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까지 이런 겨울 없었다"…일용직 근로자들 '일감 절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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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력 사무소

"지금까지 이런 겨울은 없었어요. 일감이 없으니 사람이 안 반가워요."

오늘(10일) 오전 5시 30분쯤 대구 동구 한 인력사무소에는 캄캄한 새벽, 영하의 날씨에도 일용직 근로자들의 발걸음이 이어졌습니다.

첫차를 타고 온 이들은 익숙한 듯 아무 말 없이 난로 앞에 가서 손을 녹였습니다.

인력사무소를 처음 방문하는 이들은 접수대로 가 인적 사항 등을 명단에 올렸습니다.

인력사무소는 금세 사람들로 가득 찼지만, 무거운 침묵이 흘렀습니다.

일감을 찾으러 온 이들은 침묵 속에서 자신의 이름이 불리길 하염없이 기다렸습니다.

조 모(65) 씨는 "일주일을 왔는데 한 번 일을 나갈 수 있었다"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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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이들의 상황도 비슷했습니다.

25년간 인력 사무소를 찾았다는 한 일용직 근로자는 "지난달에는 하루 일을 나갔다"며 "원래 겨울이 일감이 없기는 하지만, 이렇게 없는 경우는 또 처음이다"라며 한탄했습니다.

인력 사무소를 처음 찾은 최 모(28) 씨는 "단기 알바를 찾다가 친구 소개로 와봤는데 일감이 없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침묵이 감도는 가운데 소장 테이블에 놓인 전화기가 울리고 한 명이 호명됐습니다.

지명받은 일용직 근로자는 조용히 일할 곳이 적힌 쪽지를 받아 들고 인력사무소를 나섰습니다.

윤 모(31) 씨는 "그나마 저는 한 달 새 15∼17일 정도 일을 했지만, 일이 아예 없을 때는 일주일 넘게 쉰 적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차 모(69) 소장은 "대구는 지금 아파트를 건축하는 곳이 없어 일감이 아예 없다"며 "대구 건축은 지금 올 스톱이다"라고 하소연했습니다.

그러면서 "경기 좋을 때는 40∼50명씩 일을 보냈지만, 지금은 하루에 10명 안팎을 보낸다"며 "미장 등 전문적으로 하는 사람이 있었지만, 지금은 전부 잡일뿐이다"고 말했습니다.

오전 7시가 다가오자 일감을 찾지 못한 사람들이 하나둘씩 인력사무소를 떠났습니다.

인력사무소가 문을 열고 2시간여 동안 찾아온 40여 명 중 일감을 얻은 사람은 고작 8명뿐이었습니다.

호명받지 못한 사람들은 동이 떠오르는 새벽 추위를 자판기 커피로 달랬습니다.

인력사무소 관계자는 "이런 겨울이 없다"며 "보통 '노가다'라는 것이 1∼3월은 조용한 편이지만 이번 겨울은 특히 심하다"고 말했습니다.

그러면서 "6년 정도 인력사무소에서 일하면서 인터넷에도 구인 공고를 올리고 했지만, 지금은 싹 다 내렸다"며 "일감이 없으니, 처음 온 사람들도 반갑지 않다"고 심정을 전했습니다.

한편 대구시와 대구시교육청 등 지역 공공기관들은 침체한 지역 건설경기에 활력을 불어넣기 위해 올 한 해 1조 4천300억 원 규모의 대형 공공 건설공사를 발주할 계획입니다.

이는 지역 건설업계의 시름을 조금이나마 해소하고자 마련한 것이라고 시는 설명했습니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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