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입장에서 가장 걱정되는 건 관세 전쟁인데 도대체 한국에 대해서 언제쯤 어떤 업종들에 대해서 몇 퍼센트 관세율을 때릴지 지금도 불투명하죠. 말만 자꾸 흘러나오고 답답하죠. 근데 제가 그런 말씀을 드렸던 기억이 납니다. 어쩌면 트럼프조차도 그 계획이 없을 수도 있다.
조영무ㅣ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 (2024년 12월)
트럼프가 벌이려고 하는 관세 전쟁의 시간표를 우리가 모르는 게 아니라 애초에 없을 수도 있다.
왜냐하면 관세 전쟁은 양날의 검이기 때문이죠. 관세를 매기게 되면 좋죠. 마음대로 휘두르잖아요, 본인이 원하는 걸 얻어내기 위해서. 제가 트럼프의 뉴스를 보는 캐나다 국민이라고 한다면 사실은 황당할 것 같아요. 우리나라(캐나다) 제품에 관세를 25% 매긴다고 하는데 그 이유가 우리나라에서 불법 입국자와 마약이 넘어가서랍니다. 그래서 어쩌라는 건가요? 근데 뭔가 하라는 거잖아요.
도널드 트럼프ㅣ미국 대통령 (2025년 2월)
(캐나다가) 해야 할 일은 솔직하게 말하면, 미국에 자동차 공장이나 다른 공장을 짓는 것입니다. 그러면 관세가 없습니다.
그래서 거기에 대해서 캐나다는 액션을 하고 있고, 이런 식으로 트럼프는 원하는 걸 얻어내기 위한 수단으로 앞으로도 저는 관세라고 하는 수단을 쓸 걸로 봅니다.
관세의 또 다른 좋은 점은 또 있죠. 미국의 거시경제 리스크를 언급할 때 항상 언급되는 게 '정부가 빚이 너무 많아. 재정 적자가 나' 이런 거 아닙니까? 그런데 이렇게 관세 전쟁을 벌여서 수입품에 관세를 많이 매기게 되면 뭐가 생길까요? 관세 수입이 생기잖아요.
미국이 특히 트럼프가 다른 나라들에 대해서 매기는 관세를 어떤 시각으로 보고 있는가를 명확하게 알 수 있는 게 저는 이거라고 봐요. 다른 나라들에 대해서 관세를 매기는 것과 관련된 행정관청을 만들겠다고 하지 않았습니까? 근데 그 행정관청의 이름으로 언급되고 있는 게 익스터널 레비뉴 서비스(External Revenue Service)예요. 레비뉴 서비스는 세금을 거두는 관청이라는 뜻이거든요. 익스터널은 외부라는 뜻이잖아요. 우리나라의 국세청에 해당하는, 미국에서 미국 국민한테 세금을 거두는 관청의 이름이 인터널 레비뉴 서비스(External Revenue Service)입니다.
* External Revenue Service(외부세입청) :
트럼프 대통령이 외국으로부터 발생하는 모든 수익 관리와 관세 징수를 위해 설립한 정부 기관
* Internal Revenue Service :
미국의 국세청. 미국 재무부 산하 관청으로 미국 내 세금 징수 관련 업무 관장
한마디로 우리가 나라에서 필요한 세금 수입을 거두는데 미국민한테 거두는 건 인터널 레비뉴 서비스, 외국에 관세로 거두는 세금 수입은 익스터널 레비뉴 서비스에서 매기겠다는 거예요. 한마디로 관세는요, 협박의 수단이기도 하지만 사실은 조세 수입의 확보 수단이라고 명확하게 생각하고 있는 겁니다.
그런데 이렇게만 말씀드리면 그냥 좋기만 한 것 같잖아요? 근데 사실은 아니죠.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많이 매긴다면 미국의 중산층이나 서민들이 많이 물건을 사서 쓰는 월마트에서 중국산 제품의 가격이 갑자기 급등할 겁니다. 미국은 소비가 가장 중요한 국가라고 말씀드렸는데 이렇게 물가가 올라서 소비가 위축되면 미국의 성장률이 떨어질 수밖에 없어요.
그리고 관세를 때린다고 하면 다른 나라들이라고 가만히 있겠습니까? 심지어 미국 입장에서 쉬워 보였던 캐나다와 멕시코조차도 '우리도 가만히 안 있을 거야' 하고 있잖아요.
