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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살짜리도 사교육 하는 한국…이러다 나라에 의사만 남는다? [스프]

[귀에 빡!종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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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에 빡 박히는 이슈 맛집 '귀에 빡!종원'. SBS 최고의 스토리텔러 김종원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얼마 전에 통계청이 발표한 자료를 보면 2024년도 사교육비가 또 신기록을 달성했습니다. 30조가 넘어가는 거대 시장이 돼버린 겁니다.

이주호 ㅣ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2025년 3월 14일)

국민들의 기대와 눈높이에 부응하지 못했습니다.

교육부 장관으로서 책임을 통감하며

이러다 보니까 이수지 씨가 올린 대치동 학부모 영상이 더 많은 공감을 얻은 게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런데 이 지점에 있어서 또 걸리는 게 하나 있습니다. 우리나라가 교육비를 언제 얼마나 쓰는지를 봤을 때 대학교에 가서부터는 교육비에 돈을 쓰지 않는다는 거예요.

김진영 ㅣ 건국대 경제학과 교수

대학 이후에 축적되는 인적 자본이 정말 개인의 생애에도 그렇고 국가의 생산성에도 그렇고 중요하다. 그런데 불균형이 있기 때문에 이건 국가의 미래를 위해서도 굉장히 우려되는 상황이라고 봐야 될 것 같습니다.

인구는 줄어드는데 사교육비는 늘어나는 원인, 교육학적, 인문·사회학적 분석이 계속해서 나오고 있는데 산업·경제적 분야에 초점을 맞춰서 분석해 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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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에 우리나라 사교육비가 29조 2천억 원을 기록했습니다. 초·중·고등학교 학생들이 1인당 쓴 학원비를 다 더한 수치인데, 전년도에 비해서 무려 7.7%나 늘어난 수치예요. 그런데 이게 함정이 있어요. 초·중·고등학생만 집계했다는 겁니다. 요즘 영어유치원 안 보내는 집이 없다는 얘기가 나올 정도인데 영유아에 대한 사교육비 통계는 정부가 공식적으로 따로 집계했던 적이 없습니다.

그런데 이번에 시험 조사라고 해서 지난해 7~9월 딱 3개월치만, 대상 연령은 2~5세를 두고 조사를 해봤습니다. 그랬더니 47.6%, 무려 절반 가량이 사교육을 받고 있던 것으로 나타났어요. 두 살짜리가 받을 수 있는 사교육이 뭐가 있나요? 배변 훈련을 받나? 잘 모르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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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쨌든 석 달간 사교육비를 얼마를 썼나 봤더니 8,150억 원을 썼습니다. 여기 단순하게 곱하기 4로 해서 1년을 계산해 보면 3조 2천억 원이 넘어가는 거거든요. 아까 말했던 29조를 합치면 30조가 넘어가는 거대 시장이 돼버린 겁니다.

여기까지만 듣고도 당장 이렇게 생각하실 거예요. '우리나라 사교육 없애야 된다.' 실제로 이 학부모들도 굉장히 피로감을 느낍니다. 이렇게 계속해서 늘어나는 사교육 이거 안 따라갈 수도 없고. 이러다 보니까 정부에서도 계속해서 사교육 잡겠다고 했지만 그러지 못하고 있죠. 이거를 딴 거 다 제치고 산업적인 측면에서 한번 살펴볼게요.

때려잡기엔 너무 커버린 30조 '사교육 산업'

우리나라의 전체 산업을 세분화해서 총 19개 분야로 나눴습니다. 이 각 분야의 사업체 수가 몇 개인지 조사를 해봤는데 교육서비스업이 약 26만 개로 집계됐어요. 전체 19개 산업 중에 8위니까 그만큼 사업장 수가 많다는 겁니다. 여기서 말하는 교육 서비스업의 사업장은 대부분 학원이죠. 그럼 교육서비스업 종사자 수는 얼마나 될까요? 170만 명으로 집계가 되면서 역시 6위를 기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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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에 종사하는 사람들만 따로 떼봤더니 63만 명이 나왔어요. 근데 이 63만 명이라는 숫자에는 함정이 있습니다. 통계청은 정직원으로 등록돼 있는 사람들만 집계합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학원 선생님들 대부분은 프리랜서예요. 통계청이 집계하지 못한 학원 선생님 수를 더하면 사교육 종사자 수가 100만 명이 넘어갈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거든요. 이 100만 명의 가족들까지 합치면 어마어마한 내수 시장을 형성하고 있는 시장이 사교육 시장인 거죠.

