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훈의 軍심戰심

구형 KDDX냐, 신형 KDDX냐…"혁신의 기회는 있다" [취재파일]


양용모 해군참모총장이 지난달 말 HD현대중공업과 한화오션, 방사청에 차기 한국형 구축함 KDDX의 적기 전력화를 요청하는 서신을 보냈습니다. KDDX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 사업이 어떤 방식으로 갈지 논란이 길어지자 소요군의 수장이 나서 속도를 강조한 형국입니다. 참모총장의 서신은 앞뒤가 좀 안 맞는 것 같습니다. 해군은 인구 절벽의 여파로 사람 없어 배 못 띄우는 처지입니다. 충분한 승조원 확보가 난망인데 함정만 달라고 하는 품새가 구태의연합니다.

KDDX도 승조원 많이 태우는 구태의연한 개념의 함정입니다. 해군참모총장의 바람은 사흘 뒤인 17일 방사청 사업분과위가 상세설계와 선도함 건조를 수의계약 방식으로 결정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그래서 연내 상세설계에 들어가면 150명 타는 2010년식 아날로그 구축함을 2030년쯤 만날 수 있습니다. 경쟁국들은 100명 미만 승조원의 디지털 스마트 군함을 짓는 와중에 우리 해군 차기 구축함의 청사진은 이렇듯 진부합니다.

구형 KDDX를 버리고 신형 KDDX를 건조할 방법이 있습니다. KDDX 사업은 10년을 까먹었습니다. 기왕 흘려보낸 세월에 1년만 보태면 됩니다. 1년 동안 최신 사양을 반영한 보완적 기본설계를 한 뒤 상세설계에 들어가는 대안입니다. 해군은 1년을 양보하는 대신 최소 승조원의 스마트 함정을 확보하게 되고, 조선업체들은 수출 경쟁력이 강화된 신형 KDDX 기술을 확보할 수 있습니다.

현재의 KDDX는 구형 구축함!

KDDX의 기본 골격인 해군의 KDDX 소요는 2011년 확정됐습니다. 이듬해인 2012년부터 2013년까지 1단계 개념설계를 했습니다. 다음 차례는 2단계 기본설계이지만 정조대왕급 이지스 구축함 3척을 새로 짓느라 KDDX의 시계는 7년 동안 멈췄습니다. 결국 기본설계는 2020년부터 2023년까지 3년 동안 실시됐습니다.

즉 KDDX는 2010년대 초반의 개념으로 짓는 함정입니다. 해외 최신 함정들에 비해 상당히 낡은 설계를 기반으로 합니다. 함교 체계와, 전투 체계, 기관 체계 등이 상당 수준 따로 돌아가는 아날로그 함정에 가깝습니다. 경쟁국의 최신 함정들은 디지털 스마트 함정입니다. 각각의 요소들이 네트워크로 통합된 지휘통제 체제가 구축돼 기민한 기동과 실패 없는 전투를 구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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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교 체계, 전투 체계, 기관 체계 등이 네트워크 통합된 최신형 함교의 내부 모습

아날로그 함정은 인력 위주로 움직입니다. 승조원이 많이 필요합니다. 반면 디지털 스마트 함정은 승조원 수가 적습니다. 호주 차기 호위함 사업에서 우리 충남급이 일본 모가미급에 패한 것도 충남급의 과한 승조원 수에서 기인한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KDDX 사정도 충남급과 비슷합니다. 경쟁국의 최신 구축함의 통합 함교는 2~3명으로 운용하지만 KDDX는 10명이 함교에 들어가야 합니다. KDDX의 체계 간 통합이 성기기 때문에 총 승조원은 150명에 달합니다. 병력 없어 쩔쩔매는 해군에게 그림의 떡 같은 배가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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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KDDX는 무인기 운용에 취약합니다. 아무래도 무인기의 쓴맛을 잘 몰랐던 2010년대 초반에 첫 삽을 뜬 함정이라서 무인기를 적재할 공간부터 운용할 시설까지 두루 미비한 실정입니다. 유무인 복합 체계도 경쟁국 최신 구축함에 밀립니다. 함정 전체의 형태 역시 스텔스 형상과 거리가 멀어서 생존력, 경쟁력이 떨어지는 편입니다.

최신 기술 반영한 보완적 기본설계를...

해외 대국들이 대형 함정 건조 사업을 속속 예고하고 있습니다. 방사청은 한화오션과 HD현중의 원팀으로 해외 군함 시장에 도전하라고 독려하고 있습니다. 원팀이 뜨면 해외 군함 시장에서 성과를 낼 수 있을까요? 원팀보다 중요한 것은 좋은 배입니다. 그 시작은 KDDX입니다. KDDX를 최신형 디지털 스마트 함정으로 뽑아내야 원팀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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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국제해양방위산업전에서 마주 보고 부스를 설치한 한화오션과 HD현대

KDDX는 반드시 디지털 스마트 함정으로 건조돼야 합니다. 상세설계에 앞서 신속하게 기본설계를 다시 하면 KDDX의 디지털 스마트화가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읍니다. 함교 체계, 전투 체계, 기관 체계의 네트워크 통합과 무인기, 유무인 복합 체계의 운용 등이 적용된 디지털 최신 사양을 접목시킨 보완적 기본설계를 하는 것입니다. 전력 획득이 전공인 한 해군 예비역 장교는 "1년을 들여 보완적 기본설계 또는 개선설계를 하면 KDDX는 일본 모가미급을 능가하는 최신형 함정으로 태어날 수 있다", "1년의 투자가 향후 10년의 낭비를 막을 수 있다"고 조언했습니다.

방사청도 KDDX의 진부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방사청의 한 관계자는 "선도함 빨리 건조하고 2번함부터 설계 변경해서 최신형으로 내놓으면 된다"고 주장합니다. 2번함 설계 변경은 독도함, 마라도함 등 해군 다목적 수송함 사업에서 이미 실패를 겪은 하수입니다. 1번 독도함의 낡은 상세설계를 뜯어 고쳐 2번 마라도함을 건조하는 데까지 15년 걸렸습니다. 애초에 1번 독도함을 구형으로 짓는 바람에 15년을 허비한 것입니다. KDDX는 1년 정도 더 투자해 1번 선도함에 승부를 걸어야 합니다.

17일 방사청 사업분과위의 어깨가 무겁습니다. 분과위원들 앞 심의 서류에는 수의계약, 경쟁입찰, 공동개발의 3가지 선택지만 있습니다. 지금 사업분과위에 필요한 것은 심의 서류 밖으로 눈을 돌리는 진취적 유연함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단순하게 셋 중 하나를 고르는 데 그치지 말고 KDDX와 해군의 성공과 미래를 고려하는 발상의 전환을 기대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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