제일 심하게 때리는 나라는 어디가 될까요? 보복 순으로 따지면 저는 중국일 것 같아요. 왜냐하면 중국은 시진핑, 중국 사람들이 보기에는 황제 같아 보이는 사람이 다스리는 나라인데 우리나라 황제가 다른 나라한테 관세 얻어맞고 가만히 있는다? 이상하지 않습니까? 중국은 결코 가만히 안 있겠죠. 가만히 있을 수가 없죠. 모양새가 됐든 실질적으로든 반드시 미국에 보복을 할 겁니다.
그럼 도대체 왜 트럼프는 다른 나라들에 '내가 당신 나라에 어떤 품목에 몇 퍼센트의 관세율로 어느 정도의 지속 기간 동안 관세를 때릴 거야'라고 안 밝혀주느냐? 앞서 말했지만 애초에 정해진 게 없을 수도 있다. 트럼프조차도 모를 수가 있다. 왜냐? 봐가면서 해야 되기 때문에. '미국의 물가는 얼마나 올라가지? 미국의 성장률은 얼마나 둔화하지? 내가 관세를 때렸을 때 다른 나라들이 순순히 받아들여 주나? 내가 요구하는 거 응해줄까? 그게 아니라 나한테 보복하나? 세게 하면 어떡하지?' 이런 걸 봐가면서 하겠죠. 그러니까 우리 입장에서는 트럼프가 빨리 시간표와 계획표와 청사진을 제시해 주면 좋겠지만 저의 예상은 어쩌면 아예 없을 수도 있다.
그래서 사실 이런 생각도 듭니다. 어쩌면 이 지구상에서 트럼프를 막을 수 있는 '사람'은 없을 수도 있을 것 같아요. 하지만 트럼프를 막을 수 있는 '것'은 있을 것 같습니다. 사람이 아닐 것 같아요. 뭐냐면 미국의 물가 상승률, 미국의 경제 성장률, 실업률, 주가 이러한 것들이 요동치거나 미국 경제에 불리하게 흘러가면 이것이 트럼프의 관세 전쟁을 진정시키거나 또는 불법 입국자 추방을 완화하거나 이럴 수는 있을 거라고 봅니다.
그래서 저는 관세 전쟁의 영향은 상대적으로 단기에 끝날 걸로 봅니다. 왜냐하면 바보가 아니잖아요. 미국 경제의 부메랑이 돼서 돌아오는 관세 전쟁을 지속적으로 오랫동안 한다면 미국 경제도 부담이 될 텐데. 하지만 무언가 얻어내기 위한 수단으로는 할 가능성이 있죠.
트럼프가 눈치 보는 세 가지 : 고물가-고금리-강달러도널드 트럼프ㅣ당시 미국 대통령 당선인 (NBC 방송 인터뷰, 2024년 12월)
(보수·진보 모든 경제학자들이 소비자가 결국 관세를 부담하게 될 거라고 이야기합니다.)
나는 그런 말 믿지 않아요.
미국에서는 앞으로 물가 상승에 대한 우려가 커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제가 작년 연말에 출연해서 '미 연준이 금리 인하를 시작은 했지만 금리를 빨리 낮출 생각도 없어 보이고 많이 낮출 생각도 없어 보인다'라고 말씀드렸는데요.
조영무ㅣ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 (2024년 12월)
코로나가 지나고 나서 물가가 급등했던 시기에 미 연준은 물가를 잡겠다고 정책금리를 5.5%까지 올렸습니다. 그러다가 지금 낮추기 시작해서 3% 정도까지 낮추겠다고 했어요. 그런데 예전에 가장 높이 올렸을 때가 2.5%인데 이번에 낮출 때 가장 많이 낮춰도 3%라고 응답을 한 거예요. 어떻게 느껴지세요? 한마디로 '우리는 금리를 빨리 낮출 생각이 없어. 그리고 몇 년을 기다려도 코로나 이전에 비해서 더 많이 낮아지게 낮출 생각도 없어'라고 한 겁니다. 그러니까 금융시장이 놀란 거예요.
그리고 사실 앞서 말씀드린 내용은 2024년 12월 미국의 통화정책결정회의(FOMC)를 거치면서 더 강화된 걸로 보입니다. 3개월이 지나서 12월 미국 FOMC 이후에 발표된 미 연준 이사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9월에 2026년 말에 달성할 것으로 예상했던 2% 물가 상승률 목표 도달 시기를 1년 늦춰서 2027년 말이 될 걸로 응답했고요. 낮췄을 때의 저점에 해당하는 장기 적정 금리 수준이 2.9%였다가 3.0%로 도리어 더 올라갔다. 한마디로 금리를 더 낮출 생각이 없어졌고 금리를 빨리 낮출 생각이 더 없어졌다.
