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파일] 증원 전으로 돌아가면 의대생들은 돌아올까?

- 의대 재학생, 신입생, 학부모 심층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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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학기를 시작한 지 사흘째입니다. 초중고 학생들은 새로 배정된 반에서 만난 선생님, 친구들과 적응 중입니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25학번 신입생들은 설렘 가득한 캠퍼스 생활을 시작했고, 24학번 이상 재학생들은 방학을 끝내고 학교로 돌아왔습니다. 3월, 교육 현장에는 새로움이 가득하지만, 전국 40개 의과대학·의학전문대학원의 분위기는 겨울에 머물러있습니다. 

의대생들이 돌아올 수 없는 이유

개강 전후로 전국 의대 학장들과 총장들은 잇따라 회의를 가졌습니다. 휴학 중인 의대생들이 3월 안에 학교로 돌아올 명분을 만들어주기 위해서입니다. 이 자리에서 중요하게 논의된 건, 2026년도 의대 정원 문제입니다. 의대 정원이 2천 명 늘어나 수업 진행에 차질이 빚어질 가능성이 큰 만큼, 내년도 의대 정원은 늘어난 인원을 줄이고, 2024년 정원인 3,058명으로 복귀하는데 의견이 모였습니다. 단, 총장들은 "학생들이 돌아와야 한다."는 전제를 달았습니다.

이런 명분을 만들어주면, 의대생들은 돌아올까요? 복학 가능성에 대해 사립대 의대를 다니다 휴학 중인 한 의대생과 심층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내용을 읽어보시면 학생들의 입장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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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5년에도 휴학을 이어갈 분위기인가요?
= 신입생과 24학번을 포함한 예과 학생들의 상황은 잘 모르는데, 본과 학생들 사이에서는 정부가 적절한 해결책을 제시할 때까지 기다리겠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습니다. 작년에 쉬었던 대로 휴학을 통해 투쟁하겠다고 하는 학생들이 많은 것 같아요. 학기 초인데도 불구하고 학내 분위기는 작년에 비해 오히려 잠잠합니다.

- 복학을 고려할 때, 뭘 가장 고민하나요?

=

1년간 휴학을 통해 '우리의 목소리가 정부에게 전달되었는가?'에 대한 납득할만한 답이 나오기 전까지는 '자발적으로' 돌아가는 의대생은 소수일 것으로 보입니다.

'정부가 우리가 휴학하는 이유에 대해 이해하고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해소되지 않았고요. 작년까지 전공의에 대해 '업무개시명령', '미국 수련 비자 발행 중지 협박', '전공의 처단 포고령' 등을 작성한 정부가 과연 대화를 통한 협상 의지를 갖고 있는 건지, 신뢰하지 않는다는 의견이 다수입니다. 정부의 책임자 경질과 사과가 있기 전까지는 협상은 불가능하다는 것이 많은 의대생들 의견이에요. 이 때문에 복학을 고려하기보다 대부분의 남학우들은 군복무를 우선 고려하고 있고요.

여기에 더해서 2천 명 증원 정책과 필수의료 패키지에 대한 납득 가능한 설명이 제시되지 못한다면,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복귀하지 못할 겁니다. 제가 생각하는 최소한의 복귀 조건은 이거예요.

 1. '2000명 증원' 정책의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라는 의료계 의견에 대한 회의록 공개를 포함한 연구자, 전문가들의 합의
 2. 필수의료 패키지의 실효성에 대한 필수의료 종사자(교수, 전공의)들의 반대 의견에 대한 경청과 정책 수정

꼭 말씀드리고 싶은 건,

학생들은 증원 취소나 더블링 또는 트리플링 사태에 대한 대비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에요.

지금까지 사회적 합의 없이 진행한 과도한 증원과 필수의료 패키지 정책에 대해 의대생을 포함한 이해당사자에게 진정성 있는 태도로 사과하고, 의료계 의견이 반영될 수 있도록 의대생과 전공의가 포함된 사회적 합의기구를 만들어서 정책에 대해 함께 논의하는 모습을 보여야 복귀가 가능할 것으로 보여요.

- 올해 정부 입장은 강경해요. 집단 휴학을 허용하지 않겠다고 했는데, 영향은 없나요?

= 전혀요. 강경한 입장을 보이는 것은 작년 2월부터 변함이 없었고, 강요로 인해 휴학하는 학생은 드물어요.

학생들이 원하는 것은 정부의 진정성 있는 대화 의지이지 정책 주입과 강제 복학이 아니에요.

정부가 학생들, 전공의들과 적대적인 관계를 만든다면 결속만 더 강해질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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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를 이렇게 넘기면 내년에는 26학번까지 함께 수업을 해야 해요. 내년까지 생각하면 부담스럽지 않나요?

= 물론 부담이 있지만, 여기에 대한 부담은 의대생뿐만 아니라 정부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요. 사태 해결을 할 수 있는 키는 정책을 추진한 정부가 쥐고 있으니, 우리는 정부가 협상할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의견이 많습니다.

- 마지막으로 정말 궁금한데, 의대생과 전공의는 상황과 신분이 다르잖아요. 왜 같은 목소리를 내는 건가요?

= 의대는 직업학교의 특성이 있습니다. 본과 4학년은 1년 후 전공의와 같은 신분이 되고, 나머지 학년들도 몇 년 후면 90% 이상이 같은 병원에서 직접 겪게 될 직역이기 때문에, '운명 공동체'라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그래서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보인 폭압적인 언행과 태도에 상처를 받은 의대생들이 많은 것 같고, 의대생과 전공의를 서로 다른 집단으로 보기 어려울 것 같아요.

