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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악관 충돌이 트럼프 쇼?…젤렌스키 입지도 강해졌다 [스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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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놓치지 말아야 할 이슈, 퇴근길에 보는 이브닝 브리핑에 있습니다.

미국과 우크라이나 정상 외교가 충돌 끝에 파국으로 끝나는 장면은 전 세계 외교사에 없었던 '참사'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를 압박하고 조기 종전을 이끌기 위해 충돌을 기획했다는 분석이 많이 나오고 있는데요, '젤렌스키의 함정'이었다는 정반대의 분석도 나왔습니다.

누가 충돌을 기획했는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국제 질서의 판이 흔들릴 정도로 충돌의 후폭풍은 위협적입니다.

"트럼프가 백악관 충돌 생중계 기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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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은 전혀 감사하지 않은 것처럼 행동하고, 그건 좋은 일이 아니죠. 이만 하면 충분히 본 것 같은데요. 어떻게 생각하죠? 이건 대단한 TV 쇼가 될 겁니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젤렌스키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한 말입니다.

TV 생중계를 통해 젤렌스키가 틀렸다는 걸 미국인들이 알게 됐을 것이라고 장담하는 내용입니다.

'미-우크라 정상회담 설전 생중계'가 트럼프 대통령의 '기획'이었다고 분석하는 사람들이 주목하는 발언입니다.

대니얼 스나이더 미국 스탠퍼드대 국제정책·동아시아학 교수도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이런 분석을 했는데요, 스나이더 교수는 '노딜 파국'에 대해 "트럼프가 충돌을 도발한 것"이라고 분석했습니다.

트럼프는 우크라이나를 포기하고 푸틴과 거래할 방법을 찾고 있었고, 그들(트럼프 행정부)은 트럼프가 이미 푸틴과 계획한 것을 정당화하기 위해 그 충돌을 도발한 것이다. (중략) 그날 벌어진 모든 것은 트럼프의 설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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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니얼 스나이더 미국 스탠퍼드대 교수, 중앙일보 인터뷰

미·러가 주도하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전 협상을 합리화하기 위한 트럼프 대통령의 계산된 '쇼'였다는 분석입니다.

영국 일간 텔레그래프도 트럼프 대통령과 밴스 부통령이 '외교적 매복'(diplomatic ambush)을 꾀했고, 젤렌스키 대통령이 넘어갔다고 분석했습니다.

우크라에서는 젤렌스키 지지율 상승

젤렌스키 대통령이 코너에 몰렸다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지만, 우크라이나 내부 상황을 보면 젤렌스키가 손해만 본 건 아닙니다.

미국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젤렌스키 지지율은 한 달 전보다 8%포인트 증가한 65%로 집계됐습니다.

여론조사가 백악관 정상회담 이전인 지난달 20~21일 실시됐지만, 트럼프 행정부가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 중단 대가로 우크라이나 내 광물을 집요하게 요구하고, 우크라이나 정권 교체까지 연일 압박하는 상황에서 젤렌스키 지지율이 상승세를 보인 겁니다.

전쟁에 대해 피로감을 느끼던 여론이 트럼프라는 외부 공격에 '젤렌스키 지지'로 결집하는 모습입니다.

영국 BBC방송은 "우크라이나 현지에서는 '트럼프와 밴스가 너무 무례했다'는 성토가 쏟아졌다"고 보도하기도 했습니다.

젤렌스키의 복장이 미국에서 조롱의 대상이 된 데 대해서도 우크라이나인들이 단단히 화가 났습니다.

정상회담에서 친트럼프 성향의 방송인이 "왜 정장을 입지 않나?"며 젤렌스키 복장을 조롱하는 듯한 질문을 하기도 했습니다.

SNS에는 "우리도 '정장'을 갖고 있다. 이것이 우크라이나 정장이다"라는 밈과 게시글이 넘쳐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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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크라이나 외무부는 인스타그램에 "우크라이나 사람들은 정장을 가지고 있다"라는 제목의 사진 시리즈를 올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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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내 우방국들도 트럼프에게 쫓기듯 미국을 떠난 젤렌스키에게 '뜨거운 지지'를 보내고 있습니다.

젤렌스키의 함정이었나?

이런 점 때문인지, 백악관 정상회담 노딜이 '트럼프의 함정'이 아니라 '젤렌스키의 함정'이었다는 분석이 있습니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오늘(4일)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젤렌스키가 의도한 충돌이었다고 분석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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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가 보기에는 모든 언론들이 트럼프와 밴스의 함정이라고 보잖아요. 저는 거꾸로 봐요. 젤렌스키의 함정이에요.
(중략) 트럼프하고 밴스는 아주 야비하고, 아주 제국주의적 속성이고 이런 그림이 그려졌잖아요. 그러고 젤렌스키의 지지율은 지금 우크라이나에서 폭등이에요.

-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

조 석좌연구위원은 그러나 미-우크라이나 협상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칼자루를 쥐고 있고, 냉혹한 국제정치 현실을 감안할 때 트럼프 대통령이 원하는 대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습니다.

미국이 우크라이나와의 광물 협상에서 실익을 거두고, 안정보장 없는 조기 종전을 이끌어 낼 것이라는 분석입니다.

백악관 정상회담 파국 후 젤렌스키의 우크라이나 내 지지율이 높아지고 있지만, 미국의 도움 없이 전쟁을 지속할 수 없는 등 현실의 벽이 너무 높기 때문입니다.

자신의 종전 구상에 따르지 않는 우크라이나에 군사지원을 전면 중단하는 '철퇴'를 내리려한 트럼프, 이에 맞서는 모습을 보이고자한 젤렌스키. 두 사람 모두 정상회담에서 충돌하는 모습을 보여주길 원했을지도 모를 일입니다.

젤렌스키 팔 비트는 트럼프

충돌쇼를 누가 기획했는지보다 트럼프 대통령의 세계관이 분명히 드러났다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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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미국의 군사 원조를 전면 중지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기한은 우크라이나의 지도자들이 '평화를 위한 성실한 약속'(a good-faith commitment to peace)을 입증했다고 트럼프 대통령이 판단할 때까지라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피트 헤그세스 국방부 장관에게 명령을 내렸고, 곧바로 시행됐다고 합니다.

젤렌스키에 대한 분풀이 성격이 다분하고, 동맹이나 우방을 길들이기 위한 노골적인 일방주의를 선언한 겁니다. 트럼프의 종전 구상을 우크라이나가 그대로 따르기를 압박하는 사실상의 제재라는 게 일반적 관측입니다.

미국의 군사 원조가 중단되면 우크라이나는 미국산 무기의 사용이 어려워지면서 전쟁 수행에 큰 어려움을 겪게 될 전망입니다. 전문가들은 몇 달 지나면 미국 조치의 효과가 전장에서 체감될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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