그래서 이러한 추세가 강화되고 있는데 제가 보기에 그 이유는 사실은 인플레에 대한 걱정이고, '아직 물가가 완전히 잡힌 게 아닌 것 같은데 물가가 또 오르면 어떡하지?'라고 걱정하는 듯 보이고 그 주된 이유에는 트럼프가 있다. 트럼프가 대통령이 되고 나면 관세든 감세든 불법 입국자 추방이든 이러한 요인들이 트럼플레이션이라는 이름으로 물가 상승 압력을 높일 수 있으니 미 연준분들은 이것에 대해서 상당히 심각하게 걱정하고 있는 걸로 읽힌다.
사실은 올해 1월, 2월이 지나면서 제가 보기에는 이러한 사실들이 확인돼 가고 있고 금융시장에서는 거기에 대해서 더 우려를 하게 됐고, 그러다 보니 이제 앞서가는 쪽에서는 '미 연준이 이제 금리 인하 더 이상 안 하는 거 아니야? 올해 이미 이제 금리 인하 끝난 거 아냐? 이제 남은 건 금리 인상으로의 전환 아닌가?' 이러한 걱정을 하고 있고, 그것 때문에 국제 금융시장에서 금리도 출렁거리고 환율도 출렁거리고 주가도 출렁거리고 있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러면 이 상황을 우리가 고금리 상황이 해소됐다고 볼 수가 있느냐? 저는 아닌 것 같아요. 그러면은 벌써 고물가, 고금리죠. 여기에 미국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되고 나서 자꾸 세상을 불안하게 만들고 주가가 빠질지도 모르겠고, 그러니까 이렇게 세상이 불안하고 불안정해지면 다들 어느 나라 통화를 찾죠? 미국 달러화를 찾잖아요. 그렇다 보니까 자꾸 미국 달러화의 가치는 올라가고, 그럼 제가 말씀드린 세 가지를 조합해 보면 고물가, 고금리, 강달러인 거죠.
근데 사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신흥국들 미국 이외의 국가들 입장에서 가장 고통스러운 게 고물가, 고금리, 강달러 조합이거든요. 그래서 이러한 상황은 취약 신흥국들을 중심으로 해서 상당히 여러 나라를 어렵게 할 가능성이 있다. 그리고 여기에는 우리나라도 포함된다고 말씀을 드려야 될 것 같습니다.
Q. 최근에 한국은행이 올해 1.5%, 내년에는 1.8%로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어요.
꽤들 놀라셨을 거라고 봅니다. 왜냐하면 지난해 말부터 전개된 상황이 다소 이례적이기 때문입니다. 이미 한국은행은 지난해 11월 경제 전망에서 올해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로 1.9%를 제시했었죠. 그런데 기억하실지 모르겠습니다만 앞선 출연에서도 그게 좀 다소 의아스럽다는 말씀을 드린 바가 있습니다.
조영무ㅣLG경영연구원 연구위원 (2024년 12월)
한국은행이 내년 경제 성장률 전망치로 제시한 1.9%는 한국은행의 시나리오 분석에 담긴 숫자들을 감안하면 저는 내년 한국 경제 성장률을 좀 더 낮게 잡고 있습니다.
이런 식의 경제 전망을 할 때에는 생각보다 경제 전망의 가정과 전제가 중요하다. 특히 우리가 몇 년 전에 경험했었지만 코로나라는 질병의 전개 상황에 따라서 한국 경제와 세계 경제가 요동쳤었잖아요. 마찬가지로 최근에 세계 경제와 한국 경제의 흐름은 트럼프가 벌이고 있는 관세 전쟁, 그리고 러우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인 요인들이 어떻게 전개되는가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한마디로 비경제적인 요인이 경제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는 상황이죠. 그러니까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가정과 전제를 하는 겁니다.
