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건·파병 비용 떠안나…트럼프 '우크라 주도'에 유럽 부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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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유럽연합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유럽을 배제하고 일방적으로 우크라이나 종전 협상을 밀어붙이자 유럽에서는 '전후 안보와 재건 비용을 유럽이 떠안게 되는 게 아니냐'는 불안이 커지고 있습니다.

현지시간 13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6명 이상의 유럽 고위 당국자들은 FT와의 인터뷰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유럽에 우크라이나 재건 비용을 요구하고, 유럽이 관여하지 않은 평화협정을 유지하기 위해 우크라이나 파병도 요구할 것으로 예측했습니다.

한 유럽연합(EU) 고위 당국자는 "트럼프는 우리를 돈으로 보고 있다. 솔직히 말해 우리는 그 돈을 받는 대가로 (협상) 테이블에 앉는 자리가 어떤 모습일지도 명확히 모른다"고 성토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통화한 후, "우리는 양측 협상팀이 (종전) 협상을 즉각 개시하는 데 합의했다"고 밝혀 유럽을 깜짝 놀라게 했습니다.

종전 논의에서 소외될 것을 우려한 영국 등 유럽 6개국과 EU는 즉각 공동성명을 통해 "우리는 동맹 미국과 함께 앞으로 나아갈 방향을 논의하고 싶다"며 "우크라이나와 유럽은 모든 협상에 참여해야 한다"는 입장을 내놨습니다.

이후 프랑스와 독일, 폴란드, 스페인, 이탈리아의 외무장관들은 프랑스 파리에서 칼라스 EU 외교안보 고위대표와 회동하고 향후 대책을 논의했습니다.

알바레스 스페인 외무장관은 FT에 "유럽 없이는 유럽 안보에 대해 어떤 것도 합의할 수 없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며 "우크라이나 없이 우크라이나에 대해 어떤 것도 결정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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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 전후 안보에 미국이 어떤 역할도 하지 않길 바라며, 유럽이 우크라이나를 책임지길 바라고 있다는 유럽 측의 의심은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의 발언에서도 일부 확인됐습니다.

헤그세스 장관은 이날 유럽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향후 치명적 및 비(非)살상적 원조에서 압도적인 비중을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모든 안보 보장은 유능한 유럽군과 비유럽군의 지원을 받아야 한다"면서도 "미군이 파병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는 점을 명확히 해두겠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블룸버그 통신 산하 블룸버그 이코노믹스는 이날 우크라이나를 보호하고 군을 확장하기 위해선 유럽의 주요 강대국들이 향후 10년간 추가적으로 3조 1천억 달러, 약 4천488조 원을 부담할 수 있다고 전망하기도 했습니다.

이날 유럽 국가들의 논의에 참여한 EU 외교관은 "미국이 '우리가 휴전했으니 나머지는 너희가 알아서 해라'라고 말하는 시나리오는… 우리에게는 효과가 없을 것"이라고 대응 의지를 비쳤습니다.

EU 회원국이 아닌 영국도 트럼프 대통령이 푸틴 대통령과 협상을 시작한다고 하더라도 우크라이나에 대한 영국의 지원은 여전히 확고하다는 신호를 보냈습니다.

레이너 영국 부총리는 이날 ITV와의 인터뷰에서 "의회 전체가 우크라이나를 지원하기 위해 단결했다"고 강조했습니다.

힐리 영국 국방장관도 우크라이나 지원 공조 협의체인 '우크라이나 방위연락그룹'(UDCG) 회의가 끝난 후 기자회견에서 우크라이나의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가입은 시간이 걸릴 것이라면서도 우크라이나가 수년간 노력했기 때문에 나토 내에서 "정당한 입지"가 있다고 다독이기도 했습니다.

이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우크라이나의 나토 가입과 관련해 "실용적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라고 말한 이후에 나왔습니다.

(사진=AP,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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