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탱크 이어 불도저 서안지구 진입…불안감 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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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4일(현지시간) 요르단강 서안 제닌에서 이스라엘군 장비가 이동하고 있다.

이스라엘이 요르단강 서안에서 벌이는 '군사작전'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가자지구에서처럼 주민들을 강제로 몰아내려 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이 확산하고 있습니다.

24일(현지시간)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서안지구 북부 제닌에서 이스라엘 불도저의 활동이 감지되고 있습니다.

최소 12대의 불도저가 주택이나 기반 시설을 허물고 좁은 골목길을 넓은 도로로 만들고 있다고 제닌 자치당국 관계자는 전했습니다.

또 이스라엘 육군 공병대는 1에이커(약 4천㎡) 규모의 부지에 물탱크와 발전기를 설치하는 등 장기 주둔에 대비하는 모습도 목격되고 있습니다.

제닌은 이스라엘에서 쫓겨난 팔레스타인 난민의 후손들이 밀집해 거주해 온 곳으로, 무장 투쟁의 거점이기도 했습니다.

이스라엘군이 지난달 19일 가자지구에서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와 6주간 휴전한 이후 서안을 대상으로 개시한 새 군사작전(작전명 철벽)의 주요 공격 목표 중 한 곳이 제닌이었습니다.

로이터는 약 한 달간 이스라엘이 서안지구에서 벌인 군사작전의 규모는 2000년대 초반 제2차 인티파다(반이스라엘 민중봉기) 이후 20여 년 만에 최대 수준이라고 전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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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은 이 기간 드론과 헬리콥터 등을 서안에 투입했고, 23일에는 2002년 이후 23년 만에 처음으로 이스라엘군 탱크가 서안에 진입했습니다.

그 결과 제닌을 비롯한 주요 거점에서는 상당수의 주민이 떠나간 상태입니다.

서안 북부의 툴카렘과 제닌 등 두 곳에서만 최소 4만 명의 난민이 발생한 것으로 추산됩니다.

이스라엘은 유엔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의 동예루살렘 본부를 폐쇄하고 제닌에서 활동을 중단시키기도 했습니다.

로이터는 이스라엘군의 작전 양상을 두고 "가자지구에서 적용했던 전술을 떠올리게 한다"고 지적했습니다.

테러 조직과 인프라가 목표라는 표면적 이유와 달리 주민들을 영구적으로 몰아내는 '지역 청소'가 의도 아니냐는 것입니다.

이스라엘 정보장교 출신 마이클 밀슈타인은 "대전략이 무엇인지는 모르지만, (작전 규모가) 전례 없는 수준이라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말했습니다.

자녀와 손주 20명을 데리고 살던 제닌의 집을 포기하고 탈출한 하산 알카팁(85)씨는 "이스라엘은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난민의 존재를 지우기를 원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로이터는 많은 팔레스타인 주민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가자 구상'을 떠올리고 있다고도 전했습니다.

가자 주민을 이주시키고 이곳을 미국이 장악해 '중동의 리비에라'로 만들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구상에 반색한 이스라엘 내 강경파들이 서안 합병에도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심입니다.

요르단강 서안은 국제법상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가 행정권을 가진 땅이지만, 이스라엘이 1967년 3차 중동전쟁에서 승리한 후 점령하고 있습니다.

이후 유대인 정착촌을 건설해 이스라엘인 50만 명이 서안으로 이주한 상태입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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