(자료: 한국사교육연구협의회 <교육서비스업 및 보습학원 현황>)

만약 어떤 정권이 나와서 사교육 시장 강하게 잡겠다는 정책을 편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요? 6위 규모를 가지고 있는 산업이 그대로 무너지는 상황이 벌어지고 맙니다. 실제로 이런 일을 한 나라가 있죠. 2021년에 중국이 '쌍감(雙減) 정책'이라고 해서 예체능을 제외한 모든 영리 목적의 사교육을 금지했어요. 중국이니까 할 수 있는 정책인데 어떤 일이 벌어졌느냐?

중국도 사교육 열풍이 우리나라 못지않은 나라고 사교육 시장이 어마어마하게 큰 나라입니다. 이 시장이 90%가 문을 닫아버렸어요. 그런데 수요는 계속 있으니까 과외, 개인 교습처럼 정부 통계에 잡히지 않는 쪽으로 음성화돼 버렸어요. 그래도 또 공산당 가오가 있어서 법을 없애지는 못했지만, 현재 현장에 적용하지 않겠다고 발표하면서 사실상 죽은 법이 돼버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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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도 80년대에 그런 적이 있었어요. 80년대에 군사 정권이 전격적으로 사교육을 폐지했을 때 수학 학원 없어졌어요. 그랬더니 부기 학원, 주산 학원이 막 생겼었거든요. 우리나라도 앞으로 정부가 계속해서 사교육 잡겠다 말을 하지만 이걸 없애는 건 사실 말도 안 되고 무엇보다 산업 전체가 흔들리면서 내수 시장 타격을 줄 거라서 사교육을 완전히 없애거나 지금보다 큰 폭으로 줄일 거라는 건 산업적인 측면에서도 불가능한 시대가 됐다는 걸 인정할 때가 아닌가 싶습니다.

인구 감소 '정면 돌파'... 사교육이 살아남는 방법

현 상태대로 묶어두기만 해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잖아요. 그러기는커녕 매년 더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는 모양새를 보입니다. 어떻게 이렇게 이 시장이 빠르게 커질 수 있을까? 모든 기업체 생존의 기본은 성장입니다. 사교육 업계도 성장을 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고 그 본능을 가지고 있어요.

그런데 우리나라 사교육 업계가 무슨 문제를 지금 겪고 있죠? 애가 없죠. 시장이 사라지고 있다는 소리입니다. 나의 고객이 줄어들고 있을 때 가장 쉬운 방법은 객단가를 높이는 겁니다. 한 사람에게 더 많이 뽑아내는 거예요. 그걸 지금 학원 업계들이 하고 있습니다. 무슨 소리냐?

우리나라에서는 대부분의 학부모님이 사교육을 투자의 개념으로 생각하거든요.

사교육의 특징, 부모 불안감이 커질수록 투자를 늘립니다.

우리 애가 나중에 저 아이보다 뒤처질 거라는 불안감이 결국은 투자를 늘리는 효과로 나타나요. 이렇게 '불안감 조성 마케팅'을 펼치기 굉장히 좋은 상황이 됐어요. SNS가 발달을 하면서. SNS상에 특정 학원을 소개하거나 아니면 특정 교재를 소개하는 류의 게시물이 굉장히 많이 나와요. 꼭 그런 게 아니더라도 우리 애 어느 학원 갔다고 자랑하는 게시물 같은 게 정말 많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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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교육

지난해 보면 전체 초·중·고등학교 학생 수가 전년 대비 8만 명이 줄었거든요. 특히 초등학생에서 많이 줄었는데 실제로 1인당 쓰는 학원비가 지난해에 평균 47만 4천 원. 무려 전년 대비 9% 넘게 증액이 됐어요. 인구수가 줄어드는데 학원비가 늘어나고 있다. 즉 학생 1명당 사교육비가 늘어났다고 얘기할 수 있겠죠.

