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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개발처 돈줄 겨냥한 트럼프…MAGA는 미 제국을 경영할 수 있나? [스프]

[뉴욕타임스 칼럼] Can MAGA Run the American Empire? By Ross Doutha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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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로스 더우댓은 뉴욕타임스 오피니언 칼럼니스트다.

트럼프 행정부의 첫 큰 싸움 상대가 미국 국제개발처(USAID, United States Agency for International Development)가 될 거라곤 예상하지 못했다. 그러나 지나고 나서 보니, 당연히 그럴 만했다. 왜냐하면 미국 국제개발처는 정부 지출을 향한 보수 진영의 오랜 비판과 전문가 계급이 이데올로기에 포획됐다는 포퓰리즘 세력의 비판을 동시에 받는 대표적인 기관이기 때문이다. 이유는 달라도 두 세력이 손을 맞잡고 공동의 적으로 삼기 알맞은 대상이 국제개발처였다.

우파는 정부가 예산을 너무 쉽게 낭비할 수 있고, 예산 집행 과정에서 사기나 남용에 취약하다는 점을 오랫동안 지적해 왔다. 다른 나라나 국제 사회를 향한 원조는 특히 돈 낭비로 여겨졌다. 미국인에게 무슨 혜택이 가는지 도무지 알 수 없는 일에 미국인이 낸 세금을 왜 쓰나? 특히 원조를 받는 나라의 부패한 정부 관리들이 돈과 물자를 자기 배를 채우려고 유용할 가능성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늘 있었다.

포퓰리즘 진영은 정부 각 부처와 기관을 장악한 진보주의 이데올로그들을 가장 큰 문제로 꼽는다. 이들은 정부 정책 목표를 평범해 보이는 수사로 포장한 다음 물밑에서는 사회적 자유주의와 진보적인 좌파 의제를 달성하기 위한 장치를 여기저기 심어둔다. 미국 국제개발처의 업무 대부분은 문화적 요소를 동반한 프로젝트이며, 미국의 가치를 수호하고 훌륭한 아이디어는 있지만 자원이 부족한 기업을 후원하는 일이다. 포퓰리스트들이 좌파 이데올로기의 온상으로 의심하고 비판하기 딱 알맞다.

사실 포퓰리스트들이 하는 비판은 트럼프가 등장하기 훨씬 전부터 제기됐다. 냉전 시대, 테러와의 전쟁 기간을 거치는 내내 보수주의자들은 인도주의적 지원이나 국제 사회에 좋은 일을 하는 게 미국의 국익에 도움이 된다는 리버럴 성향의 국무부 관리들을 향해 의심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았다. 다만 이런 비판의 강도와 영향력은 오바마 시대를 거치며 특히 거세졌다. 오바마 시대란 일종의 문화 혁명이 정부 기관의 업무와 관련된 여러 재단, 자선단체, 대학교를 휩쓴 시기다.

이는 우파가 벌이는 해외 원조와의 전쟁을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리버럴들도 정확히 인식할 필요가 있는 부분이다. 일론 머스크와 공화당원들이 지적하는 여러 DEI(옮긴이 : 다양성(Diversity), 형평성(Equity), 포용(Inclusion)의 약자로, 차별 금지 원칙)와 성소수자 지원 정책 사례는 미국 사회 구성원 대부분이 지난 10년간 직접 겪거나 확인한 변화였다. 즉, 겉보기엔 중립적이고 설사 진보 성향이 있더라도 별로 도드라지지 않던 기관들이 점점 이념적으로 경도된, 의식적으로 선명한 좌파 성향을 따르는 기관으로 변했다. (최근 들어 과학계에서 연구비를 신청할 때도 이런 

이념적인 변화

가 두드러진 결과, 여기서도 충돌이 발생할 것 같다.)

미국 국제개발처와 같이 전 세계에서 미국을 대표하는 얼굴 역할을 하는 기관이 이런 변화에 휩싸인 건 특히 가볍게 넘어갈 수 없는 문제다. 만약 당신이 오직 진보적인 가치만이 미국을 대표하는 가치라고 믿는다면, 당신은 미국이란 나라에 실망하고 신뢰를 잃은 사실에 놀라서는 안 된다. 자고로 혁명의 길에 나선 이라면 반동에 놀라서는 안 되는 법이다.

승기를 잡은 보수 세력이 당면하게 되는 문제는 

두 가지

다. 당장 포퓰리스트들은 정부 기구가 진보적인 사상에 물든 게 아니라, 아예 그런 사상을 빚어낸 원흉이라고 믿고 싶은 유혹에 빠진다. 그래서 미국 국제개발처에서 나가는 원조 자금을 일일이 추적해 돈줄을 자르면, 진보 진영에 결정적인 타격을 줄 수 있다고 믿는다. (일론 머스크가 요즘 계속해서 밀고 있는 이론 가운데 하나이기도 하다.)

하지만 그건 착각이며, 그런 착각에서 비롯된 오해와 엉뚱한 비판이 우파들의 주장에서 종종 엿보인다. 여기에는 진보주의가 미국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방식 자체를 망가뜨려 놓았다거나 미국 정부가 이 세상에 어떤 식으로든 영향을 끼치려는 것 자체가 잘못됐다는 주장까지 다양하다.

사실 작은 정부론자들이 해외 원조를 비판할 때 실패한 몇몇 프로그램을 예로 들며, 세금으로 꾸려지는 정부 예산이 낭비된 점을 지적하는 건 일리가 있다. 하지만 이런 지적도 도가 지나칠 때가 많다. 우리가 인도주의 차원에서 지원하는 돈은 액수를 고려할 때 예산 낭비의 주된 원흉으로 지목하기엔 너무 적다. 또한, 이를 통해 얻는 이득은 보통 들인 돈을 다시 채우고도 남을 만큼 크다.

그 이득의 일부는 물론 도덕적인 보상이다. J.D. 밴스 부통령은 최근 "ordo amoris"를 언급하며, 온라인상에서 논쟁을 촉발했다. 문자 그대로 옮기면 "사랑의 질서", 좀 더 풀어보면 "베풂의 순서" 정도로 옮길 수 있는 이 말은 우리 이웃을 돌보고 돕는 것이 먼저여야지, 즉시 해야 할 일을 제쳐두고 덜 중요한 일을 해선 안 된다는 뜻으로 쓰인다. 즉, 의무에도 순서가 있다는 말이다. 이는 특히 최근 진보 진영의 정책 결정을 정면으로 비판한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데, 예를 들어 출신 배경이 명확하지 않은, 때로는 의심스러운 망명 신청자들을 너무 많이 받아들여 미국 시민들을 위해 마련해 놓은 사회보장 제도에 심각한 부담을 끼치는 일이 그렇다. 하지만 미국 국제개발처가 해외 원조에 쓰는 돈은 많아야 수십억 달러로, 미국 정부 전체 예산이 7조 달러인 걸 고려하면 "베풂의 순서"가 크게 잘못됐다고 보기 어렵다.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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