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1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에서 열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에서 증인으로 출석해 발언하고 있다.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과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이 증인으로 나온 오늘(11일)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7차 변론에서는 급박했던 계엄 상황을 유추할 수 있는 증언이 쏟아졌습니다.
이 전 장관은 선포 당일인 지난해 12월 3일 아침 7시 반쯤 국무회의 조찬간담회에 참석했다가 김용현 전 국방부 장관으로부터 '윤 대통령이 저녁 9시쯤 대통령실로 들어오라고 한다'는 말을 전달받았습니다.
이 전 장관은 대통령에게 확인하거나 이유를 묻지는 않았다고 말했습니다.
당시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 함께 김장 행사 참석을 위해 울산으로 내려갔던 이 전 장관은 호출에 대해 송 장관에게도 "이야기할 시간이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전 장관은 행사 이후 만찬에 참석하지 않고 예매한 항공편 대신 KTX를 이용해 급히 서울로 왔습니다.
이 전 장관은 KTX 안에서 김 전 장관과 '보안폰'(비화폰)으로 통화했습니다.
김 전 장관이 비화폰으로 전화를 걸어달라고 해서 수행비서가 가진 보안폰으로 저녁 6시 11분 전화를 걸었더니 '언제쯤 서울에 도착하냐'고 물어 '서울역에 8시 조금 넘어 도착한다'고 말했습니다.
저녁 7시 40분쯤 김 전 장관이 다시 전화를 걸어 '도착하는 대로 용산으로 들어오라'고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저녁 8시 40분쯤 이 전 장관이 대통령실에 도착하니 김 전 장관과 박성제 법무부 장관이 있었고, 뒤이어 한덕수 국무총리와 김영호 통일부 장관, 조태열 외교부 장관, 조태용 국정원장 등도 도착해 총 7명이 집무실에 모였습니다.
이때 한 총리와 이 전 장관 등은 비상계엄을 선포하려 한다는 것을 알게 됐고 대통령을 만류하려 했지만, 뜻을 굽히지 않았다는 게 이 전 장관 설명입니다.
이어 누군가 국무회의를 해야 한다고 얘기했고, 밤 10시 발표 시간이 다가오자 윤 대통령이 국무위원이 모인 대접견실 쪽으로 와서 '국무위원 다 모였느냐'고 했는데 의사 정족수가 안된 걸 알고 돌아갔고 이후 11명이 채워진 뒤 대통령이 정장을 갖추고 다시 들어와 대접견실 중앙에 앉았습니다.
국회 대리인단이 "오후 9시 이전에 오라고 한 7명은 윤 대통령이 개별적으로 직접 전화해 부른 사람들이라고 한다"고 말하자 이 전 장관은 "몰랐다"고 답했습니다.
'(다른 참석자는) 윤 대통령이나 김 전 장관의 연락에 대한 언급이 없었냐'는 질문에는 "없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신원식 국가안보실장은 선포 직전 국무회의가 열린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대통령실 내부 별도 대기 공간에 머무르고 있었다고 증언했습니다.
당일 공관에 머무르다 밤 9시 19분 보좌관으로부터 윤 대통령이 수석비서관 회의를 소집했다는 이야기를 듣고 대통령실로 출발했습니다.
밤 10시 1분 도착해 5층 대기실로 안내됐는데, 그곳에는 김태효 안보실 1 차장, 이도운 홍보수석, 김주현 민정수석, 홍철호 정무수석 등이 있었습니다.
신 실장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난 뒤 대통령 집무실로 가보자는 누군가의 말을 듣고 향했는데, 그곳에 "정진석 비서실장 혼자 망연자실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고 말했습니다.
무슨 일이냐고 묻자 정 실장이 '윤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기 위해 대접견실에서 국무회의를 하고 있다'고 말했고, 그때 윤 대통령이 국무회의를 마친 뒤 복도로 나왔습니다.
이에 정 실장은 "대통령님 그것은 절대 안 됩니다"고 만류했고, 신 실장도 '무슨 비상계엄입니까'라는 취지로 말하며 반대했습니다.
윤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하러 간 뒤 대접견실로 내려가자 한 총리와 조 장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등이 있었고, 신 실장이 어떻게 된 일이냐고 묻자 이들은 다른 말은 없이 "큰일 났다"고만했다고 전했습니다.
이후 신 실장은 안보실 산하 위기관리센터장에게 전화해 북한 접경에서 도발 징후가 있는지 확인하기도 했습니다.
국회에 계엄군이 출동한 것을 안 뒤에는 김명수 합참의장에게 전화해 '국회에서 충돌이 나면 큰일 나는데, 계엄군과 연락해 막을 방법이 없느냐'고 물었지만, 계엄군 지휘권이 없다는 답변만 받았습니다.
신 실장은 계엄 해제 결의안이 국회에서 가결된 이후 상황도 상세히 진술했습니다.
신 실장은 이튿날인 4일 새벽 1시 20분쯤 대통령 부속실로부터 '대통령이 합참 전투통제실로 이동하는데, 인성환 안보실 2 차장과 최병옥 국방비서관이 수행하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그런데 1시 31분 인 차장은 신 실장에게 전화해 "대통령이 결심지원실에 와 있는데, 여기 오래 있는 게 적절치 않으니 정 실장과 함께 빨리 와서 모시고 가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이에 신 실장은 정 실장과 함께 결심실로 갔고, 그곳에서 윤 대통령이 자리에 앉아 큰 책자를 보고 있는 모습을 봤다고 증언했습니다.
신 실장은 윤 대통령이 책자를 보며 '의안'을 언급해 국회 관련 법령을 보는 것으로 추정했습니다.
신 실장은 결심실 도착 당시 윤 대통령과 김 전 장관, 박안수 육군참모총장 세 명만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신 실장은 서둘러 병력을 철수해야 불상사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했고, 합참에 오래 머물 경우 오해를 살 수 있다고 판단해 정 실장과 함께 새벽 1시 55분 윤 대통령을 집무실로 데리고 왔습니다.
신 실장은 이곳에서 정 실장이 "빨리 해결하시죠"라고 하자 윤 대통령이 "그럽시다"라며 바로 승인했기 때문에 윤 대통령이 '제2계엄'을 염두에 둔 것은 아니라고 생각했다고 진술했습니다.
(사진=헌법재판소 제공,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