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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를 놀라게 한 인재가 줄줄이"...AI 시대에 주목받는 이 도시 [스프]

[종횡만리,성시인문(縱橫萬里-城市人文)] 딥시크(DeepSeek)의 창시자 량원펑(梁文鋒)의 고향: 광둥(廣東)성 잔장(湛江)시 (글: 한재혁 전 주광저우 총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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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DeepSeek)가 몰고 오는 회오리의 기세가 거세다. 발원지인 중국을 넘어 미국과 전 세계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물리적인 지역을 넘어 경제, 사회, 문화 각 분야로 그 여파가 확산하는 추세다.

중국 국내의 문학 분야에서도 얼마 전 딥시크와 관련된 소식이 전해졌다. 중국 최대 시문학 전문 뉴미디어 플랫폼인 <중국시가망(中國詩歌網, Chinese Poetry Network)>은 2월 8일 시인과 평론가들이 참여한 '중국 시 지도(中國詩歌地圖)'라는 온라인 세미나를 개최하였는데, 딥시크가 개막사를 써서 사회를 보고 주요 평론가의 일원으로 참여하기까지 했다. 세미나 중 저명 문학평론가인 장더밍(張德明) 링난사범대(嶺南師範大學) 교수가 썼던 주요 시 작품들에 대한 평론 글에 대해 다시 논평을 하기도 했다. 동시에 자매 사이트인 <중시망(中詩網)>은 이날부터 딥시크(DeepSeek)가 쓰는 'AI 시평(詩評)'을 고정란으로 개설하고 중국 주요 현대 시인들의 시 작품에 대한 논평을 게재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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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시망(中诗网)에 게재된 딥시크의 'AI 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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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의 문학 평론과 관련하여 전문가들은 그 수준이 아직 60~70점 정도라고 평가하면서, 이는 딥시크가 학습한 내용이 기존 문학 평론 문장들에 기반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시인의 창작품을 AI가 평가한다는 부정적인 면과 함께, 시 창작과 평론에 있어 일부 문제점으로 지적되어 온 소집단화(小集團化) 등 편향성 문제가 감소하고 객관적 평가가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다. '중국시가망'은 중국작가협회(中國作家協會)가 운영하는 시인과 시 애호가들의 '작시(寫詩), 독시(讀詩), 청시(聽詩) - 삼위일체' 온라인 플랫폼으로, 중국 최고 권위의 시문학 잡지 '시간사(詩刊社)'를 전신으로 하며, 향후 문학계 전반에 적지 않은 영향이 예상된다.

중국시가학회(中國詩歌學會) 양커(楊克) 회장은 이와 관련해 한 매체(南方plus)와의 인터뷰에서 "사실 굴원(屈原) 이전의 시는 지은이가 따로 없었다. <시경(詩經)>에 수록된 시들은 여러 사람에 의해 불렸던 노래가 수집된 것으로, 앞으로 AI에 의한 작시가 일반화되면 독자 관점에서는 작자가 누구인지가 중요하지 않아질 수 있다. 그렇지만, 창작 관점에서 시는 시인의 영감과 창작 의지로 써진 것으로, AI가 이를 대체할 수는 없으며, 특히 작품 수준에 있어서 특정한 시점이나 장소에서 떠오른 시상(詩想)에 감정을 담아 섬세한 글로 표현한 시 작품을 AI가 흉내 낼 수는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사실 중국 문학계에서 뉴미디어와 AI 활용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2013년 위챗(微信) 기반의 시 전문 뉴미디어 플랫폼 <위니독시(爲你讀詩: 웨이니두스)>가 등장하여 인기를 얻으며 3천만 명의 회원을 두고 있고, 2018년 베이징사범대(北京師範大學)가 선보인 <당시별원(唐詩別苑: 탕스비에위안)>은 고전 시 분류는 물론 당나라 때 시인들 간의 교유 네트워크 맵 등 상세 분석 자료를 제공하며, <서창촉(西窓燭: 시촹주)>이라는 앱은 100만 수의 시를 작품별 주제와 절기(節氣) 등으로 분류하여 제공하기도 한다. 칭화대(淸華大學)에서 만든 <구가(九歌: 지우거)>는 80만 수의 고전 시를 학습한 AI 기술을 기반으로 키워드를 입력하면 절구(絶句)와 율시(律詩)를 바로 지어 제공한다. 검색 엔진 바이두(百度)는 얼마 전부터 별도 가입 없이 검색창에서 AI 메뉴를 활용해 이용자가 원하는 키워드를 바탕으로 시를 짓거나 그림이나 동영상을 생성하는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중국과 관련 AI 업계가 시 문학에 관심 갖는 것은 전통문화 중시 및 중화 문명 부활이라는 차원에서의 목적도 있지만, 더 중요한 것은 한자(漢字)로 된 시와 문학 작품이 AI 러닝과 발전에 중요한 거대 언어 모델(LLM; Large Language Model)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이달 초 중국 문학계의 이러한 움직임을 중심으로 '아시아 문화와 미디어의 새로운 가능성'을 탐구하는 국제 학술 회의가 고려대학교에서 개최되었다. 홍콩대(香港大學) 중문대학 학장인 린페이인(林姵吟) 교수, 타이완대(臺灣大學) 문학연구소의 황메이어(黃美娥) 교수, 고려대 중국학연구소 소장인 장동천 교수를 비롯한 중국, 일본, 말레이시아 등지의 주요 대학에서 온 석학들이 대거 참석하여 중국 및 아시아 각국의 문학과 미디어 간의 결합 양상, 뉴미디어와 AI의 문화계에 대한 영향 등 다양한 주제로 한 연구 결과 발표와 토론의 시간을 가졌다.

