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앵커>
18세기의 화가 겸재 정선과 19세기의 서예가 추사 김정희, 그리고 20세기의 추상화가 윤형근을 한 자리에서 볼 수 있는 전시가 열리고 있습니다. 세 거장들의 근원은 필과 묵이었습니다.
이주상 기자가 취재했습니다.
<기자>
[필(筆)과 묵(墨)의 세계, 3인의 거장 / 3월 22일까지 / S2A 갤러리]
가지를 늘어뜨린 채 곧게 뻗어 당당해 보이는 풍채.
뿌리 위쪽에는 영지버섯이 피어났고, 갑옷처럼 두터운 몸통에는 풍상을 견뎌낸 옹이구멍이 뚜렷합니다.
고고한 소나무 그림 건너편에는 추사의 자유로운 필치가 펼쳐집니다.
획이 가늘었다가 두꺼워지고 또 글씨의 크기도 일정치 않아서, '법도를 떠나지 않으면서 법도에 구속받지 않았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습니다.
단색화가 윤형근은 암갈색과 청색을 섞어 먹빛을 되살립니다.
커다란 붓으로 푹푹 찍어 내려 번지게 했는데, 윤형근은 자기 필의 근원이 추사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시대를 관통하는 세 명의 거장들을 한 자리에 모았습니다.
[유홍준/명지대 석좌교수 : 18세기 최고 가는 화가 겸재 정선. 19세기 최고 가는 서예가 추사 김정희, 20세기 최고 가는 추상미술가 윤형근.]
이번 전시에서는 특히 임진강의 뱃놀이 장면을 그린 연강임술첩이 10여 년 만에 공개됐습니다.
달밤에 횃불을 든 채 배웅하는 사람들과 노 젓는 뱃사공을 겸재는 자신만의 필묵으로 생동감 있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추사 역시 목판 편액과 간찰 같은 다양한 작품들을 시대별, 형식별로 확인해 볼 수 있습니다.
[유홍준/명지대 석좌교수 : 겸재, 추사, 윤형근 세 사람의 작품은 각각 자기 개성으로 나갔지만은, 그 예술의 근저를 이루고 있는 것은 필과 묵이거든요.]
거장들의 필묵은 수백 년의 시간적 거리를 훌쩍 뛰어넘었습니다.
우리 미술사 흐름의 근원을 살펴볼 수 있는 기회입니다.
(영상편집 : 정용화, VJ : 오세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