두 번째, 기존의 시장이 아니었던 데를 시장으로 만들어야 됩니다. 그게 바로

연령대를 낮추는 거예요.

그래서 2세까지 내려간 겁니다. 이게 어디까지 내려갈지 몰라요. 그런데 아무리 그래도 SNS 마케팅이 어제오늘 일도 아니고 부모님이 불안감을 느낀 게 어제오늘 일도 아닌데 왜 2024년에는 무려 한 해 만에 7.7%나 늘었느냐는 궁금증이 들 수 있어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특히 지난해에는 의대 증원 문제가 엮여 있어서 더 그랬다는 얘기도 나와요.

한꺼번에 의대 정원을 2천 명 이제 증원하는데 특히 지역 의대 중심으로 정원을 늘렸죠. 어떤 현상이 벌어졌느냐? 서울에서 약간 애매했던 학생이 지방 인재를 뽑는다니까 지방으로 이사를 가는 거예요. 그래서 거기서 학원을 다니는 겁니다. 그래서 통계청 자료를 보면 강원도, 전라도, 경상도, 제주도 할 것 없이 모든 지자체가 참여율이 70% 위로 올라갔어요. 이제는 이게 서울만의 문제가 아니게 돼버렸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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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이제 여기서 궁금한 점이 있어요. 보통 우리가 음식점을 가든 다른 서비스를 받든 객단가가 갑자기 높아졌어요. 그러면 재화의 퀄리티가 높아지는 것을 기대하게 됩니다. 인구 감소를 놓고 보자면 객단가는 훨씬 더 높게 증가하고 있는데 학원의 서비스의 질이 좋아졌느냐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요.

이번에 통계청이 낸 자료를 보면 재미있는 게 상위 10%에 속하는 학생들의 사교육 참여율과 월평균 사교육비가 모두 가장 높은 걸로 조사가 됐습니다. 공부를 잘하기 때문에 사교육을 받는 건지, 사교육을 받았기 때문에 공부를 잘하는 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학원에서 수능 잘 보는 요령 이런 거를 효율적으로 잘 가르쳐 준다는 거를 부인할 수는 없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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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가 하면 우리나라 중학생들을 상대로 조사를 해본 건데 학교에서 받아야 하는 효용감을 학원에서 받고 있다는 대답을 하는 학생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라는 거예요. 무슨 소리냐? 친구와의 교제도 학원에서 하고, 무엇보다 학원 선생님한테 고민 상담까지 받는다고 대답한 학생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는 거예요.

박명희 ㅣ 한국사교육연구협의회 회장

예전에는 사교육이 '섀도 에듀케이션'이라고 그랬어요. 공교육이 있을 때 존재하는 그림자 교육이라는 거죠. 그런데 요즘 '프라이빗 튜터링(맞춤형 교육)'으로, 개별화된 맞춤형 교육으로 용어가 바뀌고 있거든요. 맞춤형 교육에 대한 수요가 굉장히 높은데 학교에서는 그렇게 해주기 굉장히 어렵고 학교가 하기 싫어서가 아니라 학교 선생님들하고 이야기를 해보면 조금 더 특별하게 신경을 쓰면 그게 문제가 된다는 거예요. 사교육은 사실 원장님이나 선생님이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애들 (맞춤) 케어가 가능하거든요. 그래서 요즘 학원 선생님들이 가르치고 뭐 이렇게 지도하는 거에 (학생들이) 굉장히 만족도가 높아요.

