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 꿈 물거품…다 잃었다" 넋 나간 이재민들 '침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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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성군 점곡면 야산에서 산불이 강풍을 타고 번지자 인근 주민들이 걱정하고 있다.

"새로 지은 집에서 살 생각에 기뻤는데…"

24일 경북 의성군 산불 임시 대피소인 의성체육관내 임시 거처인 텐트 앞에 주저앉은 주민 곽 모(70)씨는 넋이 나간 표정이었습니다.

곽 씨는 산불이 사흘째 잡히지 않아 집으로 돌아가지 않고 있지만, 불이 꺼지더라도 당장 갈 곳이 막막한 상태입니다.

그는 "새로 짓던 주택 공사가 3개월 뒤면 끝나는데 다 타버렸다"며 "사과나 마늘 농사를 지은 돈을 모아서 마련한 비용이었다"고 망연자실했습니다.

곽 씨는 "40여 년간 오래된 기와 주택에서 살았는데 거기도 피해를 보았고 남편하고 키우던 염소 2마리, 닭 6마리, 개 1마리도 다 잃었다"고 털어놨습니다.

의성군에 따르면 현재까지 이번 대형 산불로 전소된 건축물은 92채입니다.

87세 고령의 할머니는 임시텐트에서 머물며 집에 돌아가기만을 기다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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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가 친딸처럼 홀로 키운 고등학생 손녀딸은 미리 챙겨온 교복을 입고 학교에 갔습니다.

이 할머니는 "불이 산을 타고 막 넘어오는데 손녀딸이 수업 중이라 전화를 안 받아서 마음을 졸였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남편과 시아버지, 시어머니 등등 해서 묘지 6개가 타 탔다"고 허탈해했습니다.

주민들은 며찰째 집으로 돌아가지 못해 지친 기색이 역력했습니다.

현재 의성체육관에는 의성읍 주민과 요양병원 환자 등 166명이 머물고 있습니다.

운전하지 못하는 어르신들은 집에 잠깐 들르지도 못해 대피 당시 입고 있던 옷을 그대로 입고 있기도 했습니다.

70대 주민 권 모 씨는 "봉사하는 분들이 먹는 건 잘 챙겨주는데 잠자리가 불편해 힘들다"며 "집에 가고 싶어도 연기가 자욱하고 잿가루가 쌓여있어서 당장 갈 수가 없다"고 토로했습니다.

주민 신 모(70대)씨는 "의성군민 전체가 산불로 힘들지만 감수해야 하는 상황"이라며 "봉사하러 와준 분들에게 고맙다"고 전했습니다.

대구에서 귀농해온 한 주민은 "어릴 때 시골에서 살던 기억 때문에 귀농했는데 이런 경험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며 "대피 당시에 화재 상황이 심각해서 안동으로 피신했다가 여기로 왔다"고 전했습니다.

의성군에 따르면 이 지역에는 1천481명(2022년)의 귀농·귀촌인이 있습니다.

귀농귀촌연합회 관계자는 "아직 주택이나 큰 재산 피해를 본 귀농인, 귀촌인은 파악되지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의성체육관에는 요양병원에서 대피해온 고령의 환자들도 모여있습니다.

요양보호사들은 환자들이 자녀와 영상 통화를 할 수 있게 돕거나 건강 상태를 확인하는 등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았습니다.

식사와 물품 지원도 계속됐습니다.

대한적십자사 경북지사와 새마을회는 이재민들을 위해 식사를 마련했고 이동식 샤워 시설도 배치된 모습이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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