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라니아 바트리스는 팔레스타인계 미국인 활동가로, 진보적인 의제를 세우는 전략가다. 리비 렌킨스키는 이스라엘계 미국인 활동가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수단으로써 다양한 문화 활동을 지원하는 단체 알비(Albi)의 창립자다.
일론 머스크는 오로지 한 사람에게 의존하는 사업에 어떤 심각한 단점이 있을 수 있는지를 잘 보여주는 사례다. 전기차 생산 업체인 테슬라는 한때 진보주의자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지만, 머스크가 강경 우파로 돌아서면서 많은 이들에게 독을 탄 브랜드가 되어버렸고 가치가 빠르게 하락 중이다. 우주를 향한 대도약이라던 신형 스타십 역시 두 차례 실험에서
했다. 머스크 본인의 경솔한 표현을 빌리자면, 머스크의 천재 지위는 "예정에 없던 급격한 해체"를 경험 중인지도 모른다.
이런 평가를 반박할 만한 사례도 있다. 국제우주정거장에서 우주 비행사 두 명을 무사히 데려올 수 있도록 우주선을 제공한 일이다. 이들은 보잉사가 제작한 승무원 캡슐 결함으로 9개월간 우주정거장에 고립돼 있었다. 보잉사의 기나긴 악재 목록에 새로 추가될 만한 사건이었다.
머스크와 보잉의 대비는 의지력이 강하고 위험을 무릅쓰는 기업가가 회피적인 태도의 기득권 경쟁자를 대체한다는 미국 기업계의 전설적인 영웅담에 완벽히 부합한다. 표면적으로는 사실이다. 머스크의 스페이스X는 우주항공 분야에서 보잉을 제쳤다. 테슬라가 적어도 한동안은 기존의 자동차 기업들을 앞질렀던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이런 단발적인 성과를 제쳐두고 좀 더 깊이 들여다보면 머스크의 혁신적인 의지력이 대중의 눈에는 기업의 자산인 만큼이나 부채가 될 수도 있음을 알 수 있다.
이는 전면적인 재사용이 가능하도록 설계되었다는 대형 로켓 스타십의 실패에서도 드러난다. 스타십은 두 차례에 걸쳐 카리브해 상공에 불붙은 잔해를 남기며 상업용 항공기의 진로를 방해해 우주 비행사의 무사 귀환보다 더 큰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머스크는 스타십 실험 실패를 별것 아닌 일로 가볍게 넘기려 했지만, 그 이면을 살펴보면 우주선 제작에 대한 머스크의 접근 방식이 근본적으로 도전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발사 시험의 목표는 달 표면에 우주 비행사를 보내려는 나사(NASA)의 아르테미스 계획에 활용될 우주선을 제작하는 것이다. 궤도로 발사만 되면 될 일이 아니라, 달에 착륙하고서 다시 연료를 채울 수 있어야 한다. 2027년이라는 목표 기한은 매우 비현실적이다.
슈퍼헤비 보조 추진 로켓을 사용하는 비행의 첫 단계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최근 발사대에서 이미 사용된 추진 로켓을 회수하는 장관을 연출하면서 확인을 마친 사실이다. 문제는 스타십을 궤도로 올리는 엔진 근처에서 발생한다. 이로 인해 우주선이 중간에 폭발하게 되는데, 전문가들에 따르면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대대적인, 그리고 어마어마한 비용이 드는 재설계가 불가피하다.
스페이스X는 '원맨쇼'였던 적이 없다. 현 사장인 그윈 샷웰은 일론 머스크만큼이나 스페이스X의 성공에 기여했다. 능력 있는 엔지니어들을 고용한 것, 뛰어난 경영 능력으로 머스크의 상상력과 모험 정신에 실체를 부여한 것, 그러면서도 머스크에게 집중된 조명을 방해하지 않은 것 모두 샷웰의 성취다. 그럼에도 스타십은 머스크에게 있어 일종의 남성 호르몬 주사, 달을 넘어 화성으로 가겠다는 의지의 가장 대담한 표현이 되어버렸다. 일론 머스크의 관심이 정부효율부(DOGE)로 넘어가자, 스페이스X는 더 큰 난관에 봉착한다.
취임 연설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이 "별들을 향한 우리의 명백한 운명"을 추구할 거라며, 우주 비행사가 화성에 성조기를 꽂게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트럼프는 그 시기를 자신의 임기 말로 보고 있지만, 스타십의 꼬여버린 궤적을 보면 그의 야망이 공상에 불과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현재로서는 달에 우주 비행사를 보내는 정도가 나사(NASA)가 트럼프 임기 말까지 달성할 수 있는 최대치로 보인다. 달 식민지화는 상업적인 가치도 상당한데, 중국도 이 점을 잘 알고 있다.
1969년 7월, 달은 미국의 탁월한 도전 정신을 의미하는 상징이 됐다. 인류 최초의 달 착륙과 함께 아폴로 계획은 아날로그 시대의 승리로 기록됐다. 당시 달로 간 우주선을 제작한 기업은 보잉이었다. 2014년, 나사는 보잉의 명성을 믿고 새로운 세대의 승무원 캡슐을 발주하고 동시에 스페이스X와도 계약을 맺었다.
그러나 2014년은 당시 보잉의 수장이었던 제임스 맥너니가 보잉을 업계 아이콘으로 만들어 준 달 탐사에 준하는 리스크를 더는 감수하지 않겠다고 선언한 해이기도 하다. 맥너니는 획기적인 신모델을 만들어내는 기존의 전략이 "이 업계에 맞지 않는 잘못된 방식"이라며, "적은 비용으로 더 많은 것을 만들어내야 하는 세상은 달 탐사를 추구하도록 허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후 보잉은 토론과 팀워크, 공동의 의사결정을 중시하는
에서 주주에게 돈을 가능한 한 많이 돌려주는 것을 우선시하는 경영 방식으로 전환하게 된다. 비용을 절감하자, 품질이 들쭉날쭉해졌다. 신형 737 맥스 기종이 두 차례 추락 사고를 내자, 보잉은 끝내 신형 제트기의 대명사 자리마저 에어버스에 내주고 말았다.
보잉의 운명은 머스크라는 전설의 탄생에도 기여했다. 높은 위험을 감수하는 스타일의 리더가 나사의 예산과 기한에 맞춰 일관되게 안전한 제품을 제공하게 된 것이다. 스페이스X는 캡슐을 궤도에 쏘아 올린 후 지구로 돌아오는 팰컨 9를 발사해 보잉이 도달하지 못한 기술을 선보이는 데도 성공했다.
스타십의 실패는 이렇게 얼핏 완벽해 보이던 전설에 그림자를 짙게 드리웠다. 스페이스X의 다음 도전은 머스크에게 훨씬 더 어려운 과제가 될 거라는 신호와도 같다. 한편, 테슬라 역시 머스크에게 여전한 골칫거리다. 테슬라는 머스크가 트럼프 행정부에 깊이 관여하기 훨씬 전부터 참신함과 추진력을 잃고 있었다. 중국은 머스크의 독창적인 컨셉에 차를 만든 사람도 실제로 그 차를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대량 생산 모델을 접목해, 값싸고 품질 좋은 전기차를 시장에 대량으로 내놓기 시작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