공교육의 효능감을 최대한 살려야지만 학원(사교육)에 대한 어떤 수요를 줄일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오는 지점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요새 교권 추락에 대한 얘기도 많이 나오고 소풍도 안 가고 있는 마당에 학교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는지 진지한 논의가 많이 없는 상황에서 사교육이 이런 걸 다 하고 있고 그래서 공교육이 문제고 이렇게만 볼 수 없는 것 같다는 지적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교육은 사기업의 영리 행위가 포함이 된, 그래서 마케팅을 고도화해야 되는 업군이고 공교육은 말 그대로 100년 대계의 국가사업이잖아요. 이 두 개의 특성을 좀 정확하게 이해를 해야 된다라는 얘기가 나오거든요. 공교육과 사교육은 존재 이유 자체가 달라서 제도적으로 손봐야 될 부분이 분명히 있다는 얘기가 나오고 있어요. 

한국 교육의 목적 '대입'... 부작용은 어마어마했다

어쨌든 사교육에 돈 쏟아붓는 게 하루이틀이 아닌데 그만큼 정말 훌륭한 인재가 많이 나오는가를 생각했을 때는 '물음표'긴 하거든요.

인풋 대비 아웃풋이 얼마큼이나 보장이 되고 있느냐 질문할 수도 있습니다. 20년 전 대비 세계 각국의 주요 기업이나 대학에 포진한 한국계 인재가 굉장히 많이 늘어난 건 사실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이 지점에 있어서 또 걸리는 게 하나 있습니다. OECD 국가들을 상대로 1인당 GDP 대비 교육비가 얼마나 되는지를 분석한 자료를 보면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까지는 우리나라가 전부 OECD 평균 위에 올라가 있습니다.

한국이 압도적인 1등인데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가야 할 점은 사교육비(학원비)가 포함되지 않았다는 겁니다. 이 OECD 통계에서 쓰인 사교육비는 방과 후 학습 비용, 소풍 비용, 교재 비용 등 나라에서 지원되지 않는 비용을 내가 내야 되는 비용만 따진 거거든요. 여기 만약에 학원비가 포함된다면 우리나라는 초·중·고등학교가 아마 그래프 천장을 뚫고 나갈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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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고등 교육 즉 대학 교육으로 가자마자 끝에서 다섯 번째로 뚝 떨어집니다. 대학교에 가서부터는 교육비에 돈을 쓰지 않는다는 거예요. 학비에 대한 인식만 보더라도 유치원부터 고등학교 때까지 쓰는 사교육비는 부모님들이 정말 내 미래를 담보로 잡혀가면서까지 쏟아붓는, 아낌없이 주는 재원으로 보는 반면 딱 대학을 들어가면서부터 등록금은 내 청춘을 옥죄는 족쇄, 절대 올려서는 안 되는 어떤 공공재적인 성격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많아요. 대학 등록금 올린다고 했을 때 거부감이 엄청나게 높잖아요. 그래서 다른 세계 유수 대학 학비와 비교를 했을 때 (한국 대학은) 굉장히 낮거든요.

(자료: 미래의 고등교육을 위한 정부의 역할 및 투자 방향 (김진영 건국대학교 교수))

이원재 ㅣ 카이스트 문화기술대학원 교수

매년 국제 대학 랭킹이 발표될 때마다 한국 대학이 왜 이거밖에 못하냐고 자조를 하잖아요. 무슨 하버드나 예일 미국의 탑스쿨들 말고 한국이랑 경쟁할 수 있는 싱가포르에 있는 국립대학들이라든지 비교해 보시면 1년에 쓰는 예산이 거의 10분의 1 수준. 근데 이 정도 투자해 놓고 등수는 해외 대학보다 높으라고 계속 우리 사회가 지금 요구하고 있는 거거든요. 교육을 통해서 글로벌 리더십이 나타나고 세계적인 변화를 만들고 싶다고 하면 초·중·고등학교에 우리가 얼마를 투자하느냐 문제에 천착하기보다는 고등교육(대학 연구비)에 얼마나 투자하느냐에 더 신경을 써야 된다.

이게 왜 그럴까 분석해 보면 사교육비는 미래에 내 자녀가 어느 대학을 가서 이 대학을 발판으로 어느 기업에 들어갈 것인지에 대한 투자입니다. 그런데 그 대학을 딱 들어가는 순간 나는 내 투자는 끝이 났고 '투자금 회수 모먼트'로 들어가게 되는 겁니다. 근데 여기에서 돈을 더 써라? 필요가 없는 거죠.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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