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의성 산불 현장에서 진화 작업을 벌이다 헬기가 추락하면서 목숨을 잃은 조종사는 경력 40년이 넘는 베테랑 기장이었던 것으로 파악됐습니다.
조종사 73세 A 씨는 오늘(26일) 오후 12시 50분쯤 의성군 신평면 교안리 야산에 헬기가 추락하면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헬기 임차 업체에 소속돼 있던 A 씨는 강원도 인제군 소속 소방헬기를 몰고 어제 오후 의성에 도착했습니다.
도착 첫날인 어제 1시간씩 두 차례 진화 작업을 벌였고 오늘 오전 9시 반쯤 작업을 한 뒤 낮 12시 40분쯤 다시 투입됐다 변을 당했습니다.
같은 업체에서 근무해 온 동료는 A 씨를 "차분하고 후배들에게 신망받던 선배"라며 "늘 동료들에게 따뜻한 말을 건네곤 했다"고 기억했습니다.
헬기 추락 원인은 아직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헬기 추락을 최초로 신고한 주민은 "가축을 돌보던 중 하늘에서 이상한 소리가 나서 보니 헬기가 있더라"며 "고도가 높아 보였는데 곧바로 산비탈로 추락했고 추락 당시 검은 연기나 불길은 보이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경찰과 산림당국 등은 "헬기가 공중 작업 중 전신주 선에 걸렸다"는 목격자의 진술을 토대로 사고 경위를 조사 중입니다.
산불로 검은 연기가 자욱해 전선을 미처 보지 못했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입니다.
소방헬기 조종 경력이 있는 한 소방대원은 "진화 헬기 앞부분에는 전선을 자를 수 있는 장치가 있어서 조종사는 걸리는 선을 자르면서 불길에 접근한다"며 "연기 때문에 앞이 보이지 않는 상황이었다면 전선을 자르지 못했을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헬기의 기계적 결함 가능성도 있습니다.
사고가 난 S-76 기종의 헬기는 1995년 7월 생산돼 30년 가까이 운항했습니다.
산림청이 보유한 소방헬기 50대와 지자체가 임차해 쓰고 있는 헬기들의 노후화 문제는 꾸준히 지적돼 왔습니다.
지난 12년간 산불 진화 중 11건의 추락 사고가 발생해 17명이 목숨을 잃었습니다.
(취재 : 조지현, 영상편집 : 이승희, 제작 : 디지털뉴스편집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