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25 전쟁 75년 되도록…사과·지원 못 받은 소년병들

대구시, 전국 유일 소년병 기림 사업 예산 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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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어제(12일)는 유엔이 정한 세계 소년병 반대의 날이었는데요. 전쟁이 아이들의 미래를 앗아가는 현실을 돌아보는 날이었습니다. 내전 과정에 소년병을 동원했던 국가들이 재발 방지 대책을 잇달아 내놓았지만, 우리나라는 6·25 전쟁 75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소년병에 대한 공식 사과나 체계적인 지원에 나서지 않고 있습니다.

박정 기자가 보도합니다.

<기자>

6·25 당시 병역 의무도 없이 전쟁터로 끌려간 소년병은 2만 9천603명.

헌법재판소는 이미 10년 전 이들에 대한 특별법 마련의 필요성을 명시했습니다.

지난해 진실화해위원회도 소년병에 대한 국가의 실질적인 명예 회복 조치를 권고했지만, 전쟁 75년이 되도록 백발의 소년병들은 제대로 된 사과와 지원을 받지 못하고 있습니다.

시에라리온을 비롯해 내전을 겪은 서아프리카 국가들조차 유엔 권고에 따라 국가기구를 구성해 소년병들의 사회 복귀 지원 프로그램을 마련하고, 이들의 증언을 공식 기록으로 남긴 것과는 너무나 대조적입니다.

[이상호/국방부 군사편찬연구소 박사 : 당시 병역법에 따르면 해당하지 않는데도 불구하고 2만 9천여 명이나 참전해 그중에서 2천700여 명이 전사를 했는데요. 그들의 나라 사랑 정신이나 애국심을 고취해야 하는 것이죠.]

국방부는 지난해부터 소년병 추모 행사와 교육 자료화 사업을 추진하고 있지만, 아직 실질적인 예산 지원이나 법적 근거 마련은 미비한 실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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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에서 대구시가 전국에서 유일하게 소년병 기림 사업을 위한 예산을 확보했습니다.

대한민국 6·25참전 소년소녀병전우회가 대구에 위치했을 만큼 낙동강 방어 전투 당시 지역에서 동원된 소년병 피해가 가장 컸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국내 소년병의 실태를 알리는데 앞장서 온 고 윤한수, 고 장병율, 고 하명윤 어르신 모두 대구 지역 소년병들입니다.

[김태운/대구시 보건복지국장 : 법률 제정과 국회나 국방부, 국가보훈부의 보상 절차가 필요할 것 같고요. 금년도는 방향성에 대해서 다각도로 검토해서 (소년병 기림) 사업을 추진할 예정입니다.]

생전 TBC와의 마지막 인터뷰에서 '이름만 기억해 주면 고맙겠다'고 했던 백발의 소년병.

하지만 목숨 바친 헌신을 잊은 대한민국 정부 앞에 이들 소년병의 시간은 여전히 6·25에 멈춰 있습니다.

[故 장병율/대구 지역 6·25참전 소년병 : 그저 이름이라도, 그때 그 사람들이 어리지만 나라를 위해서 싸웠다. 그거 한 가지 알아줬으면. 뭐 다른 거 없어, 뭘 바라 겠어.]

(영상취재 : 김영상 TBC, 화면출처 : 유니세프USA)

TBC 박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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