- 휴학 중인 의대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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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학 참여는 개인의 선택, 강요해서야

기존 의대생이 자율적으로 선택한 휴학을 교육 당국이 강제할 방법은 없습니다. 다만, 선택이 자율이 아니라 강요가 돼선 안 되겠죠. 학교로 돌아오고 싶어 하는 학생이 있는데, 누군가 복귀를 막아서고 있다면 이건 잘못된 게 분명합니다. 의대생들 이야기를 들어보면, 이미 1년 넘게 이 문제를 경험한 24학번 이상과 신입생인 25학번의 온도 차가 무척 큽니다. 특히, 서울대와 건양대 의대 두 학교를 제외하면 나머지 38개 의대의 경우 1학년 1학기 휴학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원칙적으로 신입생 대부분은 1학기 등록을 한 상황인데, 일부 의대에서 신입생들의 휴학이나 수강 철회를 종용한다는 신고가 교육부에 잇따라 접수되고 있습니다. 사실상 수업 거부에 동참할 것을 종용하는 정황은 다음의 인터뷰에 담겼습니다.

- 개강 전 의대 학생회가 진행한 신입생 대상 오리엔테이션(OT)에서 어떤 이야기를 들었나요?
= 학생회는 정부의 의료개혁 부당성을 설명했습니다. 의대생이 화가 난 이유를 알겠고 공감하지만, 투쟁 방식에는 동의할 수 없었습니다. 1년 동안 휴학했으니 같이 휴학하자는 내용이었는데, 1년 간 휴학해서 무엇을 얻었는지 묻자, 정부가 전공의의 복귀를 호소하는 성과를 얻었다고 했습니다. 학생회는 또 25학번도 동맹 휴학해야 정부가 대책을 마련해 줄 거라고 신입생을 설득했습니다. 하지만, 제가 느끼기엔 논리도 공감도 안 되는 말이었습니다. 같이 죽자는 말이었습니다.

- 간담회 후 신입생들 분위기는 어땠나요?

= 서로 속내를 드러내기가 조심스러운 분위기였습니다. 다만,

정부나 의대 교수를 비난하며 휴학을 하겠다는 신입생들이 '빅 스피커(Big Speaker)' 역할을 했고, 다른 생각을 가진 신입생은 생각을 말할 수 없었습니다.

- 그럼 신입생들은 원치 않은 휴학을 해야 하는 건가요?

= 체념에 가까운 상황입니다. 학교 당국에서 온라인 간담회를 실시한다고 했는데, 간담회 결과를 보고 결정하려고 합니다.

- 25학번 신입생

- 신입생 수업 참여를 어떻게 통제하고 있나요?

= 기숙사에 100명이 같이 있는 상황인데, 아이들이 강의실에 가는 걸 서로서로 감시해서 어디를 가느냐고 물어봐요. 과 대표를 통해서 선배가 지령을 내리거든요. 내려온 지령은 '1시 이후로 다 수업 듣지 마.' 1시 이후에 기숙사 바깥을 나가는 사람은 어디를 가느냐고 물어봐요. 그러면 운동하러 나가는 것처럼 운동복 입고 나와서 아이패드를 몸 안에 숨긴 대요, 수업을 들으러 간다고 말할 수가 없어서요. 배신자라고 하니까요.

입학식 이후에 선배들이 따로 불러 OT를 하고 거기에서 휴학을 강요하고,

휴학을 안 하는 건 너네 자유지만 '평생을 외부자로 살아야 될 것이다.'라고 말했다고도 했어요.

선배가 수강 신청을 철회하려면 개별적으로 하지 말고, 일사불란하게 같은 날 다 사라지고 없어야 된다고도 한대요. 듣고 싶은 소수도 듣지 못하게 그 강의를 폐강시키고자 하는 목적이에요.

- 신입생들의 두려움이 무척 크겠네요.

= 첫 수업에 간 아이에게 "서로 통성명을 하고 대화하지 않아?" 그랬더니 아이가 그래요, "엄마, 이게 한 건물 안에 학생들 100명을 가둬 놓고 마피아 게임하는 것 같아. 누가 변절자고 누가 수업을 들어가고 배신자인지를 색출을 하는 것 같아." 그래서 자기들끼리도 얘기를 못한대요. 또 선배들이 익명으로 단톡방을 만들지 말라고 시켰대요. 익명으로 단톡방을 만들면 자기 의사를 표현할 수 있기 때문에. 저는 정치적으로 뭐가 옳다 그르다는 관심이 없어요. 제가 논의할 것도 아닌데, 선배들의 억압은 나쁘고 잘못된 것 같아요.

- 25학번 신입생의 학부모

앞으로 어떻게 될까

교육계의 입장은 일단 하나로 모이고 있습니다.

1. 26학년도 의대 정원은 증원 전 수준으로 되돌린다. 2. 24학번과 25학번은 올해 1학기부터 수업에 참여하도록 한다. 3. 27학년도 정원 문제는 보건의료인력 수급추계위원회의 결정을 기다려본다.

관건은 교육계 외 보건복지부와 의료계 등 다른 관련 부처와 관련 단체의 입장은 무엇이냐입니다. 때마침 대통령실과 정부, 여당이 오늘(6일) 오후 이 문제를 두고 긴급회의를 열기로 한 사실이 전해졌습니다. 교육계와 의견 합일을 이룰 수 있을지, 서로의 입장 차만 확인한 채 학생 복귀는 또다시 미뤄질지, 지켜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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