그런데 11월 한국은행의 경제 전망 때에 한국은행 전망 보고서의 맨 앞단에 있었던 가정과 전제가 저는 다소 좀 마음에 걸렸었는데, 이런 상황을 가정하고 전망을 하셨더라고요. 트럼프가 우리나라를 비롯한 많은 나라들에 보편 관세라고 해서 일방적으로 관세를 때리는 관세 전쟁을 벌이려고 하는데, 이러한 보편 관세 적용 시기가 2026년 1분기일 것이라고 가정하고 전제를 하셨더라고요. 당장 여기서 볼 수 있는 것처럼 지금 상황에서 보면 '아 그게 정말 실현될 수 있나?' '이미 관세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 같은데?'라는 생각을 하게 되는 거죠.
그래서 그 전망 보고서의 뒤쪽에 있었던 일종의 시나리오 분석 이런 수치들이 있었거든요. 가령 트럼프가 관세 전쟁을 심하게 벌이게 되면 우리가 봤던 것보다 한국 경제 성장률이 0.2%포인트 더 떨어질 수 있다. 러우 전쟁이나 중동 전쟁이 빨리 진정되지 않으면 우리가 봤던 것보다 성장률이 또 0.1%포인트 더 떨어질 수 있다.
그래서 그냥 이 수치들만 그대로 받아들이더라도, 제가 보기에는 1.9에서 0.2와 0.1을 빼면 1.6이 나오지 않습니까? 그래서 한국은행이 1.6%를 생각하고 계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을 했었고, 방금 말씀드린 것처럼 그 전망 보고서조차도 11월에 나왔던 보고서잖아요. 그렇다 보니 12월 이후에 우리나라 안에서 벌어진 계엄이라든가 탄핵으로 인한 소비 위축과 같은 영향들은 반영할 수가 없었던 상황이죠. 그러면 그게 또 우리나라 성장률을 만약에 0.1%포인트나 0.2%포인트 정도 떨어뜨린다고 한다면 어떤 수치가 나오겠습니까?
이창용ㅣ한국은행 총재 (2025년 2월)
지금 '경제 성장률 1.5%가 너무 낙관적인 거 아니냐', '어느 정도 더 밑을 예측하는 기관도 있지 않냐'고 하는데 저는 지금 1.5%는 상당히 중립적인(neutral) 성장률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사실은 이번에 한국은행에서 1.5%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발표하셨는데 그 기자간담회에서 하셨던 이야기, '1.5%라고 하는 성장률 전망치가 우리가 보기에는 중립적이다. 비관적으로 본 것도 아니고 낙관적으로 본 것도 아니다. 추경이 빨리 편성이 돼서 그 효과를 발휘할 수 있다고 하면 1.5%보다 높아질 수도 있겠지만 만약에 앞서 말씀드린 계엄, 탄핵, 관세 전쟁, 러우 전쟁과 같은 지정학적인 요인들이 불리하게 전개된다면 거기서 더 떨어질 가능성도 있다.' 그래서 많은 분께서 1.5%라는 숫자를 보시고 놀라셨겠지만 사실 저는 지난해 말부터 말씀드린 것처럼 하단을 열어놔야 된다고 생각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 경제, 더는 버틸 힘이 없다"…깊어지는 한은의 딜레마중앙은행의 제1 책무는 그 나라 경제의 물가를 안정적으로 관리하는 거라고 하는데, 그런데 중앙은행의 통화 정책은 그렇게 단순하지가 않아요. 최근에 한국은행이 0.25%포인트 금리 인하를 했지만 금리 인하가 정답이 아니지 않습니까? 절대 선(善)이 아니잖아요. '금리를 낮춰서 그렇지 않아도 어려운 한국 경제에서 부채 이자 부담도 좀 낮춰주고 좀 부담을 덜어주면 좋겠어' 이러한 견해도 있지만, 동시에 일부 지역이긴 하지만 집값이 아직 오르고 있고 가계 부채가 많이 늘고 있고, '이런 상황에서 금리를 낮춘다고? 이러다가 어쩌자는 거야? 집값이 좀 더 떨어져 줘야 되는 거 아니야?' 이걸 또 간절하게 바라시는 분들도 있지 않습니까?
근데 중앙은행은 얼마나 답답할까요? 본인들이 할 수 있는 건 정책금리를 높이거나 낮추거나 정책 수단 하나밖에 없는데 경기도 챙겨야 됩니다. 물가도 안정시켜야 돼요. 최근에는 높아진 원/달러 환율도 걱정해야 되고요. 가계 부채 급증도 신경 써야 되고, 집값이 너무 오르는 거 아닌지도 신경을 써야 됩니다. 그러니까 챙겨야 되는 건 너무 많은데 할 수 있는 건 한 가지 수단밖에 없는 거예요.
