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불'은 누가 끌까요. 보통 소방을 떠올리실 테죠. 엄밀히 말하면, 소방만 산불을 끄는 건 아닙니다. 민가나 창고 같은 시설물로 옮겨붙은 산불은 소방의 몫이지만, 불씨가 어딘가로 튀기 전에 산속으로 뛰어들어 선제적으로 산불을 잡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산불과 '가장 먼저' 싸우는 셈입니다. 바로 산림청 소속 산불진화대원들입니다.
지난 3월 27일, 의성에서 시작된 산불이 영양, 청송, 영덕, 안동 등 경북 일대를 휘감았을 때 산불진화대원 여러 명과 동행 취재를 했습니다. 해당 기사에 달린 댓글을 보니, "소방관분들 고생 많으시다"는 댓글이 꽤 많았습니다. 산불진화대원들의 이야기를 남겨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밤새 추위와 싸우며산림청 산불진화대원들은 전국에 435명뿐입니다. 보통 10명에서 15명이 한 조를 이뤄 진화 작업에 투입됩니다. 산불 3단계가 발령된 대형 산불의 경우, 대원들은 휴무자 없이 2교대로 근무합니다. 새벽 6시에 인수인계를 받고 현장에 투입돼 낮부터 밤까지 불을 끕니다. 새벽까지 버티고 다음 날 오전 6시에 인수인계를 하고 퇴근합니다. 그렇게 반나절 잠시 눈을 붙이고 다음 날 같은 시간에 다시 출근합니다.
"추위와의 싸움. 물을 뿌리면 몸이 다 젖거든요. 추운데 몸 젖은 상태에서 불을 끄니까 그런 부분이 제일 힘듭니다."
- 강민성 산림청 산불진화대원
밤을 새우며 가장 힘든 점이 무엇이냐 물었더니, 단번에 '추위와의 싸움'이란 답이 돌아왔습니다. 의외였습니다. 산불이라 주변이 뜨거울 것 같지만 오히려 춥다는 겁니다. 큰 불일수록 물을 주변에 계속 뿌려대고, 온몸이 젖을 수밖에 없는데, 물기를 닦아낼 장소와 시간이 마땅치 않습니다. 그 상태로 밤새, 아니 며칠을 버팁니다. 감기 몸살이 나는 경우도 허다하지만 인원이 넉넉하지 못해 오래 쉴 순 없습니다.
짧으면 며칠 만에 불길이 잡히기도 하지만 문제는 산불이 길게 이어지는 경우입니다. 산을 타던 중 나무에 걸터앉아 5분 정도 숨을 돌리기도 하고, 진화차량 안에서 눈을 붙이기도 하지만, 충분한 휴식일 리 없습니다. 노동은 반복되며 피로는 쌓여갑니다.
헬기가 능사는 아닙니다. 헬기는 산불 진화에 꼭 필요하지만, 전부는 아닙니다. 잔불까지 다 잡혔는지, 재발화 위험은 없는지 산속으로 들어가 일일이 확인하는 건 결국 사람이 해야 할 일입니다.
대원들이 진화장비를 어깨에 이고 산을 타는 이유입니다. 도로 가까이 난 산불은 진화차량에서 바로 대처가 가능하지만, 산속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불길은 다릅니다. 길이 30m, 무게 22kg에 달하는 긴 호스. 호스가 짧으면 여러 개를 이어가며 다음 산으로 넘어가야 하기 때문에 못해도 10개에서 15개 호스를 이고 갑니다.
현장에서 호스를 함께 옮겨봤는데, 아무것도 하지 않고 호스만 들고 올라갔는데도 땀이 절로 났습니다. 3월이라 날이 아직 서늘했는데도 헬멧을 벗으니 땀이 흥건했습니다. 밤에는 추위와 싸운다면 낮에는 더위와 싸우는 셈입니다.
(지금까지 드셨던 것 중에 제일 맛있었던 게 뭐예요?) "햄버거! 콜라!"
- 류병태 산림청 산불진화대원
식사가 가장 곤란합니다. 업무 특성상 밥을 먹기 위해 매번 산에서 다시 내려갈 수가 없습니다. 산에선 해가 일찍 저물기에 이동 시간을 아껴야 그만큼 많은 불을 끌 수 있습니다. 산 위로 음식을 배달시켜 끼니를 때우는 경우가 태반입니다.
보온병에 물을 담아 올라가기 힘드니 컵라면도 먹기 어렵습니다. 보통 간단한 도시락이나 김밥을 먹는데, 음식이 쉬는 경우가 허다하다고 합니다. 다른 먹을 게 없으니 상한 걸 알면서도 먹는 경우도 있고, 정 안 되면 따로 챙겨온 에너지젤이나 에너지바로 끼니를 해결합니다.
"감사합니다""친척들도 그렇고 친구들도 그렇고 연락이 많이 왔는데 다 답장을 못 해줬어요. 워낙 바쁘다 보니까."
- 김우영 산림청 산불진화대원
정신없이 바쁘다 보니, 가족들 격려 문자를 볼 짬도 나지 않습니다. 현장에서 저희 가장 취재를 열심히 도와주셨던 김우영 대원은 기자에게 지인들로부터 온 카카오톡 기록을 보여주며 "잘하고 있고 건강하고 걱정하지 말라"는 감사의 말을 지인들에게 전하고 싶다고 했습니다.
산림청과 소방, 모두 시민의 안전을 위해 헌신하시는 고마운 분들입니다. '누가 더 고생하고, 누가 덜 고생하고'의 문제로 보고 싶진 않습니다. 다만 무고한 누군가의 집으로 올라탔을 산불, 소중한 터전을 송두리째 불태웠을 그 산불과 '가장 먼저' 싸워온 사람들을 기록하고 싶었습니다. 지금도 어디선가 쉰 도시락을 먹고 밤을 새우고 있을 사람들, 그들의 소속과 이름을 명확히 기억하는 것이 그들의 희생과 사명감에 감사함을 표하는 첫 단추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