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초콜릿, 빵·케이크에서 라면, 만두, 햄버거, 아이스크림, 맥주까지.
올해 들어 석 달간 품목과 기업을 가리지 않고 무차별 가격 인상이 잇따르고 있습니다.
올해 들어 가격을 올리거나 올리기로 한 식품·외식 업체는 현재까지 파악된 곳만 40개에 이릅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식품기업의 가격 인상 사례가 손에 꼽을 정도로 드물었던 것과 대조적입니다.
달러 강세와 비상계엄 이후 정치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면서 원/달러 환율이 최근 1천460원대까지 급등(원화 가치 급락)한 데다 원재료 등 각종 비용이 오른 것이 가격 인상 도미노의 직접 원인으로 꼽힙니다.
특히 정국 불안을 틈타 기업들이 가격 인상을 앞당긴 것이 아니냐는 시선도 있습니다.
편의점에서는 다음 달 1일 오비맥주와 오뚜기 라면·카레, CJ제일제당 비비고 만두, 하겐다즈 아이스크림, 남양유업 음료, 롯데웰푸드 소시지 등의 가격이 오릅니다.
가정용 시장의 40% 이상을 차지한 오비맥주 카스는 병과 캔이 100∼250원 오른다.
하이네켄, 칼스버그, 기네스 맥주도 각각 10%가량 인상됩니다.
오뚜기 진라면·열라면 큰 컵은 1천400원으로, 참깨라면 큰 컵은 1천800원으로 각각 100원이 오릅니다.
오뚜기 3분 쇠고기 카레와 짜장은 2천500원으로 300원씩 인상됩니다.
CJ제일제당 비비고 만두는 찐만두와 왕교자가 10% 남짓 오릅니다.
하겐다즈 아이스크림은 1천∼2천 원 오르고 허쉬초코바 가격도 인상됩니다.
남양유업 초코에몽과 딸기에몽은 200원 올라 1천600원이 됩니다.
롯데웰푸드 의성마늘프랑크와 키스틱도 200원씩 오릅니다.
대형마트에서 판매하는 오비맥주 가격은 다음 달 1일 평균 7% 오릅니다.
카스 후레쉬 355㎖ 캔 6개 제품은 9천850원으로 800원 인상됩니다.
오비맥주가 유통하는 버드와이저 330㎖ 병은 100원 오릅니다.
다음 달 18일 대형마트에서 판매되는 오뚜기 대표 제품인 진라면(5개입)은 3천950원으로 9.4% 인상될 예정입니다.
작년 12월만 해도 가격을 올린 기업은 오리온을 빼고 거의 없었으나 올해 들어서면서 가격 인상이 줄을 이었습니다.
우선 지난 1월 스타벅스가 원두 가격과 환율 급등을 이유로 가격을 올리자 커피 브랜드 가격 인상이 잇따랐습니다.
폴바셋, 할리스, 파스쿠찌, 컴포즈커피, 더벤티, 투썸플레이스, 네스프레소가 가격을 올렸고 이디야커피는 '배달 전용 판매가'(이중가격제)를 도입해 배달 메뉴 가격을 인상했습니다.
롯데웰푸드는 8개월 만에 초코빼빼로 등 제품 가격을 또 올렸습니다.
SPC 파리바게뜨와 CJ푸드빌의 뚜레쥬르도 빵과 케이크 가격을 인상했습니다.
아이스크림도 마찬가지로, 롯데웰푸드, 빙그레, 해태아이스 제품 가격이 올랐고 배스킨라빈스, 하겐다즈도 가격을 인상했습니다.
정부가 물가 관리에 각별히 신경 쓰는 라면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1위 업체 농심이 지난 2023년 정부 압박에 50원 내렸던 신라면 가격을 1천 원으로 다시 올리는 등 라면값을 2년 6개월 만에 인상하자 오뚜기도 가격을 올리기로 했습니다.
맥주는 1위 오비맥주에 이어 가격 인상이 이어질 전망입니다.
아사히, 하이네켄도 가격이 이미 올랐거나 오를 예정입니다.
햄버거는 롯데리아와 맥도날드, 버거킹이 인상 행렬에 동참했습니다.
이디야커피 외에도 맘스터치와 굽네치킨은 일부 매장에서 배달 메뉴 가격을 올리면서 이중가격이 확산했습니다.
많은 기업은 가격 인상 계획을 발표하면서 원부자재와 인건비 등이 오른 데다 환율 상승으로 원재료 수입 단가가 높아졌다는 것을 이유로 들었습니다.
기업들이 앞다퉈 가격을 올린 배경에는 정국 혼란이 이어지고 있어 가격을 인상하는데 부담이 비교적 적을 것이라는 분석도 나옵니다.
한국소비자단체협의회는 지난 28일 성명을 내고 "기업들의 도미노 가격 인상은 얼어붙은 소비심리를 더 위축시킬 것"이라고 우려했습니다.
협의회는 커피 원두와 코코아는 올랐지만, 밀가루와 식용유, 옥수수 등 원재료 가격은 작년과 비슷하거나 오히려 내렸으며 식품 기업의 지난해 영업이익이 전년보다 10∼20% 증가했다고 지적했습니다.
그러면서 "K푸드의 인기로 식품기업의 실적 호조가 예상돼 주가도 오르는 상황에서 가격 인상은 타당성이 부족하다"고 비판했습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송미령 장관, 박범수 차관이 식품기업 간담회를 열어 정부의 물가안정 노력에 동참해 달라고 당부했지만, 물가 관리가 쉽지 않은 상황입니다.
농식품부는 식품기업의 원가 부담을 줄이기 위해 주요 수입 원재료 할당관세 적용, 수입 부가가치세 면제, 원료구입 자금 지원 등 다각적으로 돕고 있다는 입장입니다.
(사진=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