이창용ㅣ한국은행 총재 (2025년 2월)
이런 얘기 하면 또 디펜스라고 하지만 제일 억울해하는 건 뭐냐면 저희가 계속 '금리 인하 기조 있다' 그러는데 '한국은행이 실기를 했다', '금리를 인하 안 한다' 이런 쪽으로 보도가 되는 건 (그간) 금리 인하기였다 이런 얘기를 드리고, 저희는 그 시기를 결정할 때 작년 8월에는 가계 부채 때문에 한두 달 늦췄고 이번 1월에는 기본적으로 환율 때문에 한 달 정도 늦췄는데, 사후적으로 결과를 봤을 때는 가계 부채 잡는 데도 큰 도움을 줬고 지금 환율 변동성도 저희가 그 타이밍을 벗어났다고 해서 이렇게 인하 기조를 유지하면서 잘 조정하고 있으니까 좀 맡겨주시고, 자꾸 실기했단 얘기하지 마시고, 더 잘할 수 있으면 그다음에 한국은행 총재 되신 다음에 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러면 어떤 식으로 통화 정책을 펼 수밖에 없느냐? 그때그때 상황에서 가장 중요해 보이는 요인을 중심으로 통화 정책을 펴는 겁니다. 한국은행이 왜 1월이 아니라 2월에 금리를 인하했느냐? 경기가 안 좋아진다는 건 저는 한국은행도 이미 알고 있었고 어느 정도 인정하고 있었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한국은행은 원래 분기에 한 번씩 경제 전망을 발표하거든요. 지난해 11월에 전망을 발표했으니 정상적인 다음번 전망 발표 시기는 올해 2월입니다. 통화정책 결정 회의 끝나면서 동시에 나왔어야 돼요. 그런데 1월에 공식적인 경제 전망도 아니고 한국은행 블로그에 갑자기 글이 올라와서 '우리가 보니 한국 경제 성장률이 11월에 봤었던 1.9%가 아니라 1.6%나 1.7%밖에 안 될 것 같다. 그건 계엄과 탄핵 때문인 것 같다'라고 하셨거든요.
저는 다소 좀 생각은 다릅니다. 계산을 해보면 계엄과 탄핵이 우리 경제에 악영향을 주는 건 분명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경제 성장률 0.3%포인트나 떨어뜨릴 거라고까지 보지는 않아요. 여기에는 원래 한국은행이 전망을 할 때 관세 전쟁 또는 지정학적인 요인들에 대한 가정과 전제가 다소 낙관적이었기 때문에 다른 방향으로 실현되어 가고 있었던 그런 요인도 꽤 크다고 봅니다.
하지만 어쨌든 간에 한국은행조차도 1월에 우리가 당초 봤던 것보다 경제가 안 좋다는 거를 받아들이고 계셨던 셈이잖아요. 하지만 1월에 한국은행은 금리를 낮추지 않았습니다. 왜? 원/달러 환율이 너무 올라가고 있었기 때문에. 환율이 불안하니 이러한 상황에서 한국이 금리를 낮추면 원/달러 환율이 1천500원을 넘어가면 어쩌나 이런 불안감이 있었거든요. 그럼 2월에는 왜 낮췄느냐? 환율이 그나마 큰 폭은 아니지만 급등세는 진정되었기 때문이죠.
하지만 그런 상황에서 돌아봤더니 '어? 1.5%까지 성장률 전망치를 낮춰야 할 정도로 경기가 심상치 않네?' 그러다 보니 무게를 경기 쪽에 가장 많이 두고 통화 정책을 편 겁니다. 그렇게 따진다면 미국과 한국의 앞으로의 통화 정책은 어떻게 될 것이냐? 저는 미 연준은 어쩔 수 없이 트럼플레이션에 대한 우려를 안고 갈 수밖에 없다고 봅니다. 트럼프가 관세 전쟁을 포기하지 않을 거예요. 불법 입국자 추방을 포기하지 않을 겁니다. 이것은 지속적으로 미국의 물가 상승 압력을 불러일으킬 겁니다. 미 연준분들은 여기에 대해서 가장 걱정하시는 분들일 거예요. 그래서 저의 전망은 올해 미 연준은 한 차례 정도의 추가 금리 인하 정도가 남아 있다고 봅니다.
