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설화에 물 건너간 오스카…'에밀리아 페레즈' 씁쓸한 2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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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크 오디아르 감독의 영화 '에밀리아 페레즈'가 올해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오스카)에서 최다인 13개 부문 후보에 들고도 2개 부문 수상에 그치는 아쉬운 결과를 냈습니다.

주연 배우인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이 과거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인종차별 등이 담긴 혐오 발언을 잇달아 올린 사실이 알려진 이후 할리우드의 '민심'을 완전히 잃은 결과로 풀이됩니다.

'에밀리아 페레즈'는 2일(현지시간) 미국 로스앤젤레스(LA) 돌비극장에서 열린 제97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고상인 작품상을 비롯해 감독상, 여우주연상(가스콘), 여우조연상(조이 살다나), 각색상, 국제장편영화상, 촬영상, 편집상, 음악상, 주제가상 등 총 13개 부문에 노미네이트 됐습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수상으로 이어진 건 여우조연상과 주제가상 두 부문뿐이었습니다.

다른 부문에 비해 그나마 수상 가능성이 높을 것으로 기대됐던 국제장편영화상마저도 브라질 영화 '아임 스틸 히어'에 돌아갔습니다.

'에밀리아 페레즈'는 지난해 칸국제영화제에서부터 세계적인 관심을 받았던 작품입니다.

이 영화에 출연한 가스콘, 살다나, 설리나 고메즈, 아드리아나 파즈 등 4명의 배우는 공동으로 여우주연상을 받았고 오디아르 감독은 심사위원상을 가져갔습니다.

가장 이목을 끈 건 영화의 주인공인 트랜스젠더 배우 가스콘이었습니다.

칸영화제 최초로 여우주연상을 받은 트랜스젠더 배우로 기록된 것은 물론이고 골든글로브와 오스카 여우주연상 후보에도 올랐습니다.

올해 1월 골든글로브 시상식에서 가스콘의 여우주연상 수상은 불발됐으나 '에밀리아 페레즈'는 작품상 등 4관왕을 차지하면서 오스카 다관왕에 청신호가 켜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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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이후 가스콘이 과거 SNS에 소수자를 향한 혐오 표현을 담은 글을 게시한 사실이 알려지면서 분위기는 급변했습니다.

특히 배우 윤여정이 오스카 여우조연상을, 흑인 배우 대니얼 컬루야가 남우조연상을 받은 2021년 "내가 아프리카-한국 축제나 흑인 인권 시위, 3·8 여성대회를 보고 있는 건지 모르겠다"고 써 인종차별 논란을 일으켰습니다.

이에 앞서 2020년에는 미국에서 백인 경찰의 폭력으로 흑인 조지 플로이드가 사망한 사건과 관련해 "나는 사기꾼 마약 중독자인 조지 플로이드를 신경 쓰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믿는다"고 쓰기도 했습니다.

가스콘은 지난달 CNN 인터뷰에서 "불쾌감을 느꼈을 모든 사람에게 진심으로 사과한다"며 진화에 나섰으나 논란은 가라앉지 않았습니다.

'에밀리아 페레즈'의 북미 배급사인 넷플릭스는 그에 대한 홍보 비용을 끊으면서 사실상 '손절' 의사를 표명했습니다.

할리우드가 인종차별에 민감한 데다 오스카 수상자(작)가 미국영화예술과학아카데미(AMPAS) 회원 투표로 가려지는 만큼 '에밀리아 페레즈'의 수상 가능성은 '오스카 레이스' 초기에 비교해 급격하게 낮아졌습니다.

주요 외신들은 '에밀리아 페레즈' 대신 '아노라'와 '브루탈리스트'의 다관왕 가능성을 점쳤고 실제로 이날 '아노라'가 5관왕을, '브루탈리스트'가 3관왕을 각각 차지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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