돼지머리에 돈 꽂은 입후보 예정자…미풍양속일까 기부위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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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고사상에 차려진 돼지머리

지난해 새해 첫날 강원 양구군에서 면사무소 주관으로 열린 신년 제례에 참석한 A(62) 씨는 고사상에 차려진 돼지머리에 5만 원권 1장을 꽂았습니다.

당시 A 씨는 현직 양구군의원이 선거법 위반죄로 의원직을 상실하면서 공식이 된 자리를 노리고 있었습니다.

그는 불과 사흘 전에는 면사무소 직원과 이장 등 약 30명이 참석한 종무식에서 축사하면서 마이크를 이용해 "선거에서 꼭 이겨서 우리 이장님들과 직원분들 쪽팔리지 않게 열심히 하겠습니다. 도와주십시오"라며 지지를 호소했습니다.

A 씨는 당시 현직 이장 신분인 탓에 선거운동을 포함한 일체의 선거운동을 할 수 없음에도 이를 어겼습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또 A 씨가 돼지머리에 5만 원권을 꽂은 행위도 기부행위 제한 규정을 어겼다고 보고 검찰에 A 씨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습니다.

결국 법정에 선 A 씨는 "돼지머리에 5만 원을 꽂은 사실은 인정한다"면서도 "공개된 장소에서 미풍양속에 따라 한 것이므로 공직선거법이 금지하는 기부행위라는 인식이 없었고, 사회상규에도 어긋나지 않는다"고 주장했습니다.

사건을 살핀 춘천지법 형사2부(김성래 부장판사)는 기부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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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A 씨가 돈을 꽂는 모습을 면장, 이장, 주민자치위원 등 다른 참석자들이 쉽게 목격할 수 있었고, 선관위에서 연 입후보 설명회에 참석해 선거법 위반 사례를 안내받은 사실로 미뤄보아 기부행위 제한 규정을 알았다고 봤습니다.

다른 참석자들도 돼지머리에 돈을 꽂았다는 사정을 고려하더라도 돈을 꽂을지는 오로지 본인 의사에 맡겨져 있을 뿐 고사상에 절을 하면서 반드시 돈을 꽂아야 한다는 관습상 의례가 있지도 않은 점도 유죄 판단 근거로 삼았습니다.

재판부는 "이 사건 범행은 피고인이 미리 준비하거나 기획한 것이 아니라 현장 분위기에 따라 즉흥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 피고인이 선거에 불출마해 선거 결과에 영향을 미쳤다고 보이지 않는 점 등을 참작했다"며 벌금 90만 원을 선고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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