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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성취할 수 있는 환경 만들기
나만 준비됐다고 저절로 성취하고 업적을 이룰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주변 환경이 마련돼야 한다. 천하 기재의 자질을 타고났어도 때를 만나지 못하고 불운하면 세상에 나서보지도 못하고 흙으로 돌아가는 게 인생이다.
그러므로 주변의 환경을 살피고, 더 나아가 나의 재주를 활용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거나 자신의 환경을 어떻게 잘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전략이 있어야 한다.
지난 회까지 우리는 『장원』에서 자신이 어떤 재목감인지 발견하고, 자질을 연마하는 방법에 관한 10개 강령을 살펴봤습니다. 이제부터는 자신이 성취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법에 대한 강령들이 시작됩니다. 말 그대로 나만 준비됐다고 저절로 업적을 이룰 수 없지요. 주변 환경이 받쳐줘야 하고, 그게 안 되면 자신의 성취를 위해 환경을 만들거나 주변 정황을 잘 활용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자신이 성취할 수 있는 첫째 조건은 일에서 주도권을 쥐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제갈량은 이를 아래와 같이 기술합니다.
#2. 진퇴는 야전사령관이 결정한다
옛날에 적이 쳐들어와 나라가 위태로우면, 군주는 현명하고 실력 있는 인재를 발탁해 장수로 삼았다. 이때 군주는 사흘 동안 재계하며 부정한 일을 멀리하고, 종묘로 가서 발탁한 장수에게 부월(도끼)을 전하며 이렇게 말했다.
"앞으로 군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은 장군이 지휘하시오."
① 적에게 허점이 있으면 이를 노려 진격하고, 견실하고 강하면 퇴각하시오.
② 자신의 지위가 높다고 사람을 얕보지 말고, 독선으로 병사들과 대립하지 마시오.
③ 일의 성사가 자신의 공적과 능력인 양 자랑해 충신을 잃지 않도록 하시오.
④ 휘하의 병사들이 앉지 않았을 때 먼저 앉는 일이 없도록 하시오.
⑤ 휘하의 병사들이 먹지 못하는데 먼저 먹지 않도록 하시오.
⑥ 휘하의 병사들과 함께 더위와 추위를 견디고, 고생과 고통 그리고 즐거움을 함께하고, 환난을 함께 겪으시오.
이리하면 병사들이 목숨을 걸고 최선을 다할 것이고, 적은 기필코 패망할 것이다.
장군은 목숨을 걸고 싸울 것을 다짐하며, 병사들을 이끌고 북문으로 나가 출정길에 오른다. 그러면 군주는 이들을 전송하며 무릎을 꿇고 수레바퀴를 밀면서 말한다.
"진격과 퇴각은 오직 시기를 보아가며 행하시오. 군대의 모든 일은 나의 군명을 따르지 말고 장군이 호령하여 집행하시오."
이렇게 전쟁에 나선 장수가 위로는 하늘이나 아래로는 땅에서조차도 간섭받지 않고, 앞을 막는 적이나 뒤에 있는 군주의 간섭을 받지 않게 되면, 지혜로운 참모가 계책을 내고, 용감한 장수들이 분투를 하면서 밖으로는 전쟁에서 이기고 안으로는 업적을 이루어 후대에 이르기까지 명성을 떨칠 수 있는 것이다.
이 대목은 고대 중국 전쟁의 출정 의식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흥미롭습니다. '전쟁을 수행하는 장수는 황제의 명령도 따르지 않는다'는 게 병가의 상식인데, 옛 군주들은 출정 의식을 통해 전쟁터에서 벌어지는 전투의 재량권은 장군에게 있음을 이렇게 선언했다는군요. 실제 전지(戰地)의 상황은 시시각각 변하고, 이는 멀리 있는 사람이 알 수 없으니, 이것이 가장 효율적이고 성공 확률이 높겠지요.
문제는 이 당연한 이치가 사람 혹은 조직으로 내려오면 참으로 다양한 역동성을 갖게 된다는 것입니다. 믿고 맡기는 윗사람이 있는가 하면, 버라이어티하게 참견하는 윗사람도 있지요.
옛 사례들을 보아도 대략 변변찮은 군주일수록 전투에 참견하여 전투를 망치거나, 이를 듣지 않고 전투에서 승리한 장군에겐 벌을 줍니다. 이순신 장군의 '백의종군' 당시 상황처럼 말입니다.
인간 세상의 불행과 혼란은 변변찮고 무지한 리더들이 저지르는 만행에서 오는 것이 많지요. 변변찮은 인물은 주변에 자기보다 더 변변찮은 인물들을 포진하기 때문에, 변변찮은 리더의 조직에선 높은 곳에 오르는 사람일수록 변변찮은 인물들이 많아지는 악순환이 되풀이되지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