한국은 미국과는 조금 다르죠. 왜냐하면 미국의 상황도 동시에 살펴야 되거든요. 근데 미국이 조금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금리를 많이 안 낮출 것 같다고 말씀을 드렸잖아요. 미국이 안 낮췄는데 우리는 2월에 낮췄습니다. 이것도 부담이죠.
그런데 앞으로 미국이 조금 전에 말씀드린 것처럼 또 많이 안 낮추는데 한국이 또 여러 번 많이 낮춘다? 이것도 부담입니다. 그렇다 보니 저는 한국은행이 지금까지 인정하고 있는 경기에 대한 판단, 잘 안 떨어지고 있는 원/달러 환율 수준, 그리고 금융 감독 당국이 지속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가계 부채에 대한 우려 이러한 것들을 종합적으로 감안해 볼 때 한국 역시도 올해 한 차례 정도 0.25%포인트 정도의 금리 인하만이 남았다고 봅니다.
하지만 제가 강조하고 싶은 건 뭐냐면 지난해 4분기에 많이 받았던 질문이 '한국은행이 언제쯤 금리 인하 시작할까요? 그러면 가계 대출 금리는 얼마나 떨어질까요?'라고 하는 부분이었어요. 하지만 실제 벌어진 상황은 정반대였습니다. 4분기에 한국은행이 0.5%포인트 정도 정책금리를 인하하는 동안 여러분들께서 이자를 내시는 가계 대출 금리는 신규 취급액 기준으로 0.5%포인트 정도 도리어 금리가 올랐어요.
그럼 이게 무슨 상황이냐는 겁니다. 한국은행의 정책금리 인하를 기다리고 기대하셨던 분들의 희망은 뭐였을까요? 한국은행이 정책금리를 인하하면 가계 대출 금리가 떨어지면서 사람들이 부담이 줄어서 소비를 늘리고 우리 경기가 살아나는 데 도움을 주는 걸 기대하시는 걸 거 아니에요? 이거를 경제학적으로는 '전통적인 통화 정책의 금리 전달 경로'라고 부릅니다. 그런데 한마디로 지난해 4분기에는 이 경로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던 거예요.
그러면 중요한 건 이미 올해에도 2월에 금리 인하를 했고 앞으로 또 금리 인하가 있을 수도 있죠. 금리 인하를 하느냐 안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시중금리 대출 금리가 어떻게 움직이느냐가 중요하다. 그리고 여기에는 금융 감독 또는 시중은행들이 실제로 돈을 빌려줄 때 기준금리에 덧붙이는 가산 금리 이러한 것들이 어떻게 변하는가가 사실은 더욱더 중요할 수도 있다고 봅니다.
Q. 하단을 열어놓는다고 말씀하셨는데, 구체적인 어떤 수치보다도 만약에 1.5%보다 더 내려가는 하단의 성장률이 나왔을 때는 이걸 어느 정도의 무게감으로 저희가 받아들여야 되나요?
말씀하신 그런 무게감과 관련해서 이러한 수치들을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되는가? 특히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가 올해 1.5%고 내년에 1.8%면 2년 연속 2%가 안 되잖아요.
이창용ㅣ한국은행 총재 (2025년 2월)
저는 내년도 성장률 1.8%가 되면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것이 우리의 실력이라고 생각하고, 전 세계적으로 경기가 트럼프 관세 정책 이런 것 때문에 수출도 어렵고 전체적으로 낮은데 우리가 잠재 성장률보다 더 크게 우리 혼자서 발전할 수 있을 거라고, 성장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한은 총재께서는 '이게 우리 진짜 실력이야'라는 말씀을 하셨죠. 그렇다면 이게 실력이다라는 말을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여야 될 것인가?
이때 저희가 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 것이 '잠재 성장률'이라는 개념입니다. 그런데 지금 한국의 잠재 성장률 수준에 대해서 한 2% 또는 2% 아래로 떨어진 것 아니냐는 이야기가 지속적으로 나오고 있는 거예요. 그렇다 보니까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한은 총재가 올해 1.5%, 내년 1.8% 한국 경제 성장률 전망치를 이야기하면서 '그게 그냥 우리 실력 정도로 보인다', 그리고 '이러한 잠재 성장률 수준보다 높은 성장률을 달성하는 것이 쉽지 않아 보인다'라는 이야기를 하는 것이기 때문에 만약에 우리의 잠재 성장률이 정말로 2% 내지는 그 아래로 떨어졌다고 한다면 제가 보기에도 그 이상의 수준을 달성하는 것은 사실은 쉽지 않다. 뭔가 과속을 하거나 과열을 내지 않는다면 이것이 쉽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로 받아들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너희는 가지고 있는 인구 노동력이 이 정도야.' 근데 그런 면에서 보면 우리나라는 사실 지금 굉장히 좀 불리한 겁니다. 특히 다른 나라들보다 가장 빨리 불리해지고 있죠. 왜냐하면 인구가 늙은 정도를 나타내는 고령화 수준으로 보면 아직 일본 정도나 유럽 정도보다는 낫지만 대신에 '얼마나 빨리 늙고 있나'라고 하는 고령화 속도로 따진다고 한다면 우리가 세계 최고거든요.
