서 자녀들의 돈을 부당하게 가져가고 그것이 세대 간 연대입니까? 세대 간 연대라는 애매하고 추상적이고 그런 단어를 써가면서 자꾸 프레임을 만들지 마라는 거죠.
게다가 국민연금 문제에 있어서만큼은 보편적 복지의 원리만 계속해서 고집을 하는 게 공평함을 찾다가 공정함을 잃어버리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요.
국민연금은 후세대가 전세대를 부양을 하는 방식으로 선순환이 되면 국민들끼리 서로가 서로의 뒤를 돌봐주면서 노후 보장이 되는 굉장히 아름다운 시스템인 거죠. 이 아름다움이 계속해서 유지가 되려면 반드시 필요한 조건이 인구 구조가 탄탄하게 돌아가는 겁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 상황 어떻습니까? 인구 구조가 깨졌잖아요. 후세대가 전세대를 부양을 하는 상황이 이어진다면 미래 세대는 더 많은 부담을 하는 건 자명한 사실입니다.
섭섭한 50대와 미래가 안 보이는 20대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권과 일부 전문가 사이에서는 더 강하게 "미래 세대를 위한 정책이다"라는 주장을 펼치고 있어요. 보건복지부도 직접 나와서 미디어에서 이렇게 얘기를 하고 있죠.
이기일 | 보건복지부 차관 (2024.03.24)
저는 이 개혁이 청년을 위한 개혁이라고 봅니다. 2050년에 (연금이) 소진되잖아요. 그렇게 되면 2057년에는 자기 소득의 27% 정도 돈을 내야 됩니다.
그런데 지금 보험료를 올린 거잖아요. 지금 '베이비부머'들이 많이 있습니다. 이분들이 돈을 내고 나가야 됩니다. 그런데 (이들이) 돈을 내지 못하게 되면 자연스럽게 젊은 분들이 내야 됩니다.
지금 논란의 중심에 서 있는 세대가 50대잖아요. 왜냐하면 60~70대는 이미 받고 있기 때문에 개혁이 되든 말든 상관이 없습니다. 곧 연금을 받게 될 50대가 개혁안에 같이 적용을 받게 되는데 올해 55세인 김 부장님이 있다고 쳐볼게요. 김 부장님은 25세가 됐던 2005년부터 국민연금을 내기 시작했습니다.
이 사람이 처음 연금을 냈던 매해 소득 대체율이 얼마였느냐를 계산을 해가지고 평균을 내서 주는 거거든요. 소득 대체율이 60% 때부터 연금을 냈던 김 부장님 같은 경우는 그 중간 평균 지점인 50% 정도를 이미 보장을 받아 놓은 상태예요. 이미 어차피 43%보다 더 받는단 말이에요. 즉 이번에 3%p 더 높아진 게 김 부장님한테 별 의미가 없어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퇴직을 하기 전 4~5년 사이에 어쨌든 돈을 더 내고 나가게 됐죠. 이걸 50대가 더 내줌으로써 젊은 세대 연금 고갈도 늦춰졌고 젊은 세대가 (연금) 좀 더 받은 데도 기여했다고 얘기할 수 있는 거죠.
김용하 |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국민연금에 가입함으로써 생기는 이익을 우리는 연금 수익비(比)라고 이야기합니다. (연금을) 본인이 낸 것에 비해서 받는 것이 1.0배 이상이면 무조건 소진 원인이 됩니다.
유럽에서 연금 개혁 한 나라의 공통점은 연금 수익비가 이미 1.0배로 바뀐 거예요. 스웨덴은 1990년대 연금 개혁할 때 적립금이 하나도 없었어요. 우리는 지금 2055년까지 버틸 수 있는 적립금이 있는데 (개정해서) 1.32배로 이번에 간 겁니다. 그런 측면에서 청년 세대한테 불리하게 만든 것이 아니다. 다른 어떤 나라 연금 개혁보다도.
지금 돈이 정말로 부족한 연령은 언제입니까? 50대 아닙니까? 교육비도 써야 되죠. 청년 세대의 할아버지를 부양하고, 본인의 보험료도 내야 되고, 자녀 세대의 효도나 부양을 기대할 수 없다. 유불리로 따졌을 때 청년이 불리하다고 이야기하는 것은 다소 너무 차갑고 부모님을 남으로 보는 분석이다라고 생각하고
충분히 이해가 갑니다. 사실 각 세대별로 따지면 각 국민들이 무슨 잘못이 있습니까? 왜 국민들끼리 서로 얼굴을 붉혀야 됩니까? 결국은 세대 갈등이라는 프레임을 오히려 씌우고 계속해서 정쟁화를 하면서 빨리 해결해도 모자랄 문제를 질질 끌어온 정치권의 책임이 가장 크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 겁니다.
이제 남은 건 국민연금의 부족분, 미적립 부채(지급 부족액)라고 하는 1,700조 원을 어떻게 해결할 것이냐의 문제예요. 이거는 이번에 한 것 같은 숫자 조금 바꾸는 모수 조정으로는 어림도 없는 얘기입니다. 구조 개혁을 해야 되는데 정치권은 이제 구조 개혁이 남아 있으니 그걸 좀 지켜봐 달라고 얘기를 하고 있거든요.
그런데 지금 이거 숫자 조금 바꾸는 모수 조정하는 데 얼마 걸렸습니까? 18년 걸렸죠. 그것도 탄핵 국면에 꼼수 소리 들어가면서 해결이 됐단 말이에요. 그런데 이것보다 더 큰 문제인 구조 개혁을 과연 정치권에서 지금 같은 극한 대립을 하는 상황에서 이뤄낼 수 있을지 의심의 눈초리가 크게 나올 수밖에 없는 거죠.
Q. 국민연금을 무조건 주겠다 어떻게든 주겠다고 명문화를 했잖아요. 지키지 않을 경우에 뭐 어떻게 책임을 지겠다는 것도 같이 적혀 있지 않기 때문에 굉장히 공수표처럼 느껴지거든요.
명문화 했으니까 안 줄 수 없겠죠. 주겠는데 어떻게 주겠습니까? 연금이 고갈이 났는데 세금으로 주겠죠. 그 세금 누가 냅니까? 20~30대가 내겠죠. 결국 조삼모사예요.
Q. 그래서 이번 개혁안이 나오고 나서 어떤 얘기가 나오냐면 '이것만큼 강력한 비출산 정책이 없다' 당장 지갑에 꽂히는 돈도 줄어들고 양질의 일자리가 부족한 상황에서 누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살겠어요? 이 사회에서.
김용하 | 순천향대 IT금융경영학과 교수
우리 청년들이 아름다운 미래에 대한 기대, 긍정적 생각을 가지고 살아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인생 살아가는 동안 확실히 느끼는 것은 계속 의심하고 부정적으로 생각해서 성공하는 사람 한 명도 못 봤다.
우리의 목표는 2093년까지 적립금이 소진되지 않도록 하는 것이고 70년이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습니다. 2024년도에 합계 출산율이 0.72명에서 0.75명으로 늘어났습니다. 우리 국민의 저력이 있기 때문에 기본적으로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