최근 반도체와 AI 분야에 있어 미중 간의 치열한 경쟁에서 보듯이 이 문제는 우리에게도 향후 산업과 경제, 문화계에 큰 영향을 미칠 중요한 문제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중국의 AI 발전 움직임과 관련하여 광범위한 우리 학계 및 관계 기관의 관심과 함께 깊이 있는 연구가 요구된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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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장시 시내와 해변 풍광

다시 딥시크 이야기로 돌아와 보면, 딥시크(DeepSeek)의 중국어 명칭은 '선두치우숴(深度求索)'로 불과 1년여 전인 2023년 7월 항저우(杭州)에서 설립되었다. 현재 대표자는 페이톈(裵湉), 창시자는 량원펑(梁文鋒)이다.

량원펑은 대학 재학 중부터 AI 개발에 매달렸고, 딥시크 회사 설립 후 딥시크 챗, V2, V3 등을 연이어 선보였다. 최근 선보인 AI 모델은 자신을 포함한 불과 150명 정도의 연구진을 기반으로 개발된 것으로, 챗GPT를 비롯한 선두 AI 개발업체의 연구개발 인력이 1천에서 7천 명에 달하는 것과 비교하면 획기적 성과로 평가된다. 그렇지만 민감 업무 정보나 개인 정보 유출 우려가 대두되면서 각국 정부 부처와 기관들은 딥시크에의 접속을 차단하고 있기도 하다.

량원펑은 저장대(浙江大學)에서 전자공정학(電子工程學) 학부와 대학원을 졸업하고 대학이 위치한 항저우에 회사를 설립하였지만, 그가 태어나고 대부분의 교육을 받은 곳은 광둥(廣東)성 잔장(湛江)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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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장시의 '프랑스 공사관(法国公使署)' 유적과 레이저우 문화 유적지 '레이주츠(雷祖祠)'

잔장(湛江)은 광둥성의 가장 서남쪽이자 하이난(海南)섬을 마주 보는 레이저우(雷州) 반도에 위치하고 있다. 섬을 제외하면 중국 전체 대륙의 최남단에 자리한다. 잔장시는 인구 700만 명의 도시로 과거에는 광저우만(廣州灣)으로 불렸으며, 물이 깊고 항만 조건이 뛰어나 근세에 들어 서구 열강들이 눈독을 들였던 곳으로 1899년 프랑스에게 할양되어 1945년까지 조계 지역이기도 하였다. 1984년에는 중국 국무원에 의해 연해 개방도시로 지정되었다.

독특한 중국 남부의 해양 문화를 담은 '레이저우 문화(雷州文化)'의 본산으로 광푸(廣府), 커자(客家), 차오산(潮汕) 문화와 함께 링난(嶺南) 4대 문화를 대표한다. 민남어(閩南語)의 지류인 레이저우 방언이 있고, 소식(蘇軾), 소철(蘇轍), 진관(秦觀) 등 대문호들이 귀양살이 등으로 머물기도 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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딥시크 창시자 량원펑의 고향 마을(米历岭村)

잔장시는 교육의 도시로 유명하다. 까오카오(高考)라 불리는 대입 수능에서 인구수 1억 3천만 명에 육박하는 광둥성의 지난해 문과 수석을 배출했다. 량원펑 역시 2002년 잔장시 우촨(吳川) 고등학교에서 수능 1등(壯元)의 성적으로 대학에 진학하였다. 부모는 평범한 초등학교 선생님이라고 한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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