이미 있는 인구가 늙는 것도 그렇지만 새로운 인구도 중요한데 아이가 잘 안 태어나고 있잖아요. 다행스럽게도 최근에는 낮았던 출산율이 다소 반등하는 조짐을 보이고 있지만 여전히 0.7명대입니다. 이게 어느 정도냐면 OECD 국가라고 불리는, 우리가 이름을 들어봤을 법한 국가 중에서 합계출산율이라고 부르죠, 여성 1명이 평생 가임 기간 동안 낳을 것으로 예상되는 아이의 숫자가 출산율이거든요. 이게 1명 아래인 나라가 우리나라밖에 없어요.
사실은 이 출산율이 낮다고 하는 대표적인 국가들이 이탈리아 같은 남유럽 국가들도 있었고, 일본도 저출산 국가지만 이런 나라들도 1.2명대입니다. 그러니까 우리나라는 사실은 지금 유례를 찾아보기 어려울 정도의 낮은 출산율을 기록하고 있고요. 이런 면에서 우리는 잠재 성장률 측면에서 보면 일단 인구 측면에서 한 단계 내리깔고 가고 있다. 그리고 점점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다는 부분이고요.
두 번째로는 사람으로 안 돼? 그럼 또 다른 중요한 생산 요소는 돈이잖아요. 투자. 그런데 가만히 보면 이렇게 돈을 많이 써서 생산력을 높이는 건 지금 어느 정도 할 만큼 한 셈입니다. 많은 분이 모르시는데 우리나라가 로봇 활용도에 있어서는 사실 세계 최고 레벨이에요. 그러니까 자동차 업종 이런 곳들을 중심으로 해서 공장이나 '근로자 1명당 어느 만큼의 로봇을 쓰고 있나?' 이런 로봇 장비율로 따져보면 우리나라가 지금 세계 최고 수준이거든요.
그러니까 이런 식으로 할 수 있는 부분은 이미 우리가 어느 정도 하고 있다. 특히 더 중요한 건 뭐냐면 이렇게 사람이 꼭 있어야 되는 부분도 있단 말이죠. 근데 이렇게 돈을 계속 쏟아부어서 성장률을 높이는 데는 지금 한계를 맞고 있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의 결과입니다.
그렇다고 한다면 사실은 남는 거는 하나밖에 없어요. 우리가 흔히 생산성이라고 부르는 부분입니다. 이런 거예요. 그래, 사람 수는 더 못 늘려. 근데 똑같은 사람이 일을 하는데 더 많은 걸 만들어낼 수도 있잖아요. 그게 일하는 방식일 수도 있고, 또는 그 사람한테 로봇을 붙여줄 수도 있는 거고, 이렇게 생산성을 높이는 거죠. 그래서 똑같은 사람이 일하는데 더 많은 양을 만들어내거나 또는 똑같은 양을 만들어내는데 그래도 더 적은 사람으로 만들어낼 수 있다고 한다면 이 경우에는 노동 생산성이 높아졌다고 이야기를 합니다.
그리고 또 다른 개념은 뭐가 있냐면 '그래 뭐 사람도 쓰고 돈도 쓰는데 이런 생산 요소를 양적으로 투입하는 것을 계속 늘려나가는 것 말고 그 이상으로 무언가 더 만들어낼 수 있는 거 아니야?' 가령 경영의 효율성을 높인다던가, 그 나라 경제에서 인프라의 레벨을 높인다던가, 기술을 획기적으로 개선한다든가 이러한 것들도 해당이 되겠죠. 그래서 사람과 돈을 더 써서 만들어낼 수 있는 효과 제외하고, 이렇게 생산 요소의 양적인 증대 효과를 다 제외하고 나서도 무언가 우리가 더 만들어내고 있다면 이게 뭘까? 이게 경제학에서 이야기하는 총요소 생산성입니다. 한마디로 그 국가 경제가 가지고 있는 기술 수준, 효율성 이러한 것들을 다 뭉뚱그린 거예요. 이러한 수준의 생산성을 높여 나가는 것도 사실은 인구가 줄거나 또는 돈만으로 해결이 안 되는 상황에서 잠재 성장률을 끌어올릴 수 있는 방법입니다.
