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군 포로 "한국 가고 싶다"…정부, 우크라와 귀순 협의 나서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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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쿠르스크에서 생포한 북한군

우크라이나군에 붙잡힌 북한군 포로가 한국으로 가고 싶다는 의사를 밝히면서 그의 귀순이 실현될지 주목됩니다.

지난달 우크라이나군이 생포한 북한군 리 모 씨는 오늘(19일) 공개된 조선일보와의 인터뷰에서 "80%는 결심했다"면서 "우선 난민 신청을 해 대한민국에 갈 생각"이라고 밝혔습니다.

북한군 포로가 한국으로 가겠다는 의지를 밝힌 건 이번이 처음입니다.

자신을 "정찰총국 소속 병사"라고 밝힌 리 씨는 파병 기간 "무인기 조종사가 몽땅 다 대한민국 군인"이라는 보위부(북한 정보기관) 요원 말에 속아 대한민국 군인과 싸운다는 생각으로 전투에 임했다고 설명했습니다.

약 500명 규모의 대대마다 보위부 요원이 1∼2명씩 배치돼 북한군의 사상을 통제했다고 합니다.

그는 10월 초 북한을 떠나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서 훈련하다 12월 중순 우크라이나군과 치열한 전투가 펼쳐지는 쿠르스크에 이송됐습니다.

러시아에 오기 3개월 전부터 집과 연락할 수 없어 부모님도 파병 사실을 모른다고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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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 씨는 '무슨 이야기를 듣고 러시아에 왔느냐'는 질문에 "유학생으로 훈련한다고, 전투에 참가할 줄은 몰랐다"며 쿠르스크에 도착한 뒤에야 전투 참여 사실을 알게 됐고 지난 달 5일부터 전장에 투입됐다고 말했습니다.

턱과 팔을 심하게 다친 리 씨는 무인기와 포 사격으로 파병 온 부대 전우가 거의 다 희생됐다고 밝혔습니다.

그는 "무인기가 공격해와서 날 구해준 사람 한 명 두 명 죽고, 그러면서 나 하나 살아남았다"며 "다섯명이 있던 상태에서 다섯 명이 몽땅 다 희생됐다"고 말했습니다.

자폭하라는 지시를 받았느냐는 질문에는 "인민군대 안에서 포로는 변절이나 같다"며 자신도 수류탄이 있었으면 자폭했을지도 모르겠다고 답했습니다.

리 씨는 "포로가 된 게 우리나라 정부에 알려지면 아버지와 어머니가 평양에 있지 못할 것"이라며 지금 북으로 돌아가더라도 여러 가지 고난이 있지 않겠느냐는 질문에 "당연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아버지 쪽 친척들을 놓고 보면 몽땅 다 과학자 집안"이라며 제대 후 대학에 다니려고 했고, 수없는 죽을 고비를 넘겨온 만큼 이 꿈을 이뤄보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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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 포로가 직접 귀순 의사를 표하면서 정부가 우크라이나 측과 그의 귀순을 위한 협의에 착수할지 주목됩니다.

이재웅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달 14일 정례브리핑에서 "북한군은 헌법상 우리 국민인 만큼 귀순 요청 시 우크라이나와 협의할 계획"이라고 말한 바 있습니다.

국가정보원도 지난달 13일 정보위 국회 보고에서 "북한군도 헌법 가치에 의해 우리 국민이기 때문에 포로가 된 북한군의 의사가 가장 중요하다는 관점"이라며 귀순 의사를 밝히면 우크라이나 측과 적극적으로 협의하겠다고 했습니다.

정부는 리 씨의 귀순 의사가 언론을 통해 공개되기는 했지만 직접 그의 진의를 확인한 뒤에 우크라이나 측과 협의에 나선다는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그러나 전쟁 포로에 관한 국제법 규정상 북한군 포로를 국내로 데려오는 작업이 순조롭지만은 않을 수 있습니다.

제네바 협약은 '교전 중에 붙잡힌 포로는 전쟁이 끝나면 지체 없이 석방해 본국으로 송환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북한이 자국군 참전을 인정하지 않은 상황에서 러시아로 일단 송환된 뒤 북한으로 향할 수 있는 것입니다.

공개적으로 한국행을 원한다고 밝힌 그가 북한으로 돌아가면 심각한 인권침해 위협에 직면할 수 있기 때문에 '제네바 제3협약에 관한 국제적십자위원회(ICRC) 주석서'에 따라 포로 송환 의무의 예외에 해당할 수 있다는 주장도 나옵니다.

(사진=젤렌스키 대통령 텔레그램 제공·엑스 캡처,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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