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불법 체류자를 상대로 한국에 남으려면 돈을 내놓으라고 협박한 현직 경찰이 붙잡혔습니다. 불법 체류자를 체포하는 척만 해도 돈을 받을 수 있다는 이야기를 듣고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동은영 기자가 단독 취재했습니다.
<기자>
서울 영등포구 도림동 일대.
지난 1월 중국인 불법 체류자가 사는 주택에 경찰이 들이닥쳤습니다.
경찰 정보원 역할과 통역을 하는 60대 정 모 씨도 동행했습니다.
이 경찰은 삼단봉까지 꺼내 들며 체포할 것처럼 겁을 줬습니다.
그러면서 단속 대신 "돈을 준비하지 않으면 추방당할 수 있다"고 협박했습니다.
[이주민 단체 관계자 : 지난번에 단속 내려와서 구로시장 쪽에서(불법 체류자들을) 많이 잡아갔다 하더라고요.]
단속을 핑계로 돈을 뜯어내려 한 경찰은 서울청 기동순찰대 소속 이 모 경감.
주식과 가상자산 투자 실패로 빚이 많았던 이 경감은, 불법 체류자를 체포하는 시늉만 해도 돈을 받아낼 수 있다는 정 씨의 이야기를 듣고 범행에 나선 겁니다.
이들은 처음에 200만 원을 요구한 뒤 돈이 준비되지 않자 150만 원, 다시 100만 원으로 낮췄는데, 이마저도 어렵다고 하자 돈이 준비되면 연락하라며 여권을 뺏어갔습니다.
첩보를 접수한 경찰은 집 근처에서 잠복한 뒤 정 씨를 현장 체포했습니다.
경찰은 정 씨의 진술을 토대로 이 경감도 긴급 체포했습니다.
이 경감은 경찰 조사에서 "경제적으로 어려워 잘못된 판단을 했다"며 범죄 사실을 인정했습니다.
[조영관 변호사/'이주민센터 친구' 부대표 : 체류 자격이 없는 외국인들한테는 '피해를 당했을 때 경찰서에도 신고할 수 없겠구나'라는 생각을 갖게 한다는 점에서 (훨씬 더 심각한 문제인 거죠.)]
검찰은 공갈과 직무 유기 혐의로 이 경감을 구속기소 했습니다.
사건 발생 직후 직위 해제된 이 씨는 이번 달 첫 재판을 앞두고 있습니다.
(영상취재 : 이상학, 영상편집 : 김윤성, 디자인 : 이종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