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7일(현지시간) 미국 백악관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정상회담에서 방위비와 대미 투자 등에서 '선물 보따리'를 챙겨주면서, 트럼프의 '선제 공격'에 앞서 일본이 선방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습니다.
공개된 미일정상회담 결과를 보면 예상대로 트럼프 대통령은 대일 무역적자에 문제의식을 드러내면서 '상호 관세'를 언급했고, 이에 대해 일본은 방위비 지출과 대미 투자를 늘리고 미국산 액화천연가스(LNG) 수입을 확대하는 등 동맹국으로서 책임을 늘리기로 한 점을 부각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이 취임 후 인도·태평양 지역 동맹국 정상과 처음 가진 미일정상회담에서 제기된 의제는 한미간 핵심 현안과도 상당히 중첩되므로 한국 입장에서도 주목하는 사안입니다.
권한대행 체제 들어 아직 정상급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통화조차 못한 한국이 향후 대미 전략을 마련하는 데 시금석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입니다.
한일 양국 모두 미군이 주둔하고 있고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미군 방위비분담금 협정을 체결하는 국가입니다.
또 미국과 교역에서 무역흑자를 기록하고 있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이 2027년까지 방위비를 트럼프 1기 때와 비교해 2배로 늘리기로 약속했다고 소개했는데, 그간 동맹국의 국방비 지출이 미흡하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불만이 수용된 것으로 풀이됩니다.
한국 또한 트럼프 대통령이 과거 1기 집권 당시 주한미군철수까지 운운하며 방위비 증액을 압박한 전례에 따라 또다시 분담금을 더 내라고 요구할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습니다.
2026∼2030년 한국이 낼 주한미군 방위비 분담금을 정하는 12차 방위비분담특별협정(SMA)이 트럼프 2기 행정부 전인 지난해 11월 발효했지만, 국회 비준을 거치는 한국과 달리 행정협정에 불과한 미국에서는 대통령 의지로 이 협정을 뒤집는 것이 이론적으로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이미 트럼프 대통령은 대선 캠페인 국면에서부터 한국을 '머니 머신'(Money Machine)으로 칭하며 한국이 방위비 분담금으로 100억 달러(우리 돈 14조 원)를 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습니다.
취임하자마자 멕시코·캐나다·중국을 대상으로 관세 전쟁의 포문을 연 트럼프 대통령은 이시바 총리와 정상회담에서 '상호 관세'를 언급하며 관세전쟁 확대를 예고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일본에 관세를 부과하느냐는 질문에 "우리는 관세를 부과하게 되겠지만 대부분 상호 관세가 될 것"이라며 구체적인 언급을 피했는데, 일본뿐 아니라 대미 무역흑자를 내는 한국 등 동맹국도 다음 관세의 표적이 될 여지가 있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은 최근 산업 부문별로 한국의 최대 수출품인 반도체를 비롯해 철강, 석유·가스 등에 대한 관세 부과 의지를 밝힌 상태이기도 합니다.
이와 관련해 이시바 총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 부과 정책에 대응해 일본이 "대미 투자액을 1조 달러(약 1,455조 원)라는 전례 없는 규모로 끌어올리고자 한다고 트럼프 대통령에게 말했다"고 전했습니다.
전반적으로 이번 회담은 트럼프 대통령이 평소 자신의 '미국 우선주의' 신조를 표출하고 이시바 총리가 미국에 '선물 패키지'를 안긴 모양새지만, 따지고 보면 일본 측이 크게 내주거나 양보한 것이 없어 나름대로 선방한 것이라는 분석도 제기됩니다.
일본이 약속한 방위비 지출 증가는 애초 '보통국가화'를 꿈꾸며 군비 증강 추세 속에 제시한 조치인 데다, 관세의 경우 트럼프 대통령이 일방적으로 부과하는 것이 아닌 '상호 관세'를 언급했고 이마저도 일본을 직접적인 대상으로 명시하지 않는 등 드러난 내용만 놓고 보면 '청구서'가 예상 이하 수준이라는 평가가 있습니다.
특히 이번 회담에서 미국이 인도·태평양 평화·안보를 위해 일본뿐 아니라 한국 등 다자 네트워크를 활용한다는 방침과 동맹 방위 공약을 재확인한 것은 한국에도 유의미하다는 평가가 나옵니다.
동맹을 상대적으로 경시하는 트럼프 2기 행정부에서 확장억제 공약와 한미일 등 소규모 다자협의체가 약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었는데 이러한 우려를 어느 정도 불식하는 내용이기 때문입니다.
(사진=AP,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