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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9%는 못 보고 죽는다"…'범 내려온다' 춤꾼들, 무료 공연에 진심인 이유 [스프]

[더 골라듣는 뉴스룸]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 '바디콘서트' 김보람 예술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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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 내려온다' 뮤직비디오의 개성 넘치는 춤꾼들은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라는 무용단 단원들입니다. 대표작 '바디콘서트' 15주년을 맞아 예술의전당에서 15회 공연(2월 26일-3월 9일)을 준비하고 있는 이 단체의 김보람 예술감독을 직접 만났습니다.

앰비규어스 댄스 컴퍼니는 야외 무료 공연에 진심인 단체로도 유명한데요, 세빛섬에서 2주간 매일 저녁 공짜 무용 공연을 펼쳤던 '99.9 페스티벌'이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돈을 벌기는커녕 써야 하는 무료 공연에 이렇게까지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김보람 예술감독은 편한 길과 힘든 어려운 길이 있으면 무조건 어려운 길을 선택해 왔다고 하는데, 어려운 길에 따르는 '즐거움'에 대해 이야기 나눴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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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람 예술감독 :

 사실은 그게 궁극적인 목표죠. 정말 좋아서 이 음악을 내가 몸으로 표현해 본다라는 거는. 특히나 저희 바디콘서트 중에 가요가 한 곡 있는데 박지윤 그 음악을 정말 좋아했거든요. 저희 대표님하고 같이 살 때 매일 저녁에 술을 먹을 때 그 음악을 이렇게 틀어 놓고.

김수현 기자 :

제목이 뭐였죠?

김보람 예술감독 :

바래진 기억에.

김수현 기자 :

아, 바래진 기억에.

김보람 예술감독 :

 그래서 뭐 에피소드지만 정말 저희가 이 작품 준비할 때 가난하고 힘들었어요. 연습실도 없어서 밖에서 연습하고. 근데 어느 날 갑자기 대표님이 새벽 연습 끝나고 펑펑 우는 거예요. 뭐 특별한 일이 없었는데. 근데 아마 그게... 그 음악에 연습을 하다가 어떤 감정이 딱 맞았는지. 그래서 저 나름대로 위로는 그래도 우리가 이렇게 좋아하는 음악에 이렇게 춤을 추는 게 행복 아니겠냐, 뭐 이런 얘기를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15년 전에.

조지현 기자 :

그럼 그 음악도 이제 작품화됐으니까 평소에는 안 들으시는 건가요?

김보람 예술감독 :

 가능하면 안 듣습니다.

조지현 기자 :

사실 이번에 공연을 15회 하시는 것도 되게... 그동안 새로운 관객을 만날 수 있는 자리이기도 하고, 작년에 그런 것도 하셨었죠. 99...

김보람 예술감독 :

 99.9 페스티벌.

조지현 기자 :

네, 이것도. 되게 그게 멋있었어요. 99%는 못 보고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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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람 예술감독 :

네. 제가 만화책에서 봤던 문구인데, 스바루라는 발레 만화가 있어요. 일본의 만화인데 제가 그 만화를 굉장히 재미있게 봤거든요. 그 말이 생각이 나서 뭔가 '이 말을 듣고도 안 보려나?' 이렇게 생각을 해서 '99.9%는 못 보고 죽는다. 당신은 그 0.1%가 될 수 있다.' 그리고 그걸 볼 수 있게 공연도 모두 무료로 2주간, 한강에서 야외 무대에서 공연을 12개의 작품을 저희가 선보였죠.

최초의 아이디어는 제가 2019년도에 베를린에 공연을 갔었어요. 그때 그 여름에는 대부분 유럽 사람들은 휴가를 가기 때문에 도시가 조금 조용하고 관광객으로 많은데, 휴가 가지 못하고 일하시는 이런 분들을 위해서 거기 큰 공원이 있는데 거기서 베를린 필하모닉이 무료 공연을 여름에 한 번씩 하더라고요. 근데 제가 거기를 한 번 음악을 들으러 갔는데 한 몇만 명인지 모르겠어요. 저 무대가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먼 데까지 사람들이 꽉 차 있는데 음악을 연주하는 순간 관객들이... '조용히 하라'고. 그 소리를 즐기는 모습을 보고 '아, 이게 문화구나' 해서 한국에도 저는 이제 무용을 하니까 무용을 정말 그냥 원하는 사람들이 즐길 수 있는 그런 페스티벌이나 이런 게 있으면 좋겠다 해서 만들어 봤습니다.

김수현 기자 :

해보니까 어떠셨어요?

김보람 예술감독 :

일단... 저희가 그냥 만든 게 아니라 없는 무대를 세웠어요. 돔 형태로.

조지현 기자 :

맞아요. 세빛섬 그 앞에다가.

김보람 예술감독 :

 네. 그 앞에다가 파레트로 무대를 세우고 객석을 만들고 뭐 다 해서 해봤는데... 모두가 너무 힘들어했어요. 저도 너무 힘들었고.

조지현 기자 :

날씨도 더웠을 것 같아요.

김보람 예술감독 :

 근데 기적같이 비가 한 번도 안 왔어요. 공연 중에는.