하지만 많은 경제 기관에서 분석하고 있는 바에 의하면 한국은 인구도 그렇고 돈도 그렇고 이러한 양적인 측면에서의 메리트도 사라지고 있지만, 양적인 생산 요소(사람과 돈)의 투입을 그동안 생산성 향상으로 극복해 왔는데 이것조차도 이제 거의 한계에 다다르고 있다. 그렇다 보니까 지속적으로 한국 경제의 잠재 성장률 수준에 대해서 낮춰 보면서 지금 전망이 수정되어 가고 있는 겁니다.
우리나라는 지금 전 세계에 유례가 없을 정도로 고령화, 출산율 하락 이런 상황을 맞고 있지만 이러한 부분을 극복하기 위한 노력이 우리나라의 잠재 성장률 측면에서 매우 중요하다는 말씀을 드리고 싶고, 돈과 관련해서는 지난번 출연 때 과거 반도체 슈퍼 사이클 때, 또는 2016 탄핵 당시와 달리 우리나라 기업들의 국내 투자가 매우 부진하다. 그것이 반도체 같은 업종을 중심으로 수출이 많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온기가 국내 민간 소비나 투자와 같은 내수 부문으로 제대로 전달되고 있지 않은 중요한 원인이라고 말씀드렸잖아요.
그렇다면 도대체 우리나라 기업들이 국내에 왜 투자를 못 하나? 물론 미국에 투자를 많이 늘리고 있지만, 그게 바이든이 보증금과 같은 당근을 줘서일 수도 있고 트럼프가 관세와 같은 채찍을 휘둘러서일 수도 있지만 우리나라의 자체적인 문제 때문일 수도 있지 않습니까?
그래서 그러한 부분에 해외로 흘러 나가고 있는 투자 자금이 국내로 들어오게 한다고 한다면 그것이 어떤 식으로든 국내 한국 경제의 잠재 성장률을 높이는 부분에 도움을 줄 수가 있다. 그리고 미국 경제의 향후 경제 전망 그리고 잠재 성장률의 추이에 있어서 빅테크 기업들이 하고 있는 대규모 투자가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변수라고 볼 수가 있는데, 우리는 그러한 투자가 지금 잘 이루어지고 있나? 그리고 특히 앞으로의 세상은 AI와 로봇이 주도하는 세상이 될 가능성이 있는데 우리나라 기업이나 산업은 그 부분에 있어서 충분한 준비나 노력을 하고 있는가?
그리고 그것이 결국은 미국뿐만이 아니라 우리나라의 장기적인 잠재성장률을 좌우하는 중요한 요인도 될 수 있다는 부분에서, 생산성 향상 측면에서도 우리나라 경제, 산업, 기업 여러 측면에서 보다 더 신경 쓰고 노력해야 할 부분이 있다. 그래서 우리나라 역시도 잠재 성장률이 떨어지는 추세이긴 하지만 노동력이건 자본이건 생산성 측면에서건, 어떤 부분에서라도 우리가 해나갈 수 있는 부분을 찾아서 조금씩이라도 노력을 한다면 그것이 모여서 떨어지는 우리나라의 잠재 성장률의 추세를 반전시킬 수 있고, 잠재 성장률이 높아진다는 것은 결국은 단기적으로는 성장률이 낮아지더라도 다시 반등할 수 있는 가능성을 시사하는 것이기 때문에 우리나라의 잠재 성장률을 다시 끌어올리려는 노력은 반드시 필요하다.
그래서 특히 정책 당국에서 '우리나라의 잠재 성장률은 2%예요, 1.8%예요, 그렇기 때문에 1.8% 경제 성장률 그렇게 이상한 거 아니에요. 자연스러운 거예요'라고 받아들이기보다는 어떻게 하면 우리나라의 잠재 성장률을 끌어올릴 것인가에 대해서 보다 더 전향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를 가지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이 말씀을 드리면서 오늘 <교양이를 부탁해>는 마무리할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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