김수현 기자 :

하늘이 도왔네요.

김보람 예술감독 :

 신기하게 2주 동안... 새벽에는 비가 왔어요. 근데 공연할 때는 비가 안 오더라고요. 그래서 사실 무용수들은 다들 내심 기대했거든요. 오늘 비 오면 작품 하루 쉬니까. 왜냐하면 같은 작품을 이틀만 해도 몸이 거의 부서지는 느낌인데 다 다른 작품을 12개를 해야 되니까 대부분 한 명당 한 7개에서 8개 작품 출연을 했어요. 그래서 정말 곤욕이었는데 비가 안 와가지고 다 했습니다.

김수현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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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근데 사실 이게 돈 버는 거하고는 관계가 없는 일이잖아요.

김보람 예술감독 :

 아예 없죠.

김수현 기자 :

그러니까 사실 그냥 일반적인 사람들은 이게 직업으로 춤을 추시는 거니까 이걸로 돈을 벌어야 되지 않나 이런 생각을 할 수 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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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보람 예술감독 :

 근데 그 페스티벌은 저희가 이제 지원금을, 기존에 받고 있었던 어떤 지원금이 있어서 그 지원금을 사용해서 만들었었고.

김수현 기자 :

 그렇다고 해도. 지원금을 받더라도요.

조지현 기자 :

 티켓을 판 건 아니었으니까.

김보람 예술감독 :

 그렇죠.

김수현 기자 :

  돈을 쓴 거잖아요. 지원금을 받더라도.

김보람 예술감독 :

그렇죠. 돈을 많이 썼죠. 이제 지원금이라는 게 원래 10%의 자부담이 있기 때문에 만약에 1억을 받으면 1천만 원은 추가로 저희가 쓰는 거고. 그래서 지원금은 이왕이면 정말 하고 싶지 않으면 신청 안 하는 게 저는 좋다고 생각을 합니다.

근데 뭐 돈이야... 사실 돈 벌려고 하고 있어요. 근데 당장 돈을 버는 게 아니라, 저는 뭐 당연히 문화도 중요하고 한국의 공연을 보는 문화가 정말 필요하다고 생각을 하는 편이고, K팝, 영화 다 너무 좋은데 기초 예술 장르, 순수 예술 쪽이 그만큼까지 발전하진 않았다고 생각해요. 그래서 궁극적으로 완성은 순수 예술의 발전이다라고 생각하고 문화를 만드는 게 되게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거기에 굉장히 몰입해 있는 것 같고, 그게 되면 그 뒤로 먹고사는 건 조금 편해지지 않을까라고 생각을 해서 당장 먹고사는 것보다 문화를 만드는 일이 더 맞는 것 같아요.

조지현 기자 :

 엄청 대승적인 안목을 갖고 하고 계신 거네요 지금.

김보람 예술감독 :

저요? 뭐 하고 싶어서 하는 거라기보다는 그냥 이게 맞다고 느끼니까 하는 경우가 많고요. 제 습성이 이런 습성이에요. 남들이 이게 맞다라고 하면,

김수현 기자 :

하기 싫어요?

김보람 예술감독 :

 하기 싫고, 안 돼요. 좀 병적인 게 있어요.

조지현 기자 :

안 되기까지.

김수현 기자 :

 청개구리.

김보람 예술감독 :

 저 개인의 보는 눈을 더 중요시하기 때문에 되레 이게 맞다, 사람들이 다 이게 맞다라고 하면 그냥 되레 그 이유가 무엇일까를 더 궁금해하고 그게 진짜 맞은지를 더 이해하려고 하는 편이고, 그다음에 편한 길과 어려운 길이 있으면 무조건 어려운 길을 선택하려고 해요. 왜냐하면 편한 길은 저희가 편하고 싶어서 가는 거잖아요.

김수현 기자 :

 그렇죠.

김보람 예술감독 :

 어려운 길은 어렵고 싶어서 가는 걸까요?

김수현 기자 :

 음... 좀 더 잘하고 싶어서?

김보람 예술감독 :

 힘들고 고통스러움에 즐거움과 이게 훨씬 더 많이 있고 편한 길에는 편안함 말고 편하니까 즐겁겠죠. 즐거워서 편한 게 아니라. 근데 즐거우면 사실은 우리 어릴 때도 그렇지만 밤새도록 놀아요. 그 감각이 자꾸 우리가 편안함을 추구하게 교육된 게 아닐까라고 저는 생각을 해서 이왕이면 어려운 길이 재밌는 것도 많고 기억 남는 것도 많고. 죽을 정도로 어렵지 않으면 웬만하면 그 길을 선택하는 본능이 좀 있고요. 어딜 가더라도 버스가 제일 편하다고 하더라도 다른 길을 좀 찾아보고, 그냥 정말 길을 가더라도 좀 그렇게 가는 편입니다.

김수현 기자 :

 버스가 제일 편하다고 해도... 그럼 그거보다 어려운 길은 걸어가는 거.

조지현 기자 :

 더 많은 다른 경험을 할 수 있는.

김보람 예술감독 :

 시간이 있으면 걸어가도 되고. 그냥 계속 그런 생각들 많이 해요.

(남은 이야기는 스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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